Soccer Football - FIFA World Cup 2026 - Final - Spain v Argentina - New York/New Jersey Stadium, East Rutherford, New Jersey, U.S. - July 19, 2026 U.S. President Donald Trump and FIFA President Gianni Infantino during the trophy presentation after the match REUTERS/Dylan Martinez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던진 초대형 승부수가 오히려 자신의 리더십을 흔드는 최대 악수로 돌아오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에 이어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아시아축구연맹(AFC)까지 FIFA의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IFA Forward Enterprise·FFE)' 설립 계획에 공개 반대하고 나섰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인판티노 회장의 재선을 지지했던 AFC마저 등을 돌리면서 국제 축구계의 권력 구도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FIFA가 추진하는 FFE는 월드컵과 클럽월드컵, 여자 월드컵 등 FIFA 주관 대회의 상업권과 운영을 담당할 자회사를 설립한 뒤, 지분 일부를 민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프로젝트다. FIFA는 확보한 자금을 회원협회 지원과 축구 개발 사업에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축구계는 이를 사실상의 '월드컵 민영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UEFA를 비롯한 각 대륙연맹이 문제 삼은 것은 절차였다. FIFA는 회원협회나 대륙연맹과 충분한 협의 없이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찬반 결정 시한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UEFA는 "월드컵은 투자 상품이 아니다. 여러 세대에 걸쳐 만들어온 축구의 유산이며 그 어떤 부분도 민간 투자자에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나아가 제안이 철회되지 않으면 FIFA 주관 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초강수까지 꺼냈다. CONCACAF도 적법한 거버넌스 검토 없이 추진된 절차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AFC의 반발이었다.
셰이크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AFC 회장은 "FIFA는 어떠한 단계에서도 AFC와 협의하지 않았다"며 "행정적·재정적·법률적 영향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없었다.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FIFA의 일방적인 행동은 연대와 협력, 투명성이라는 세계 축구의 근본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단순한 정책 반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AFC는 내년 FIFA 회장 선거에서도 인판티노 회장을 지지하기로 뜻을 모았던 대표적인 우군이었다. 그마저 공개적으로 등을 돌렸다는 것은 그의 정치적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FIFA President Gianni Infantino (L) and CONCACAF President Victor Montagliani attend the 2026 World Cup football tournament quarter-final match between Norway and England at Miami Stadium in Miami on July 11, 2026. CONCACAF, which comprises 41 football associations from North America, Central America and the Caribbean, formally rejected FIFA?s proposal to open up the organisation to private investors on Thursday, it announced following a meeting of its members. (Photo by ROBERTO SCHMIDT / AFP)
인판티노 회장이 왜 이런 무리수를 던졌는지를 두고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FIFA는 이미 월드컵과 클럽월드컵을 통해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을 올렸다. 돈이 부족해서라기보다, 미국 금융시장과 글로벌 투자 자본을 활용해 FIFA를 더욱 거대한 상업 플랫폼으로 키우려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대회의 가치를 높이고, 그 수익을 다시 회원협회에 배분하면 자신의 리더십도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밀착 행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나온다.
인판티노 회장은 2026 북중미 월드컵과 클럽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차례 공개 석상에 함께 등장했다. FIFA가 강조해 온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와의 협력을 전면에 내세웠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FIFA 비즈니스 모델에 강한 자신감을 보여왔다.
그러나 그 자신감은 오히려 역풍을 불렀다.
유럽은 월드컵의 상업화에 선을 그었고, CONCACAF는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았으며, AFC는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결국 미국 중심의 상업화 전략이 FIFA 내부의 연대를 흔드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단순한 사업 계획을 둘러싼 갈등이 아니다. FIFA가 앞으로 누구를 위해 존재할 것인가를 둘러싼 철학의 충돌에 가깝다. UEFA는 "투자자가 FIFA 대회의 지분을 갖는 순간 모든 의사결정은 축구가 아니라 투자 수익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FIFA는 각 회원협회에 오는 9월 19일까지 FFE 프로젝트에 대한 찬반 의견을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이미 UEFA와 CONCACAF, AFC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인판티노 회장의 구상은 출발부터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월드컵을 통해 막대한 성공을 거둔 인판티노 회장은 그 성공을 더 큰 상업화로 연결하려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세계 축구계의 신뢰와 정치적 균형을 간과했다. 트럼프와 미국 시장을 축으로 한 새로운 FIFA 구상이 오히려 자신의 리더십을 흔드는 최대 위기로 돌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