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타를 치고 힘껏 포효했다. 하지만 이종욱 주루코치 입장에선 복장이 터졌다. 삼성 라이온즈 박승규(26)가 세리머니에 몰두하다 3루로 갈 찬스를 놓친 것. 박승규는 결승타를 치고도 코치와 동료, 형들에게 구박을 받은 처지가 됐다.
박승규는 29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3차전에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 4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안타는 하나였지만 영양가가 높았다. 4-4로 맞선 7회 초 2사 2루에서 조상우의 공을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결승 2루타를 때렸다.
경기 전 그는 "미친놈이 돼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이번 가을야구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으로 분위기를 꼽은 그는 “기세에서 밀리지 않고, 야구장 안에서든 벤치 안에서든 팀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큰 경기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신나게 뛰겠다는 마음이었다.
삼성 박승규. 삼성 제공
하필 결승타 뒤에 그 에너지가 과하게 터져 나왔다. 2루 주자 이재현이 홈을 밟는 사이 2루에 도착한 박승규는 더그아웃을 향해 포효했다. 다만 플레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KIA의 중계 과정에서 공이 3루수 뒤로 빠졌고, 3루가 비어 있었다. 이를 본 이종욱 3루 코치가 펄쩍 뛰며 2루의 박승규에게 손짓했지만, 더그아웃을 바라보던 박승규는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다행히 추가 득점에는 성공했다. 박승규는 후속 타자 구자욱의 적시타 때 홈을 밟으며 아쉬움을 만회했다. 돌아온 박승규를 전병우가 장난스럽게 타박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경기는 6-4로 끝났고, 박승규의 2루타는 결승타로 남았다. 시리즈 전적도 삼성의 2승 1패 우위로 바뀌었다.
경기 뒤 박승규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2루타를 친 기쁨에 곧바로 세리머니를 했다는 그는 “다음부터는 확실하게 마무리 짓고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돌아봤다. 선배들의 놀림도 이어졌다. 정신 차리라는 장난 섞인 타박을 받은 박승규는 동료들에게 기분 좋게 커피를 사겠다고 했다. 승리했기에 웃으며 꺼낼 수 있는 이야기였다.
삼성 박승규. 삼성 제공29일 플레이오프 3차전 직전 만난 삼성 박승규. 광주=윤승재 기자
박승규의 과감한 플레이 뒤에는 선배들의 격려도 있었다. 그는 구자욱과 최형우, 강민호, 류지혁 등이 후회 없이 과감하게 하라는 말을 해준다고 전했다. 자신의 역할 역시 "상위타선에서 중심타선으로 기회를 이어주는 데 있다"고 했다. 박진만 감독이 "축제처럼 즐기라"는 말에 힘을 얻었다는 후문. 이에 박승규는 2차전 동점 2루타에 이어 이날 결승 2루타까지 연이어 중요한 순간을 해결했다.
결승타의 기쁨에 선배들의 놀림까지 더해진 밤, ‘커피 한 턱’ 약속도 기분 좋게 따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