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남주혁이 영화 '안시성(김광식 감독)'으로 스크린 데뷔전을 치른다. 그냥 데뷔전이 아니다. 화려한 반전의 데뷔전이다.
'안시성'이 공개되기 전, 영화계에서 남주혁은 이 영화가 가진 약점으로 꼽히곤 했다. 아직 제대로된 영화 출연작이 없는데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연기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국한됐기 때문.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이지만, 제작비 200억원대의 대형 사극 전쟁 영화에서 많은 분량을 연기하기엔 많은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남주혁은 영화가 공개된 후 이 같은 우려를 깨끗하게 씻어냈다.
영화는 남주혁으로부터 스타트를 끊는다. 극중 안시성 출신의 태학도 수장인 사물이 연개소문의 비밀스러운 지시를 받고 안시성으로 돌아가 양만춘(조인성)을 만나는 것에서부터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된다. 영화의 첫 인상을 맡게 된 것. 큰 키에 다소 가녀린 체구, 여자보다 고운 얼굴을 한 그는 강렬한 첫 인상을 남긴 후에도 영화 내내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남주혁이 이 영화에서 맡은 역할은 분명하다. 액션과 감정 연기.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르며 당나라 군대를 베면서 태학도의 수장 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여기에 감정 변화가 분명한 사물을 연기하며 인물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두 연기 모두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이 두 가지에만 충실해도 남주혁은 맡은 바 임무를 다한 셈이다.
성실해도 하지 못하는 일까지 성공했다. 존재감 확보다. 조인성을 비롯해 배성우, 박성웅, 엄태구 등 쟁쟁한 선배 배우들 가운데서 존재감까지 제대로 보여줬다. 주인공 조인성을 대신해 '안시성'의 미모 담당을 맡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안시성' 제작진은 영화가 공개되기 전 남주혁을 최고의 강점 중 하나로 꼽곤 했다. 제작진의 설레발이 아니었다. 첫 영화, 첫 사극에서 남주혁은 후회 없는 필모그래피를 만들어냈다.
호평에 대해 남주혁은 "다들 많이 칭찬해주셨다. 사실 첫 영화다보니 스스로는 잘 모르겠더라. 정말 감사한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면서 "그냥 '최선을 다하자. 민폐 끼치지 말자', 그 생각 하나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안시성'은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를 그린다. 순제작비 185억원을 들인 대형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다. 오는 19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