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체가 "흥행하고 싶어"를 외치는 느낌이다. 노력했고, 애썼고, 꼭 스크린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다운 영화'임을 증명해냈다. 220억을 허투루 쓰지 않은 한국형 전쟁 영화의 탄생이다.
흥행을 최우선 목표이자 목적으로 하는 상업 영화에서 '돈냄새 난다'는 것은 결코 나쁜 표현이 아니다. 제작비는 100억이 넘어 간다는데 그 많은 돈을 대체 어디에 썼는지 모를 영화들이 부지기수다. '안시성'은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돈냄새가 물씬 풍긴다. 여기에 관객들을 매료시킬만한 설정과 포인트들도 곳곳에 배치시켰다. 흥행 못하면 억울해서 어쩌나 싶을 정도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다.
전체 분위기는 4년째 역대 국내 개봉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보유 중인 '명량(김한민 감독)'의 그것을 따른다. 존경과 신뢰를 한 몸에 받는 장군(성주), 이를 뒤따르는 수하들, 목숨 걸고 함께 싸우는 백성들, 아군보다 더 뛰어난 적군, 장군의 위기와 역경, 짜릿한 영광의 승리 등 기승전결은 사실상 비슷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영웅이 이순신(최민식)에서 양만춘(조인성)으로, 적군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배경이 바다에서 육지로 옮겨졌을 뿐 역사가 스포일러인 스토리 자체에 특별한 신선함과 독특함은 없다. 때문에 '안시성'은 일부분 '명량'의 아류작처럼 보일 수 있지만 '명량'은 말 그대로 '최고 흥행작'이다. 최고 흥행작과 비견된다는 것은 '안시성'에 분명한 호재다. 긍정적 영향을 담보로 한다. 실제 손익분기점이 560만 명인 '안시성'은 '명량' 기록의 반토막만 이끌어도 '흥행 성공'이다.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바탕으로 '안시성'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전쟁 영화의 세련미를 담아냈다. 러닝타임을 지배하는 '4번의 전투'는 같지만 다른 방식으로 혹여 느껴질 수 있는 지루함을 단박에 날려 버린다. 적재적소 활용되는 속도감과, 기름주머니 폭탄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안시성'만의 매력을 부각시킨다. '안시성'은 기름 폭탄 전후로 나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또 스토리의 뻔함을 화끈한 전투와 조인성·남주혁·배성우의 애증, 오대환·박병은 브로맨스, 엄태구·설현 로맨스 등 얽히고 설킨 캐릭터들의 관계성, 각 캐릭터들의 개성 등으로 야무지게 버무려내 몰입감을 높인 것도 신의 한 수다. 허투루 쓰인 돈이 없는 만큼 허투루 쓰인 캐릭터도 없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호불호가 갈릴테지만 해당 배우들이 표현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뽑아 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 '안시성'을 통해 제대로 빛난 김광식 감독의 강점이다.
김광식 감독은 개봉 전 여러 공식석상에서 "젊고 세련된 전쟁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 또 강조했다. 중심이 단단히 잡혀 있으니 사공이 많아도 산을 무너뜨릴지언정 산으로 가지는 않는 작품이 완성됐다. 제작 단계에서 쏟아진 무수한 우려는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시사회 후 터진 호평에는 이유가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차라리 겨울에 개봉시켜서 1000만 가지"라는 의견도 내놨다. 남은 것은 관객들의 선택이다. 예매율 1위가 박스오피스 1위, 추석 대전 최종 승리의 기록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