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20년 차 가드 주희정(39)이 올 시즌 숨겨왔던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를 악문 그의 모습에선 신인상과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베테랑의 여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주희정의 눈빛은 마치 주전 진입을 위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무명 선수 같았다. 지난 8일 경기 용인 삼성 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그는 "벤치에 앉아 있을 때도 '내가 당장 투입된다면 이렇게 하겠다'는 이미지트레이닝을 한다"면서 "사람이기 때문에 경기 시간이 줄어든 것에 대한 아쉬움과 동시에 포지션 싸움을 포기하지 않겠단 의지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의 주전 포인트가드였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54경기 모두 출전한 주희정은 경기당 평균 24분27초를 뛰며 직전 시즌 꼴찌 삼성을 6강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하지만 올 시즌 '특급 가드' 김태술(32)이 합류하면서 그는 한 시즌 만에 벤치로 밀렸다. 평균 10.2득점(27분8초)으로 펄펄 나는 김태술이 지휘하는 삼성(14승4패)은 정규리그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주희정 역시 매경기 출전하고 있다. 그러나 출전시간은 지난 시즌의 3분의 1 수준인 9분34초로 떨어졌다.
그는 "(김)태술이가 현재 나보다 잘 하는 게 사실이고 팀이 워낙 잘 되고 있다"면서 "내 개인적인 아쉬운 부분을 표현할 순 없는 상황이다.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프로 데뷔 후 20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주희정은 벤치가 낯설다. 그는 서울 SK 시절인 2012~2015년 식스맨으로 활약하긴 했지만 출전시간 10분대 이하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그는 "지난 15~16년간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면서 (내가 코트의 주인공이란 생각에) 도취돼 있었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