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시장 '신과함께- 인과 연(김용화 감독)'이 10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하며 사실상 원맨쇼 흥행을 펼친 가운데, 추석 시즌에는 '명당' '안시성' '협상'까지 무려 세 작품이 한날한시에 동시 개봉을 확정 지어 영화계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세 작품은 각각의 강점이 명확하다. '명당' '안시성' 역시 장르는 같은 사극으로 분류됐지만 '명당'은 조선 말기, '안시성'은 고구려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여기에 현대극 '협상'은 국내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범죄 오락물.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다'라는 말이 딱 떨어지는 추석 연휴가 아닐 수 없다.
본격적인 티켓 예매 오픈이 진행되면서 전쟁의 서막은 이미 올랐다. 예매가 오픈되자마자 엎치락뒤치락 순위 변동을 보여 관계자들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들었던 세 작품의 예매율은 17일 오후부터 '안시성' '명당' '협상' 순으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당일 오전 7시 예매율은 '안시성'이 31.6%로 가장 높고 '명당'이 29.4%, '협상'이 15.3%의 추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사극 장르인 '안시성'과 '명당'의 예매율이 소수점 차로 박빙 승부를 보이면서 명절에는 더 확실히 통하는 사극 장르임을 입증하고 있다. 유일한 현대극으로 맞불 작전을 놓은 '협상'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사전 예매율을 뛰어넘는 현장 예매율이 깜짝 반전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1등 티켓 파워" 손예진X현빈 '협상'
출연: 손예진·현빈·김상호·장영남 감독: 이종석 장르: 범죄·오락 줄거리: 태국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인질극에 제한 시간 안에 인질범을 멈추기 위해 위기 협상가가 시작하는 일생일대의 협상 등급·러닝타임: 15세 이상 관람가·114분 한줄평: 비주얼이 설득하는 협상
조연경 기자 신의 한 수: '흥행 불패' 상업영화의 명가 JK필름과 톱 오브 톱 손예진·현빈이 뭉쳤다. 선수와 선수의 만남이다. 연출의 도전, 열연의 향연이 '협상' 한 편에 모두 담겼다. 스크린에서 봐야 더 멋스러운 작품이다. 손예진과 현빈의 도전은 늘 아름답다. 예상이 가능한 결말이지만 결말을 먼저 생각하지 못하게끔 몰입도를 높이는 손예진과 현빈의 강약 조절이 감탄스럽다. 아슬아슬하고 쫄깃하다. 오로지 입으로, 대화로 러닝타임을 채워야 하는 부담감 역시 잘 이겨 냈다. 얽히고설킨 윗선들에 대한 비판과 풍자는 실소를 자아내면서도 날카롭다. 오락영화 허용 범위 내에서 재미있게 이용했다. 미투 가해자 최일화를 덜어 낸 재촬영은 감쪽같다.
박정선 기자 신의 한 수: 사극에 지친 관객이여, '협상'으로 오라. 추석 유일한 현대물인 '협상'은 적당히 상업적인 매력으로 관객을 매혹한다. 흥행 선구한을 지닌 손예진이 선택한 작품답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악역을 맡은 현빈은 섹시한 빌런으로 활약한다. 여성 관객들을 스톡홀름증후군에 걸리게 만든다. 협상가와 인질범이 대화를 해 나가며 하나둘씩 풀리는 음모는 새롭지 않지만 충분히 흥미롭다. 손예진과 현빈이 주고받는 쫄깃한 감정 싸움이 별다른 장치 없이도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든다.
조연경 기자 신의 악 수: 대부분 인질범과 협상가의 대화로만 스토리가 이어지다 보니 러닝타임이 다소 길게 느껴진다. 폭로되고 또 폭로되는 범죄 행위는 '어디까지 올라갈래? 누구까지 건드릴래?' 싶을 정도로 현실감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 공감대도 아쉽다.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기보다 그들만의 이야기라는 색채가 강하다. 모든 캐릭터에 사연을 부여해도 악역 현빈은 그저 냉정한 범죄자로 남겨 두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혹시나 싶은 설마는 역시나 사람을 잡는다.
박정선 기자 신의 악 수: '협상'은 한국 영화 최초로 협상이라는 소재를 스크린에 담는다. 한국에서는 최초라는데 왜 어디선가 본 듯할까. 예상이 가능한 전개, 뻔한 클리셰, 연극을 보는 듯한 대사 때문이다. 무엇도 요구하지 않는 인질범의 의문스러운 등장 이후 펼쳐지는 정재계 커넥션, 출생의 비밀, 죽는 순간에도 멋을 챙기는 주인공의 모습까지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다. 손예진이 연기하는 협상가 캐릭터는 협상가라고 하기엔 너무 감정적이다. 그나마 민폐 주인공으로 비치지 않는 것은 손예진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