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만 해도 '떡먹는 용만이'를 떠올린다. 그 이후 세대에겐 '잘 나가던 방송인'으로 인식돼 있다.
김용만은 유행어 하나 없다. 그럼에도 2000년·2002년·2003년까지 MBC 연예대상 영예의 대상 주인공이다. 코미디언보다는 방송인 이미지가 큰 덕분이다. 지금의 10대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그들도 기억하는 건 '올챙이송'. 신드롬처럼 전국에 울려퍼지던 '올챙이송'은 김용만이 진행하던 MBC '일요일일요일밤에-브레인 서바이벌'에 나온 노래다. 지금까지도 송일국의 아들인 삼둥이가 흥얼거리는 등 15년이 다 돼도 식지 않는 인기다.
자숙의 시간을 가졌던 김용만은 지난해부터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해피투게더' '런닝맨' 등에 나와 과거의 예능감을 되찾았고 고정 프로그램 MC로 이어졌다. JTBC '뭉쳐야 뜬다'에 출연 중이고 이달부터 올리브 '요상한 식당' MBN '황금알2' 진행을 맡는다.
누가 방송인 아니랄까봐 멈출 수 없는 '진행 본능'은 여전했다. 질문이 오가는 중간에도 되묻는게 많았다. '몇 살이냐' '결혼했냐' '관심사가 뭐냐' 등. 김용만과 지석진·유재석 등이 속한 사모임 '조동아리'. 아침부터 저녁까지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수다를 떤다는 그들의 모임을 잠시나마 다녀온 듯 했다.
1편에 이어...
-뻔한 예능 아닌 다른 걸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음악이요. 요즘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 많잖아요. 제가 생각한 건 그룹사운드에요. 악기 다루는걸 보여주고 싶어요. 비틀즈나 송골매 음악을 배워 공연까지 하는 걸 보여주면 어떨까 싶어요. 또 여행이라면 세계 곳곳의 박물관·미술관 등에 다니며 미술품을 사 경매에 참여해도 재미있을 거 같아요."
-예전에도 '지붕이 있어야 방송한다'할 정도로 실내를 고집했어요. 바뀐 시스템이 힘들지 않나요. "많이 달라져 힘들었어요. 요즘은 스튜디오 역할이 사라졌고 설령 있어도 최소한으로 줄였죠. 그런데 야외 나가도 힘들진 않아요. 카메라가 많아졌지만 그만큼 다각도로 촬영하다보니 여러번 찍지 않아서 좋아요. 예전에는 끊고 기다렸다가 다시 촬영하느라 힘들었는데 지금은 리얼리티가 우선이니깐요."
-시즌제 예능도 많아요. "사실 시즌제를 이해 못 했어요. 방송인으로서 자존심 상한다고 느꼈고든요. 우리는 뭐든 잘 해보고 안정적인 걸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니깐요. 한편으로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춰야하니 시즌제도 따라가야죠."
-13여년간 '섹션 TV 연예통신'을 진행했어요. "정말 오래해서 더욱 애착있고 남다른 프로그램이었죠. 그러다가 뉴스가 돼 직접 출연하기도 했고요…."
-미라클FC 축구 팀 소속이에요. "장우혁·장범준·유건·박진우 등이 멤버고요. 우리는 행사도 안 다니고 나중에 자식까지 데려와 축구하자는게 목표에요."
-축구를 상당히 좋아한다고요. "보는 거 하는 거 다 좋아하죠. 1980년대 초반 고등학생이었는데 그때 한일은행 팀이 태국 킹스컵에서 우승한 적이 있어요. TV 중계를 안 해줘서 라디오 주파수를 찾아 새벽에 혼자 듣고 소리 지르며 흥분할 정도 였죠. 어머니한테 혼날까봐 이불 뒤집어 쓰고 들었던 기억이 나요."
-한때 '일밤'의 터줏대감이었어요. 요즘 '일밤'은 어떤가요. "잘하고 있어요. '복면가왕'도 독특한 포맷을 잘 살렸고요. 워낙 잘하고 있어서 걱정되진 않아요. 뒷 코너들이 조금 더 힘을 보태주면 좋겠죠. 과거에도 늘 잘 된건 아니에요. 요즘은 독주가 없잖아요. 잘 나가던 '브레인 서바이벌'을 저지한 게 유재석·강호동이 하던 '공포의 쿵쿵따'에요. 재석이가 그랬어요. "형, 우리는 '쿵쿵따'로 자리잡기까지 코너를 30개나 바꿨어'라고요. 요즘은 다같이 윈윈(win win)인데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가급적 '일밤'이 잘되면 좋겠죠."
-'브레인 서바이벌'의 인기는 상당했어요. "순간 시청률이 40%까지 치솟았고 정준하 씨가 진행하던 '노브레인 서바이벌'도 잘 됐으니깐요. 타방송에서는 비슷한 포맷으로 오래 끌고 간 프로그램도 있었고요."
-그때 '떡먹는 용만이' '올챙이송'이 탄생했어요. "한 번은 해외를 나가려고 공항에 왔는데 모르는 여자분이 툭툭 치더라고요. 자신을 '올챙이송' 작곡가라고 소개했어요. 언젠가 꼭 만나서 저한테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었는데 우연히 만나 반갑다고요. 세상에 스쳐 지나가는 인연은 없구나고 느꼈어요. 아, 그 분이 '카봇'을 제작했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