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도 과감히 했다. 동생 이수현이 작곡할 때 어려워하면 도와주냐는 질문에 오빠 이찬혁은 "귀찮다"라고 응수했고, 수현은 "오빠를 하루 종일 봐서 눈을 감아도 보이는 게 싫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은 남달랐다. 괜히 가족이 아니었다. 이수현은 이찬혁이 "가끔 사람이 작았다 커졌다 한다"라는 말을 할 때 "오빠가 이상한 줄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더 심해지면 나한테 꼭 얘기해야 돼"라고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동생만 오빠를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 이찬혁은 자신이 군대에 가면 막 나갈 것 같다며 아직도 마냥 어린 동생이라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악동뮤지션은 지난 3일 '사춘기(하)'를 들고 8개월 만에 컴백했다. 지난 5월 발표한 '사춘기(상)'보다 한층 성숙한 감성이었다. 대중들도 단번에 알아차렸다. 앨범이 공개되자마자 타이틀곡 '오랜 날 오랜 밤'은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석권했다. 앨범 수록곡은 차트 줄세우기를 달성했다.
또한 지난 7일 방송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 출연해 1위를 달성했다. 악동뮤지션만의 입담도 인정받은 셈이었다.
악동뮤지션만의 독특한 감성과 가사들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하 일문일답.
- 만들어 놓은 곡이 많나. 찬혁= "예전엔 작곡할 때마다 번호를 매겨 정리했었다. 근데 곡 수가 많아지다 보니 힘들다. 게다가 공동작곡까지 생겨서 정리가 애매하다. 그래서 지금은 곡 수를 세고 있진 않지만, 미발표곡이 100곡 정도 있다. 그중에 20개 정도 빼고는 다 쓸 만한 노래다."
수현= "만약에 만든 노래들을 발표하지 못하면 사운드 클라우드에 뿌리고 죽을 거다. 아깝지 않나. 앞으로 많은 앨범을 냈으면 좋겠다. 벌써 3집을 준비하고 있다."
- 악동 뮤지션 노래를 들으면 소박한데 공감되고, 자기 고백 같으면서도 대중적이다. 악동뮤지션의 세계관은 뭘까.
찬혁= "살기 좋은 세상을 담아내고 싶다. 악동뮤지션의 노래는 사람이 만드는 살기 좋은 세상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
- '마리텔'에서 빅뱅을 따라해 화제였다. 수현= "어렸을 때부터 빅뱅을 좋아했다. 실제로 만난 것보다 영상이나 콘서트를 많이 봤다. 빅뱅 오빠들의 걸음걸이와 행동에 특색있다. '탑 오빠의 손짓은 저 오빠만이 할 수 있구나. 자기 색깔이 있는 건 좋은 거구나'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마리텔'을 준비하면서 '빅뱅 선배님이 이렇잖아'라고 오빠랑 이야기를 나눴고, 현장에서 행동 모사를 했다. 스태프도 많이 웃었고 반응이 좋았다. PD님께서 최근에 했던 녹화 중에 가장 재밌었다고 칭찬도 해주셨다. 빅뱅 선배님들을 존경하고 좋아해서 분석한 것이다. 예능이니까 팬들이나 빅뱅 선배님들이 기분 나쁘지 않게 받아주셨으면 좋겠다.(웃음)"
- 빌보드에서도 '별난 리듬, 감성적인 멜로디 느낄 수 있다'며 주목을 받았다. 찬혁= "현실감이 없다. 우리가 아는 그 빌보드가 정말 칭찬해 준건지 모르겠다. 싸이 선배님을 칭찬했다고 하면 '아~~'하는데, 우리한테 칭찬하면 '에이~~' 이런 느낌이다. 물론 당연히 기분 좋은데, 외국인이 우리를 듣고 있는 모습이 상상이 안 된다. 우리 노래의 메인은 가사인데 가사를 이해하면서 듣고 좋아해 주시는 건지 신기하다." 수현= "유튜브 리액션 비디오를 보면 아직도 신기하다. 우리에게 가사 말고도 다른 매력이 있나 보다."
- 남매지만 비지니스를 해야 한다. 불편한 점은 없나. 수현= "없고 오히려 편하다.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가족만큼 일 순 없진 않나. 가장 가까운 사람과 하니까 불편함이 전혀 없다."
찬혁= "서로 욕심이 있으면 힘들어 할 텐데 좋아하는 음악도 비슷하고, 지향하는 바도 같다."
-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가. 수현=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거의 없다. 사소한 걸 다 얘기하진 않지만, 하루의 대부분을 같이 보내기 때문에 모르는 게 있을 수 없다.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감을 때까지 같이 있다고 보면 된다."
찬혁= "눈을 감아도 보이는 게 수현이다. 로맨틱한 상황이 수현이한테 적용되는 게 마음에 안 든다.(웃음)"
- 작년에 '내년에 군대를 간다'고 말을 해 화제가 됐다. 찬혁= "올해(2017년)에 갈 생각이다. 올해 간다고 얘기했는데 '작년에 간다더니 왜 안가'라고 착각하시는 분들도 많다. 아직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 시기를 보고 있다.
- 군대에 가는 게 아쉽진 않나. 찬혁=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가는 곳이다. 빨리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이미 제대한 친구들도 있다. 또래의 친구들과 복무하고 싶다."
수현= "오빠가 빨리 군대 갔다 왔으면 좋겠다. 어차피 가야 하는 곳 아닌가. 올해 입대하는 건 찬성이다."
- 오빠가 군대에 가면 심심하겠다. 수현= "심심할 것 같다. 만약 혼자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공허할 것 같다. 오빠가 평소에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다. 잘못하다 거슬리는 행동을 하면 폭풍 잔소리를 한다. 그게 그리울 것 같다."
찬혁= "수현이를 놔두고 군대 가는 게 불안하다. 일 할 땐 내가 엄마 아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현이가 성인이 됐을 때 갔다 오면 더 혼자 막 나갈 수도 있을 것 같아 더 빨리 다녀오고 시다. 오빠로서 여동생을 걱정하는 마음은 다 똑같을 것 같다."
- 오빠가 동생을 지극히 챙기는 것 같다. 수현= "내가 워낙 활발하고 사교성이 좋다 보니까 걱정을 하는 것 같다. 오빠가 사람 잘 걸러준다. 근데 오빠는 자기가 없으면 내가 막 나갈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 어떤 어른이 되고 싶나. 찬혁= "최대한 어린 사람이 되고 싶다. 철 들지 않고 생각을 머무르게 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도 사람들의 팔과 다리가 움직이는 게 신기해했으면 좋겠다. 나중에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나'라는 마음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근데 이미 철이 든 것 같다. 이런저런 걱정을 많이 한다."
수현= "오빠가 어리게 살 것이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어른스러워지고 싶다. 둘 다 어리면 안 되고 둘 다 너무 성숙하면 안 되니까 비율이 맞았으면 좋겠다. 서로 반대되는 부분도 있어야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 만약 SBS 'K팝스타'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찬혁= "친구들과 똑같이 지내고 있지 않았을까. 대학 휴학하고 군대에 있거나, 평범한 대학생처럼 '앞으로 뭐 하지'라는 고민을 하고 있을 것 같다. 평범하고 불만 많은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수현= "오빠는 음악을 'K팝스타'하면서 시작했다. 예전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다. 아마 작가가 됐을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뮤지컬을 하지 않았을까. 원래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다."
- YG가 아닌 다른 기획사를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찬혁= "YG에서 이 정도로 우리를 어쿠스틱 쪽으로 보호해줄지 몰랐다. 다른 회사에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비슷하게 대하지 않았을까. 악동뮤지션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편곡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겠지만 비슷할 것 같다.
수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YG에서 우리를 편하게 대해주시기 때문에 한 번도 다른 회사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 어떤 사랑을 꿈꾸나. 찬혁= "운명을 믿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게 좋다. 첫인상보다 알아가는 단계가 필요하다. '썸'은 싫다. '썸'은 최근에 생긴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키가 작아야 한다.(웃음)"
수현= "사랑을 안 해보고 어려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영화 같은 사랑을 꿈꾼다. 첫눈에 반한다거나 첫사랑에 대한 환상이 있다. 로맨틱하지 않나."
- 어떤 가수로 사람들이 바라봐줬으면 좋겠나. 수현= "보고 있으면 예쁘고 힘이 되는 그룹이 되고 싶다."
찬혁= "옛날 그 세대 하면 딱 떠오르는 뮤지션들이 있지 않나. 고 김광석 님도 있고, 지금 세대에는 이적 선배님, 박진영 선배님 등 여러분이 있다. 나중에 지금 세대를 풍미했던 아티스트를 뽑으라고 했을 때 악동뮤지션이 떠올랐으면 좋겠다."
-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수현= "저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다. '악뮤 뷔페' 같은 다채로운 음악을 하고 싶다."
찬혁= "음악을 시작할 때 우리끼리 목표를 정했다. 음원사이트 들어가면 장르별로 구분이 돼 있지 않나. 거기에 '악뮤 장르'가 있었으면 좋겠다. 팝·발라드·힙합·록·CCM·경음악 밑에 '악뮤' 이렇게."
- 앞으로 계획은. 찬혁= "일단 '사춘기 하' 앨범을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노래 듣고 힘내셨으면 좋겠다. 시작이 좋으면 모든 게 다 좋다. 우리가 그 시작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편지를 쓰듯이 정성을 들여 준비했다. 듣게 된다면 전곡을 들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