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이 부산국제영화제의 모든 공식 일정을 마치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21일 치러진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이하 부국제) 폐막식을 끝으로 지난 3년간 부국제를 이끈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22년을 함께 한 김동호 이사장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영화제를 떠났다. 사퇴 선언은 번복되지 않았고, 22일 해단식이 두 사람의 마지막 일정이 될 전망이다.
강수연은 지난 2015년부터 부국제 집행위원장으로 위촉돼 약 3년간 부국제를 이끌었다. 하지만 부국제가 어려움을 걲으며 내부 직원들과도 불통·불신 논란에 휩싸였고, 올해 영화제를 끝으로 사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폐막식 당일 오전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진행된 결산 기자회견에서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부국제를 떠나며 자신의 심경과 속내를 드러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22일 해단식을 마무리하고 나와 김동호 이사장은 부국제와 관련된 공식적인 일을 모두 하지 않기로 했다"며 "새로운 이사회의 추천으로 새로운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선출될 계획이다"고 밝혔다.
내부 논란과 사퇴 결정에 대한 변명과 해명은 없었다. 다만 강수연은 마지막까지 부국제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해 눈길을 끌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굉장히 힘든 상황에서 영화제 존폐 위기를 겪었다. 올해 역시 힘들게 시작했다. 그런 염려와 우려와 걱정 속에서도 관객들은 영화만 좋다면 영화제의 영화를 보러온다는 걸 알았다. 아시아를 포함한 많은 영화인들이 방문해 영화제의 회복 성장세를 확인함과 동시에 영화제 개최의 의미를 더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국제를 만드는 사람도, 영화제를 지키는 사람도, 영화제의 주인도 오직 영화와 영화를 사랑하고 찾아주는 관객이라는 것을 올해 특히 더 극명하게 느꼈다. 그들이 영화제를 지키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며 "그 외에 어떤 것도 영화제를 훼손하고 방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또 "훌륭한 영화와 그걸 찾는 관객이 있는 한 영화제는 앞으로도 튼튼하고 안정적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며 "영화제는 지난 20여년 동안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꼭 지켜내야 한다"고 어필했다.
부국제를 둘러 싼 정치적 문제는 비단 국내 상황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중국과의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중국 영화, 중국 게스트들과의 협력도 어려웠던 것이 사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역시 "정치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치며 "영화인들은 어떤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서도 자신의 영화를 상영할 수 있고 만들 수 있다면 흔들리지 않는다"며 "중국 영화인들과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타계한 고(故)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및 수석프로그래머에 이어 김동호 위원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까지 부국제를 이끄는 주요 자리의 빈자리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과연 부국제 직원들의 바람처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영화제의 수장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될지, 어떤 영화인들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자리를 채워줄지, 부국제의 안정화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허상이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