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함의 연속이었다. 친구들이 하나둘씩 연예가를 떠들썩하게 만들며 전성기를 맞을 때 묵묵하게 제 갈 길을 갔다. 엄청난 스타덤은 아니었지만 적재적소 재치 입담을 자랑하며 고정 패널로 활약을 이어갔다.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이마저도 이젠 쉽지 않았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생계의 위협을 당하자 이민을 결심했다. 이민도 녹록지 않았다. 그러던 중 기회를 맞았다. MBC 추석특집 '톡쏘는 사이'와 '라디오 스타'로 깨알 웃음을 전해줬다.
본격적인 입담에 시동을 걸며 자신의 진가를 발휘한 김수용은 반짝 스타로 떠올랐다. '수드래곤(김수용+지드래곤)'으로 불리며 호감 지수를 높이고 있는 김수용은 절친 박수홍의 제2의 전성기를 바라보며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유재석의 전화가 '펠레의 저주'라고 밝혀 웃음을 전했다. "정말 착한 동기인데 펠레의 저주처럼 적중력은 좀 떨어진다. 내게 잘 될 거라고 전화해서 말해주는데 그 예상이 늘 빗나갔다. '해피투게더'에 출연했을 때 전화 와서는 '이제 형 잘 될 거야'라고 하길래 잔뜩 기대했는데 그 후로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재석이한테 전화를 걸어 '진짜 3개월 동안 아무 연락이 없었다'고 전해줬다. 그러다 최근 만났는데 또 '형 이번엔 정말 잘 될 것 같다'고 하길래 '제발 부탁이야. 그런 말 하지 말라달라'고 했다. 앞으론 내가 먼저 전화하겠다.(웃음)"
-동기들이 모여서 하는 프로그램도 재밌을 것 같다. "유재석·박수홍·김국진 등처럼 잘나가는 동기들도 있지만 소외된 동기들도 몇몇 있다. 아마 그 동기들 역시 속으로는 방송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 친구들까지 아울러서 하면 좋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스케줄이 문제니까 바쁜 사람을 프리하게 출연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포맷이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90년대 전성기 개그맨의 시대가 다시 열리는 것 같다. "방송도 항상 흐름이 있지 않나. 외국인, 셰프, 노래, 관찰 예능, 음식, 최근에는 아재 바람이 불었다. 아재들 흐름이 좋을 때 살짝 숟가락을 얹어야 할 것 같다. 다른 아재들 올라갈 때 나도 같이 올라가고 싶다."
-주위에 스타 개그맨이 많다. "내 주위에 잘 나가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복이다. 주위에 잘나가는 연예인이 없었으면 재기하는데 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운 좋게 무명 때 친했던 친구들이다. 김숙도 마찬가지다. 내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많으니 든든하다. 인간관계가 재산인 것 같다. 20년 넘게 인간관계를 이어왔다는 게 내겐 큰 재산이다."
-집에서 어떤 아빠인가. "딸이 8살이다. 늘 준비한 개그를 딸에게 보여주는데 '그건 아냐'라면서 한숨을 내쉰다. 그때마다 난 '네가 아직 어려서 그래. 고등학생 됐을 때 아빠가 오늘 한 얘기를 곱씹어봐. 그럼 웃다가 책상에서 떨어질 걸. 메모해놔'라고 한다. 8살짜리들은 말도 안 되는 춤을 추면 웃는다. 다 나이 때에 맞는 개그가 있는 것 같다."
-공백기를 경험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한 것 같다. "그동안 방송을 소극적으로 했다. 방송하면서 잘 웃지 않았다. 내가 할 얘기만 하고 무표정하게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근데 그게 나중에 보니 안 좋더라. 남들 얘기할 때 환하게 웃는 리액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즘은 자주 웃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웃으면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더 재밌어질 수도 있는 게 아닌가. 좀 더 밝아지려고 노력 중이다."
-내년 목표는 무엇인가. "고정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좋겠다. 2017년에는 뭐라도 하나 하고픈 마음이다. 일단 가을 개편 끝났다. 게스트로 쭉 활동하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킨 후에 내년 봄 개편에 제대로 된 프로그램 하나에 딱 들어가는 게 목표다. 이젠 인기가 사그라지면 안 된다. 진짜 마지막 기회다. 마지막 불꽃을 태워야 한다. 진짜 연예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스타가 되고픈 생각은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서 개그맨이 된 것이다. 스타는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전혀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