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를 물처럼 마시는 윤민수와 주량이 적다면서도 "소주 세병은 마신다"는 류재현의 팀 바이브다. 최근 정규 7집 '리피트'를 발표한 바이브와 데뷔 때부터 '윤후아빠'가 되기까지의 풀 스토리를 들어봤다.
2시간여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에 빠져들어보니, '장인'이란 두 글자가 떠오른다. 바이브는 2002년 1집으로 데뷔한 이래 '그 남자 그 여자''술이야''사진을 보다가''오래오래''미워도 다시한번''프로미스 유' 등 셀수없이 많은 히트곡을 냈다. 음악적 색깔은 단 한번도 변함없다. 서정적 발라드지만 훅은 확실했고 가사는 언제나 묵직한 한방씩 던졌다. 한 번도 안들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을 수는 없다는 '바이브표 발라드'다. 이 발라드의 완성은 언제나 윤민수의 폭발적인 가창이었다. 발끝부터 기를 모아 발사하는 듯한 격정적인 가창. 일부에서는 '감정 과잉'이란 지적도 하지만, 윤민수와 류재현은 확고하다. 바이브표 발라드는 '그렇게 부르는게 제맛'이란 얘기. 이들은 이 발라드를 '케이소울'(K-SOUL)이라 명했고 이미 상표 등록까지 마쳤다.
그래서 바이브는 장인이다. 꾸준하게 자신의 색깔을 지킨 결과물을 내놓고, 계승을 위한 노력에도 게으르지 않기 때문이다.
-공식질문입니다. 주량은 어떻게 되나요.
(윤민수) "주량은 병이 아니라, 시간이죠. 한 번 날잡고 마실때 12시간, 15시간씩 마셔요. 한 번은 3일도 마셔봤어요. 보통 오후 6시에 시작해서 해뜨는거 보고 들어간단 얘기죠. 맥주로 마시면 50병정도는 마시는거 같아요."
(류재현) "민수는 거의 당해낼 사람이 없어요. 스포츠쪽에서는 서장훈·현주엽씨가 돋보적이라고 하던데, 얼마전에 서장훈 씨랑 술을 한잔 했어요. 그 때 '현주엽보다 더한 놈이 있네'라고 하더라고요. 전 술이 세지는 않아요. 소주 2~3병 정도 마시면 딱 좋아요."
-주사가 있나요.
(윤민수) "만취할 때 아니면 주사는 없어요. 있다면 옆사람 집에 못가게 하는 거죠. 우리랑 마시다보면 워낙 오래 마시니까 집에 가려는 사람들이 있을거 아녜요. 그러면 일단 재워요. 하하. 시간을 충분히 주고, 일어나서 다시 술을 따라주죠."
(류재현) "그러다 해가 뜨고 더 이상은 안돼겠다 싶으면 보내는 거예요."
-멤버는 어떻게 되나요.
(윤민수) "랜덤이죠. 순간순간 보고 싶은 사람들 번개로 만나요. 먹다가도 보고 싶은 사람있으면 부르기도 하고요. 술을 자주 마시는 편은 아니예요. 공연이 있거나, 방송이 있으면 입에도 대지않아요. 그럴때는 술 생각이 안나고 노래를 해야하니까 몸에서 거부를 해요. 큰 공연 마치면 그 공허함을 술로 풀기는 하죠. 사실 술이 목관리에 정말 좋지 않죠. 담배보다 더 해요."
-심지어는 소속 가수들도 술을 잘마시는걸로 알아요.
(윤민수) "은영이(벤)는 깡이 있죠. 정신력으로 버텨요. 아버지들이 약주하고 있으면 딸이 옆에 앉아서 안주도 챙기고 그러잖아요. 은영이는 깡도 센데 성격까지 좋아서 그런것도 잘챙기죠. (신)용재는 잘 먹는 편은 아닌데 좋아는 하고요. 반병 마시면 취해요."
(류재현) "얼마전에 용재한테 '넌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드냐'라고 물었거든요. 그런 생각은 안든다고 하대요."
-본격적으로 과거 얘기를 해볼게요. 두 분이 처음 만난건 언제였나요.
(윤민수) "전 바이브보다 포맨으로 먼저 데뷔했어요. 근데 잘 안돼서 해체하는 분위기였죠. 그 당시에 재현이는 바이브를 시작하려고 팀을 꾸리고 있었고요. 근데 당시에 알앤비를 하는 보컬이 별로 없었어요. 브라운아이드의 나얼과 저 정도 말고는요."
(류재현) "수소문끝에 민수를 찾아서 오디션을 봤죠. 오디션이라기보다는 당시 '미워도 다시 한번'을 반쯤 써놨던 상황인데, 그 곡이랑 잘맞는 보컬인지 확인하는 자리였어요. 근데 딱 어울리더라고요. 그날 밤에 녹음을 하고 같이 해보자가 된거죠."
(윤민수) "사실 제가 재현이에게 반했어요. 음악이 정말 좋은거예요. 완전 제 스타일이었죠. 이건 꼭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당시에 그렇게 곡을 잘쓰는 사람이 없었어요. 브라운아이드의 윤건 씨 정도였을거예요. 노래를 불렀을때 이건 팝이다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어떻게 이런 멜로디가 나왔지라는 생각도 했고요. 사실 계약조건이 좋지는 않았아요. 근데 상관없었죠. 꼭 그 노래를 불러야했거든요." -첫 인상도 궁금하네요.
(윤민수) "재현이는 빨간 폴라티에 찢어진 거지 바지같은걸 입고 있었어요. 머리는 칼 단발이었고요. 나완 전혀 다른 사람이란걸 본능적으로 알수있었죠. 하하. 근데 그냥 얘가 하는 음악이 좋았어요. 매 순간 음악을 들을때마다 깜짝 놀랐으니까요. 요즘은 그게 좀 덜해요. 하하. 확실히 덜 하죠. 결혼한 친구한테 연애를 하라고 할 수도 없고. 농담이고요. 류재현은 이성과 감성을 갖고 있는 작곡가라고 생각해요. 비즈니스적인 마인드와 감성을 갖고 있는 영악한 작곡가라고 봐요."
(류재현) "다 뜯어진 힙합 바지를 입고 이는데 노래가 살벌했죠. 저도 깜짝 놀랐고요. 근데 뭐 요즘엔 그런거 없죠. 하하. 전 민수가 항상 노력하는 보컬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이순간도 노래에 대한 생각이 멈추지 않을거예요."
-1집부터 바이브의 음악은 격정적이었어요.
(윤민수) "격정적으로 부르는게 트렌드였죠. 한국적인 정서와도 잘맞고, 그 당시 알앤비는 기승전결이 분명했으니까요. 미국의 보이스투맨 음악만 들어봐도, 애드리브가 들어가면서 찬가 비슷하게 울분을 토해내는게 유행했잖아요. 저와 재현이도 그런 느낌을 좋아했고요. 근데 나라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감성이 편해진거 같아요. 음악도 이지한걸 찾게 되는거 같고요. 그 당시에 노래한 친구들이 많이 울었다면 이젠 울음을 그치고 약간 넋두리하듯 씁쓸하고 허전하면서 담백하게 부르는게 유행처럼 번진거 같아요. 이번 앨범에서도 옛날 보컬 스타일을 흉내냈다고 하는데, 목소리를 흉내낸거예요. 울고 난 뒤의 넑두리같은 느낌으로요. 우리의 노래를 두고 감정 과잉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전 그걸 하나의 장르라고 생각해요. KC & JOJO 같은 경우에도 토를 할 정도로 감정을 녹여서 노래하거든요. 한이 느껴지는게 있어요. 우리 사운드에 맞게 표현하려는 건데, 과하다고 지적하면 억울한 부분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