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KS) 5차전을7-6으로 승리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1차전을 3-5로 패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내리 4경기를 모두 승리해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KIA의 KS 우승은 2009년 이후 8년 만이자 구단 역사상 11번째. 반면 2015년부터 3년 연속이자 통산 여섯 번째 KS 우승을 노렸던 두산은 KIA를 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KBO 리그 역사상 처음 성사된 '단군 매치'로 관심을 모았고, 결국 KIA가 웃었다.
KS 우승 원동력 중 하나는 외국인 선수였다. KIA는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33)가 KS에서 19타수 10안타 7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우승이 확정된 5차전에서도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변함 없는 모습을 보였다.
'투수 듀오' 헥터 노에시(30)와 팻딘(28)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헥터는 1차전 패전 투수가 됐지만 5차전에서 6이닝 8피안타 5실점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실점이 다소 많았지만 불펜이 약한 팀 사정상 투구수 118개까지 소화하면서 최대한 버텼다. 1차전에서 판정패했던 더스틴 니퍼트(두산)와의 리턴 매치에서 승리를 거두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팻딘은 1승1패로 팽팽하게 맞선 3차전 선발로 나와 7이닝 3실점 쾌투로 승리를 따냈다. 마이클 보우덴(두산)의 4이닝 4실점 부진이 맞물리면서 더욱 강한 인상을 남겼다.
KIA는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구단 역사상 최고액인 170만 달러(19억1000만원)에 헥터를 영입했고, 올 시즌 같은 금액으로 재계약을 했다. 2년 도합 340만 달러(38억2000만원). 헥터는 이 기간 동안 정규시즌에서 35승을 따내면서 양현종과 함께 마운드를 이끌었다. 올 시즌엔 외국인 투수로는 역대 네 번째 20승 고지를 밟기도 했다. 적지 않은 연봉이지만 그만큼의 값어치를 해냈다.
팻딘도 마찬가지. KIA는 지크 스프루일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팻딘을 영입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19경기(1승6패 평균자책점 6.28)에 불과했지만 총액 90만 달러(10억1000만원)를 안겼다. SK와 재계약한 메릴 켈리(SK)의 연봉이 85만 달러(9억5000만원)라는 것을 고려하면 통 큰 투자였다. SK는 팻딘보다 빅리그 경험이 더 많은 스캇 다이아몬드를 60만 달러(6억7000만원)에 영입했다. 자칫 오버 페이가 될 수 있었지만 팻딘은 정규시즌 9승에 KS 1승을 더해 10승을 채웠다.
화룡점정은 버나디나가 찍었다. KIA는 2014년부터 3년 연속 한솥밥을 먹은 브렛 필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필은 타율 3할과 홈런 20개를 보장할 수 있는 타자였지만 업그레이드를 원했다. 고심 끝에 레이더에 포착된 선수가 바로 버나디나다. 워싱턴 주전 외야수 출신인 버나디나는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KIA는 85만 달러(9억5000만원)를 투자했다. 결과는 대성공. 정규시즌 13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0·27홈런·111타점을 기록했다.
KIA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에만 총액 345만 달러(38억7000만원)를 사용했다. 그리고 세 선수는 투타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강점으로 거듭났다. 투자가 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