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열일을 펼치고 있다. 주말 드라마와 스릴러 영화라는 전혀 다른 장르로 극과 극의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는 만큼 지루함과 지겨움은 없다. 연기에 대한 갈증을 온전히 쏟아내고 있는 배우 유선(43)이다.
영화 '진범(고정욱 감독)'은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만든 작품이다. 신선한 스토리를 기본으로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라 판단됐다. 이를 증명하듯 영화 속 유선은 단 한 신도 빠짐없이 극한의 감정을 내비친다. 철저히 계산했고, 한 방울의 에너지까지 쥐어 짰다. 힘들었던 만큼 의미있는 작업으로 남게 된 필모그래피다.
유의미한 행보 한켠엔 배우로서 고민, 워킹맘으로서 고충도 존재한다. 남편의 열정적 지지와 응원, 그리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외조가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고마움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 그 자체에 대한 가치를 잃지 않으려 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기에, 스스로는 알고있는 노력이기에 어떤 선택도 후회는 없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전작 '어린 의뢰인'에서도 쉽지 않은 연기를 했다. "힘있고, 감정을 깊게 담아내고, 그걸 쏟아낼 수 있는 연기에 대한 갈증이 커질 무렵 '진범'과 '어린 의뢰인' 제의를 받았다. 촬영은 '진범'을 먼저 진행했는데, '진범'을 경험한 것이 '의뢰인'을 결정하는데 힘을 실어줬다. 배우들과 열정적으로 호흡 맞췄던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서 '어린 의뢰인'에서도 이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갈증은 어느정도 해소됐나. "한다고 했는데 여전히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 과정이 고통스러웠던 것은 '어린 의뢰인'이었다. 캐릭터 설정상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 컸다. 외로운 싸움이었다. 그에 반해 '진범'은 캐릭터 자체는 '어린 의뢰인'과 마찬가지로 해야 할 것이 많았지만 함계 호흡 맞추는 동료들에게 힘을 많이 받았고, 의지할 수 있었다. 힘겨움이 완화가 됐달까? 무언가 도전했을 때 후회한 적은 한번도 없다. 흥행과 상관없이 주변에서도 배우로서 내 선택의 목적과 마음을 이ㅐ해 주더라. 위로가 됐다."
-송새벽과 첫 미팅 때 8시간이나 이야기를 나눴다고. 송새벽은 말이 없기로 유명한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 했나. "대화의 8할이 송새벽이었다. 하하. 잠깐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면 대화가 끊기기 마련이다. 합류하기가 어렵다. 근데 송새벽은 다르다. 완전 입담꾼이다. 에피소드가 끝이 없다. 재미있고 유쾌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솔직하다. 처음 만난 사람이라고 예의를 갖추거나 '이 사람들과는 여기까지만 이야기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그렇게 오래 이야기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서로 서로 마음을 확 열었던 것 같다." -연기에도 도움이 됐나. "당연히. 모니터 앞에서 대기하며 나눴던 편안한 대화들이 휴식이 되고, 힐링이 되고, 충전이 됐다. 되게 자연스러워서 나도 놀랐다. 사실 극중 캐릭터들의 관계는 너무 많이 친해지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송새벽은 '편안해야 자유롭게 호흡할 수 있다'고 해서 MT도 추진했는데, 나는 좀 걱정이 되더라. '텐션이 안 살면 어쩌나' 싶었던 것 같다. '인간 송새벽을 알고 연기하는게 도움이 될까?' 생각하기도 했고. 근데 신뢰를 쌓고 연기한다는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된다는걸 새롭게 느꼈다. 내가 뭘 해도 다 받아주니까. 서로 마음껏 받아 줄 준비가 돼 있으니 진짜 편안한 연기가 나오더라. 신기했다." -3차 MT를 또 간다고 하던데. "개봉 기념으로 가야할 것 같다. 적극적이다.(웃음) 보통 한 작품을 할 때 MT를 이렇게 가지도 않지만, 가더라도 한 번 정도 가고 가서도 고만고만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부다. 깊어지기도 힘들다. '가자!' 할 때 맞장구 쳐주는 사람도 없다 보니 추진이 잘 안 된다. '진범' 만큼 단합이 잘 되는 팀도 없었다." -배우들이 유선을 편한하게 생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동네 누나 같아서?(웃음) (김)성균 씨와도 세 작품 정도 했는데 성균 씨도 그러더라. '저 누나 사연 많고 분위기 있을 것 같다'고 느꼈는데 아니라고. 하하. 난 날 편하게 생각해 주는게 참 기분 좋다. 솔직히 남배우들과는 작품이 끝나면 친밀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연락을 주고 받기 애매한 지점들이 있는데, 송새벽이나 오민석, 김성균 등 친구들은 진짜 동생 같아 나도 편하게 대하고 있다. 안부도 묻고 모니터도 해 준다. 소중한 인연이다."
-영화에 드라마까지 소처럼 일하고 있다. "이렇게 일한지 몇 년 안 됐다. 아이 낳고 한동안 정체기를 겪었고, 잘 안 풀렸던 기간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조금씩 커 가면서 일하는 패턴이 자리를 잡았다. 일과 육아의 균형면에서도 안정감을 찾았다. 그러다 보니 좋은 기회가 오면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아이가 올해 6살인데 엄마 일을 알고 이해해준다. 드라마도 같이 본다.(웃음)"
-남편의 지지와 응원이 있을 것 같다. "세상 모든 워킹맘들은 이해할 것이다. 남편의 서포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 남편은 너무 기쁜 마음으로 해주니까 일을 하는데 있어 가능성도 점점 높아진다. 아이에게 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빠가 충분히 채워주고 있다. 피로가 쌓여 주말에는 낮잠을 자야 할 때가 있는데, 아이가 먼저 '엄만 들어가서 좀 자. 난 아빠랑 놀면 돼'라고 한다. 놀이동산에 갈 때도 '아빠랑 갔다 올테니까 엄마는 좀 쉬어'라고 한다. 둘의 배려가 고맙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