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②] 비 "'팬클럽' 해체 후 일용직..JYP 오디션, 패자부활전 기회였다"
가수 비(본명 정지훈)는 뜻깊고 알찬 2017년을 보내고 있다.
지난 1월 배우 김태희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렸고 연말엔 아빠가 된다. 하반기엔 연예계 활동을 휘몰아치며,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노린다. 2012년 주연한 영화 '알투비: 리턴 투 베이스' 이후 5년 만에 찍은 한국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촬영을 마쳤고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는 12월엔 3년 만에 미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 '태양을 피하는 방법' '레이니즘' 등 비의 대표곡을 잇는 또 하나의 히트송이 탄생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영화와 앨범보다 먼저 선보이는 건 10월 28일 첫 방송되는 KBS 2TV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이다. 멘토이자 진행자로 출연한다. 1998년 그룹 '팬클럽'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비가 처음으로 고정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정상을 찍은 가수이자 무명의 설움과 그룹 해체의 아픔을 겪은, 연예계 단맛과 짠맛을 다 맛본 '선배 비'가 프로그램에서 들려 줄 이야기에 이목이 쏠린다.
하반기 스케줄이 꽉 찬 비와 어렵게 '일간스포츠 창간 48주년 특집'으로 진행한 취중토크 자리에 함께했다. 취중토크 인터뷰는 2010년 이후 7년 만이다. "술을 마시면 금방 몸이 빨개진다"면서도 시원하게 맥주잔을 비워 내며 지난 연예계 생활과 앞으로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냈다.
- '팬클럽' 때 아픈 기억 때문에 '더 유닛'에 출연한 건 진심인가요.
"옛날 그룹 활동의 추억은 아픈 추억이 아니에요. 많이 배웠어요. 힘든 때일수록 어렇게 해야겠다는 걸 배웠죠. 그룹이 해체하고 나서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어요. 그때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할 상황이라서 일용직도 많이 했어요. 지금 일산에 있는 아파트 몇 채는 제가 지었어요.(웃음)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했는데 결국 가장 쉬운 게 춤이랑 노래더라고요. 그게 제일 재밌는 일이었어요. 그리고 우연치 않은 기회에 박진영 형한테 오디션을 보게 됐죠. 아는 형이 소개해 줘서 우연히 야구하러 나갔는데 마침 그 형한테 진영이 형 전화가 왔어요. 그래서 JYP 건물에 가게 됐죠. 그때는 지금처럼 사옥이 아니라 옆에 전당포도 있고 그랬어요. 그때 진영이 형이 날 보고 '저 친구는 뭐야? 누구야?' 그래서 그 형이 '가수를 준비하다가 실패한 준비생인데 춤을 잘 춰요'라고 소개해 줬어요. 그때 머릿속에 뭔가 확 번개가 치는 거예요. 그렇게 오디션을 보게 됐는데 진영이 형이 알아봐 준 거죠. 당시에 굉장히 수많은 기획사를 만났고 미팅을 했지만 다 떨어졌었거든요. 팀을 꾸리는 데 혼자 키가 커서 안 맞다고 떨어뜨린 곳도 있었어요. 그런 저에게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있었던 거죠. '더 유닛' 친구들에게도 그걸 알려 주고 싶어요. 그리고 오프닝 때 내가 할 말을 메뉴얼처럼 정해 둘 거예요. '여러분, 상처받지 맙시다. 나는 소중합니다.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라고요. 사실 '더 유닛'에 나오고 싶어도 못 나온 친구들도 있을 거 아니에요. 프로그램에서 뽑는 데뷔조가 되지 않더라도 이걸 계기로 다른 기획사에 캐스팅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더 유닛'은 제가 팬클럽이 해체됐다가 진영이 형을 만난 것처럼 또 다른 길로 가는 '열린 창구'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 예전부터 박진영씨와 듀엣곡이나 무대에 대한 바람이 있었는데요. 언제 볼 수 있을까요.
"늙어서 같이하죠. 뭐.(웃음)"
- 데뷔 이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지금이요. 지금 제일 행복해요."
- 정상도 찍었지만, 부침도 있었죠. 후회되는 순간은 없나요.
"너무 꼿꼿한 소나무처럼 행동하지 말고 '조금 유하게 행동할 걸'이라는 아쉬움은 있죠. 옛날엔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게 아니라 꼿꼿하게 서 있다가 부러지는 스타일이었어요."
-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구설에 휘말리고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가장 힘들었던 건 데뷔하고 얼마 안 됐을 때예요. '더 유닛' 참가자들의 마음이 내 데뷔 때 마음이었어요. 그땐 밥 한 끼 사 먹을 돈도 없었어요. 씻지 못할 때도 많았고요. 못 먹고 못 씻고 못 자는 것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앨범을 낸 걸 사람들이 언젠가 알아줄까'라는 고민과 걱정 때문에 더 힘들었죠. 연예계는 버티면 이기는 동네인데 버티는 게 참 힘들었어요."
- 영화 '스피드 레이서'로 국내 배우로는 처음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참여했죠. 하지만 이후 할리우드 행보가 아쉬웠어요.
"할리우드에서 수많은 제안이 있긴 했었죠. 그때 군대도 가야 했어요. 군대에 갔다 왔는데 확실히 공백은 무시를 못 하겠더라고요. 그리고 제대 이후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활동이 많아졌어요. 한국 일본 중국에서 활동하다 보니 정신이 없었죠.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워요. 영화를 좀 더 했다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하고요. 근데 콘서트 투어도 해야 했어요. 1년이라는 시간이 부족할 만큼 바빴어요."
- 드라마와 영화를 다 합쳐서 가장 아끼는 대표작은 뭔가요.
"아무래도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예요. 첫 주연 작품이죠.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순수하게 찍었던 것 같아요. 그땐 진짜 내가 곧 상두였고, 상두가 나였어요. 아직까지도 '상두야, 학교가자'는 내 인생의 최고의 작품이자 데뷔작이에요. 그 전에 보조 출연을 한 적이 있긴 한데 그것마저도 다 편집됐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내가 단역을 한 건 모르실 거예요. "
※인터뷰③에서 계속됩니다.
김연지 기자
사진=박세완 기자
영상=박찬우 기자
영상편집=민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