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자우림이 음악 활동 20년을 돌아봤다. 1990년대 홍대를 돌며 "세상을 부숴버리겠다"는 마음으로 음악을 해온 이들은 2018년 여전히 청춘의 마음을 대변하는 음악으로 사랑받고 있다. 22년차가 됐지만 큰 감흥은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도 음악만으로 먹고 사는 지금을 다행으로 생각했고, 지금의 감정을 잘 담아낼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것이 변함없는 목표라고 말했다.
셀프 타이틀인 정규10집 '자우림'에는 지난해 선공개된 'XOXO'를 포함해 '광견시대(狂犬時代)', '아는 아이', '슬리핑 뷰티(Sleeping Beauty)', '있지', '영원히 영원히', '기브 미 원 리즌(Give me one reason)', '사이코 해븐(Psycho heaven)', '아더 원스 아이(Other one’s eye)',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까지 총 10곡이 수록됐다. 멤버들은 "가장 자우림다운 음악으로 채웠다. 동화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동시에 관능적인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노래들이다"고 소개했다.
-22일 정규10집 발매를 앞둔 소감은. 김윤아 "앨범을 만들고 나면 항상 정기적으로 거치는 과정이 있다. 처음 녹음시작하고 바쁠 때는 '이것 밖에 안 되나' '언제 다 하지' 하는 괴로움에 시달린다. 이 시기가 지나면 정신줄을 놓고 영혼없이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그 시기가 다 지나면 앨범이 딱 나오게 되는데, 그 이후 자아도취의 시기가 도래한다. 지금 자아도취 시기라서 이 앨범이 너무 좋고 발매가 기다려진다."
-벌써 22년차가 됐다. 이선규 "20주년 때도 그랬지만 실감이 나질 않는다." 김진만 "그런 이야기를 주위에서 가끔 듣는데 우리를 비행기 태우려고 하는 것 같다. 아직 타지 않으려 한다."
-비행기를 타지 않기엔 앨범명이 너무 '자우림'이다. 김진만 "셀프 타이틀 앨범은 우리가 앨범을 준비할 때마다 고려했던 사안이다. 전에는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다같이 동의를 했다." 김윤아 "앨범 전반적으로 사운드 완성도에 만족한다. 자우림이니까 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음악들로 채웠다. 열 개의 트랙들이 모여 자우림 자체를 설명한다고 생각했다."
-싱글로 음원차트를 꾸준히 공략하는 방법도 있을텐데. 김진만 "앨범을 만들어 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또 우리랑 가장 잘 맞는 작업방식이다. 싱글로 열 개를 각각 낸다면 이렇게 멋있진 않을 거다."
-20주년을 기념한 곡이 있나. 김윤아 "10번 트랙 'XOXO'로 보면 될 것 같다. 팬 분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작업했고 만 20주년이 되던 지난해 선공개를 했다. 우리가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음악을 이해해주신 팬 분들 덕분이다. 우리도, 팬들도 초심 잃지 않고 서로를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감사에 대해 노래한 것이 별로 없어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타이틀곡이 '영원히 영원히'가 된 배경은. 김윤아 "회사에 방송에서 라이브가 가능한 노래를 알려줬고 그 안에서 선택이 됐다. 공연할 때 관객들과 엄청난 시간을 만들기 위해 넣은 노래가 있어서 그 한 곡을 배제하고 나머지 중에 타이틀곡을 골랐다. 회사에서 여러 모니터를 한 후 '영원히 영원히'로 정해졌다. 의도를 갖고 타이틀곡을 중간인 5번 트랙에 배치한 것은 아니다." 이선규 "의도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앨범을 다 만들고 나서 어떤 맥락이 있다는 걸 느끼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김윤아 "이렇게 이어지는 흐름이 가장 앨범이 좋게 들리는 것 같다. 1번 트랙 '광견시대'를 앞에 배치한 것은 신의 한수라 본다. 앞에서 '빵' 터뜨리고 가니까 뒤에 음악이 궁금해지는 느낌이다."
-'영원히 영원히' 곡 설명을 해달라. 김윤아 "처음 만들기 시작했을 때 주변에 건강하신 분들이 2~3년 사이 열 분 가까이 돌아가셨다. 자우림이 이야기 했던 것 중 하나가 '매일 무슨 일이 생길 지 모르니까 지금 여기서 행복해지자'인데 그런 맥락을 가진 노래다. 처음에는 '유서'라는 가제를 정해두고 어둡게 작업했는데, 마지막을 눈 앞에 둔 어떤 사람이 소중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상상하면서 지금의 분위기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