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최상위 기관인 대한축구협회(KFA)는 복지 및 연봉뿐 아니라 비리 문제에서도 '신의 직장'이었다. 2012년 절도미수와 횡령 혐의로 회사를 떠나는 직원 A씨를 사직시키면서 입막음 조로 위로금을 지급해 논란에 휩싸였던 KFA가 또다시 비리 직원 B씨에게 수억원대의 위로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KFA에서 여러 가지 직책을 역임했던 조직 내의 권력자 중 1명이었다. B씨의 퇴직위로금 액수는 2012년 당시 A씨가 가져간 돈보다 최소 3억원이 껑충 뛴 4억5000만원(퇴직금 별도) 이상으로 추정된다. 관행이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액수만 더 불어났다.
B씨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KFA 법인카드로 안마 업소 등에서 400여만원 가까운 금액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업무상 배임 행위가 인정돼 2013년 12월 31일 벌금 100만원 형을 선고받았고, 본인도 죄를 인정하고 벌금을 납부해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KFA는 명백히 비리를 저지른 B씨의 해고 절차를 차일피일 미뤘고, 결국 판결이 내려진 지 5개월 뒤에야 해고했다. 그 뒤에도 KFA는 인사 규정 변경 문제로 해고 무효 소송에 휘말렸고 B씨를 복직시켰다가 거액의 퇴직금을 안기고 퇴사시켰다.
이때 KFA가 B씨에게 지급한 금액은 퇴직위로금 4억1000만원에 학자금 4000만원을 포함해 정확히 4억5000만원이다. 이 외에 퇴직금이 따로 지급됐기 때문에 그 액수는 더 늘어난다. 이처럼 명백한 비리를 저지르고도 오히려 위로금을 받고 퇴직하는 이상한 광경이 KFA에서 벌어졌다.
KFA가 B씨의 비리 사실을 몰랐던 것도 아니다. KFA는 2011년 12월, 당시 직원의 투서로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묵인했다. 오히려 2012년 초 진행된 대한체육회의 특별 감사에도 '문제없음'으로 보고해 사건을 자초했다. 심지어 이 특별 감사는 KFA가 횡령 직원 A씨에게 퇴직 위로금을 지급했던 일 때문에 실시된 것이다. 하지만 KFA는 비리 사실을 자진 신고하는 대신 침묵으로 일관했고, 결국 B씨에게 거액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2012년 초, A씨의 횡령 사실과 퇴직 위로금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 비난에 시달렸던 KFA의 조중연 전 회장은 "순간의 어려움을 회피하려는 안일한 일 처리로 축구팬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반성했다. 이어 "일부 주장대로 축구협회가 비리의 온상이거나 비자금 마련 등 회계상 부정을 한 일은 전혀 없다"며 더 이상 비리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제의 A직원을 고소하고 퇴직위로금을 환수하겠다는 조치를 내놨지만 이마저 소송에서 패소해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해당 기간 동안 B씨에게 지급한 연봉과 퇴직위로금 그리고 해고 무효 소송에 들어간 비용까지 더하면 수억원의 돈과 시간을 낭비한 셈이다.
4년 전이나 지금이나 KFA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KFA에 배정된 예산을 거리낌 없이 내 돈처럼 사용한 비리 직원은 손해를 배상해도 모자랄 판에 거액의 위로금을 받고 조직을 떠났고, 이 문제를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만하면 진정 '신의 직장'이 아닐 수 없다.
------------------------------------------------------------------------------------------------ ▶반론보도문=해당 기사의 B씨는 "비리를 원인으로 한 해고무효소송에서 승소했으나 직장생활을 지속하기 힘들어 법원의 강제 조정을 통해 배상금을 협회 측으로부터 받은 것이며, 배상금액도 기사에 언급된 것보다 적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