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배우로서 생애 첫 주연을 맡은 영화가 감사하지 않을리 없고, 기억되지 않을리 없다. 다소 어색하고 아쉬운 연기도 풋풋한 신인이기 때문에 남길 수 있는 추억일 터.
영화 '여교사(김태용 감독)'는 배우 이원근(25)의 스크린 첫 단추를 끼게 만든 작품이다. 시작이 좋아야 과정도 좋고 끝도 좋다. 충무로에서 촉망받는 감독을 만났고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봤던 선배 김하늘·유인영과 호흡 맞췄다.
웃어도 속을 알 수 없고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매력이 '여교사' 남자주인공이라는 큰 자리를 따내게 만든 원동력이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벅찬 감정을 진심으로 표현할 줄 아는 배우. 이원근의 앞 날에 예약돼 있는 꽃길이다.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 재하는 영악하다. 재하의 감정을 어느 정도 이해했나.
"감독님이 리딩을 하고 준비할 때 앞 뒤 감정은 생각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당장 눈 앞에 놓인 신만 생각하라고, 재하의 마음이 어디에 치우쳐져 있는지는 물음표로 놓고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느낌으로 연기하라고 하셨다."
- 뭔가 추상적이다.
"추상적이고 오묘한데 그게 '여교사'의 분위기고 또 재하 캐릭터였다. 나도 어떤 답을 내놓고 연기를 했던 것이 아니다. 재하 역시 답이 정해져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1차원적인 아이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감독님께서 어떤 느낌을 갖고 시나리오를 쓰셨는지 말씀해 주시지도 않았다."
- 첫 촬영부터 끝날 때까지 같은 태도였나.
"첫 촬영 땐 내가 너무 긴장해서 대사를 잊었다. 가만히 눈만 뜨고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컷을 안 하시더라. 표정 때문이었다. 무슨 생각인지 아리송한 느낌이 좋았다고 하셨다.(웃음) 감독님은 답을 아는데 나는 답을 모르는 그런 긴장감이 지속됐다."
- 답답하지는 않았나.
"감독님에게 확실한 답이 있겠다는 믿음이 더 컸다. '감독님의 말이 당연히 맞겠지'라고 생각했다. 기분 좋으면 웃고 속상하면 그런 표정을 지으면 됐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면 나도 혼란스럽고 감독님도 혼란스러울 수 있지 않나. 첫 영화였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할 여유도 없었다."
- 극중 재하처럼 진짜 좋아한다면 이용 당할 수도 있을까.
"현실에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사랑받기 위해 뭔들 못할까. 재하는 사랑받기 위해 혜영의 꾐을 알면서도 사랑을 주지 않나. 나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사랑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사랑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받기 위해 뭐든 충실히 다 하는 스타일이다. 사랑에 있어서 만큼은 그렇다."
- 그런 의미에서 김하늘은 왜 그렇까지 싫어한 것일까.
"재하는 이미 혜영에게 엄마같은 사랑을 느꼈다. 엄마가 나를 버리면 매달릴 수 밖에 없지 않나. 다른 엄마가 손을 내민다고 해서 덥석 잡고 '엄마'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나. 재하에게 혜영과 효주(김하늘)는 그런 차이점이 있다."
- 베드신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줍어 하거나 긴장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선배와 후배이기 이전에 남자와 여자다. 나이도 어린 내가 수줍어하고 얼굴이 빨개진다면 그로 인해 현장 분위기나 선배님들이 힘들어 하실 수도 있다. 능숙 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신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그래도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을텐데.
"아무래도 공기가 무겁고 차가워질 수 밖에 없다. 나 스스로 큰 결심을 해야 했다. 나름 걱정과 고민은 있었지만 부끄럽지는 않았다. 시나리오에서 봤을 때도, 직접 연기를 할 때도 같은 마음이었다."
- 몸매 관리도 했나.
"감독님께서 절대 하지 말라고 하셨다. 식스팩 나오고 갑바 나온 고등학생이 어디 있냐고 하시더라. '운동 배울까요?'라고 물었을 때 '내 캐릭터를 이미지로만 생각해?'라면서 되려 호통을 치셨다. '몸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갈비뼈가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2kg 정도를 더 뺐다."
- 생각했던 것과 다른 디렉팅이 또 있었다면.
"말투였다. 발음이 잘 안 들리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누가 말을 또박또박하고 의사 전달을 정확히 해. 그렇지 않아'라고 하셨다. 그래서 조금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