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축구가 위기라는 말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신태용호'는 잘 헤쳐나갈 겁니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범근(64) 전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 폭풍우 속에 출항하는 '축구대표팀 선장' 신태용(47) 감독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15일 서울 평창동 자택에서 만난 차 전 부위원장은 "힘든 시기에 감독을 맡은 사람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정말 많이 힘들 것이다. 우리가 (그런 대표팀을 헤아리지 못하고) 이렇다 저렇다고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축구는 내년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A조 선두를 굳힌 이란(승점 20)에 이어 2위(승점 13)에 머무르고 있는데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과의 승점 차가 겨우 1점에 불과하다. 월드컵 본선 직행을 위해서는 오는 8월 31일 최종예선 이란과 9차전(홈), 9월 5일 우즈베키스탄과 최종 10차전(원정)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신 감독은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을 대신해 지난 4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8강)과 지난 6월 국내에서 끝난 2017 U-20 월드컵(16강)에서 이미 2차례나 '소방수' 역할을 맡은 신 감독에게 한국 축구는 또다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중책을 맡겼다.
차 전 부위원장은 "어려운 시기에 대표팀을 이끌게 됐지만 신 감독의 역량이라면 임무를 잘해 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믿음을 보였다. 이어 "(신 감독이) 이란·우즈벡전 2경기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지금은 무조건 응원을 보내는 것이 우리 축구인들과 팬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차 전 부위원장은 대표팀에 컴백하는 아들 차두리(37)에 대한 얘기도 잊지 않았다.
신 감독은 지난 12일 자신과 함께 러시아월드컵 진출을 이뤄낼 동료로 차두리를 선택하고 코치 자리에 선임했다.
신 감독은 "차두리 코치가 여러 차례 고사했지만 일주일을 따라다닌 끝에 간신히 설득을 했다. 코치로서 가장 중요한 소통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로써 전임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전력분석관을 지낸 차두리는 70여일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셈이다. 그 사이 차 코치는 유럽축구연맹(UEFA)의 A급 코치 자격증을 획득했다.
슈틸리케 전 감독과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의 만류에도 지난 4월 위기에 처한 대표팀을 돌연 떠난 차 코치였기에 논란이 뒤따랐다. 슈틸리케 감독 경질 직전 대표팀을 떠났고, 신 감독이 부임하자 곧바로 대표팀에 승선한 모양새가 된 때문이다.
차 전 부위원장은 "(차)두리가 대표팀에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에서 그동안 고민이 무척 많았다. 어쨌든 두리는 자신 때문에 팀이나 축구협회, 지도자가 상처를 입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감독으로부터 제의가 왔을 때도 두 번째 대표팀 합류 기회이기에 고민이 더 많았다. 하지만 축구를 한 사람 입장에서 한국 축구가 어려운 상황인데 계속 거절만 할 수 없어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차 코치는 이미 신 감독과 함께 이란전에 나설 대표팀 선수 구성을 위해 K리그 현장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차 전 부위원장은 이제부터는 감독·코칭스태프·선수가 힘을 합쳐 월드컵만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신 감독은 이미 앞선 2차례 경험을 토대로 좋은 팀을 만들 것이다. 또 이런 팀에서 손흥민처럼 뛰어난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좋은 활약을 펼쳐주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손흥민이 빨리 부상에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태용호'에 마지막 당부를 해달라고 하자 차 전 부위원장은 "현재 상황을 성공적으로 잘 이겨내고 월드컵에 나가야 한다. 떠난 팬들의 마음을 다시 끌어오고 월드컵 본선에서 잘해서 축구의 인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