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라는 인사보다 "우와, 예쁘다"라는 감탄사가 먼저 터졌다. 예쁘고 잘생긴 배우들이 차고 넘치는 영화계에서 수 많은 배우들을 만나며 외모에 대한 감흥이 없어지려는 찰나, 자꾸 감상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비주얼을 오랜만에 마주했다.
8등신 혹은 10등신 몸매가 주로 부각되는 배우 유인영(34)은 알고보면 외모가 더 많이 예쁜 배우다. 잡티 하나없는 피부에 한 손에 가려질 법한 얼굴 크기는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대단하다.
깍쟁이 이미지 역시 유인영에 대한 선입견일 뿐이다. 조근조근 나긋나긋한 말투와 여성스러운 행동은 센 역할을 주로 맡았던 유인영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반전 매력을 엿보이게 했다. 영화 '여교사(김태용 감독)' 속 혜영의 탄생이 이해가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유인영의 진가는 최근 JTBC '아는형님', tvN '인생술집'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도 알려졌다. 피하기만 했던 SNS도 조심스레 개설하며 소통을 시작한 유인영. 2017년 솔솔 부는 변화의 바람이 유인영을 얼마만큼 또 성장시킬지 기대가 높다.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 혜영이 재하를 사랑했냐, 하지 않았냐에 대한 의견도 갈린다.
"사실 회상 장면이 삭제됐다. 그 장면이 있었다면 의문이 들지 않았을텐데 약간 헷갈리게 그려진 것 같기는 하다. 과거에는 분명 재하(이원근)를 사랑한 것이 맞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혜영에게 재하는 지나간 옛 사랑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 과거의 관계는 어땠나.
"재하는 학교 이사회에서 후원하는 아이들 중 한 명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행사의 일환으로 다 함께 놀이동산에 갔고, 나는 이사장 딸로 참석해 재하를 처음 만나게 됐다. 하지만 난 억지로 간 것이라 행사에 관심도 없고 하기도 싫어한다. 재하 역시 혼자 다니고. 재하가 방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가갔고 누나 동생으로 알고 지내다가 서로 좋아하게 된 것이다."
- 그 때 시작된 관계가 계속 이어진 것인가.
"그건 아니다. 그 사이에 이미 한 번 헤어졌다. 여느 평범한 연인처럼 만났다가 헤어진 것이다. 그러다 학교에 발령을 받았는데 그 곳에서 재하를 다시 만나게 됐다. 재하는 풋사랑인 혜영을 못 잊고 있었고 혜영은 안정적으로 가는 길을 선택해 모든 것을 버리고 잊었는데 재하를 만나면서 흔들린 것이다." - 그런 상황을 모른 채 보다 보니까 '엄마같은'이라는 표현은 효주에게 더 어울리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
"맞다. 지금 영화에서는 혜영을 통해 '엄마'의 느낌이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혜영 역시 재하와 만날 땐 동생처럼 챙겨주고 아껴주면서 재하가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됐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편집이 많이 아쉽다. 감독님께서 편집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해주셨을 땐 '아, 그래요?' 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고 많은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 편집 방향에 따라 분위기가 천차만별 달라질 법한 작품이다.
"실제로 여러 편집본이 있다고 들었다. 결정을 내리기 위해 모니터 시사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체적인 결과물로 봤을 땐 나와 재하의 이야기가 빠지는 것이 훨씬 낫다. 깔끔하고 부드럽다. 하지만 직접 연기한 배우로서 아쉬움이 남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 확실히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굉장히 불찬절하다. 어떻게 보면 '너희가 알아서 생각해~'라고 툭 던져주는 느낌이다. 근데 또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있었을까. 관객들이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모든 평가가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 그 속에 많은 메시지를 담으려 노력한 것이 보이더라.
"솔직히 영화에 대해 인터뷰 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거 내용을 뭐라고 해야 돼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효주와 혜영의 관계를 먼저 설명해야 하는지, 아니면 삼각관계를 이야기 해야 하는지, 그것도 아니면 회사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혹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언급해야 하는지 중심을 잡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아직도 줄거리를 이야기 하라고 하면 버벅댄다.(웃음)" -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많은 것을 담고 있지만 결코 지저분하지 않다. 그리고 감독님께서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들을 의도한대로 조금 조금씩 다 넣으신 것 같다. 그럼 성공적인 결과물이 나온 것 아닐까.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어떻게 나올지 전혀 감이 안 잡혀 떨리기도 했는데 오히려 보고 나니까 좋다. 후련하다."
- 남성과 여성 관객들의 시각이 많이 다를 것 같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부분도 남자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여성 분들의 반응은 이전에도 많이 들었기 때문에 남성 분들이 어떻게 봐 주셨을지 궁금했다. 아니나 다를까 확연히 나뉘더라. 효주의 입장을 이해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혜영이가 왜? 효주 쟤가 이상한 것 아니에요?'라고 하셨다. '혜영이가 악역이에요? 왜?'라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 실제 유인영이라면 혜영과 효주 중 누구에게 더 감정이입을 할 것 같은가.
"아무래도 효주 쪽을 따라가지 않을까.(웃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효주가 조금은 극단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일상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을 겪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예외적인 캐릭터라 생각하지 않는다. 관객 분들도 내 처지에 따라 다른 반응을 나타낼 것 같다."
- 김하늘·이원근과의 호흡은 어땠나.
"특별한 것이 없었다. 안 친하고 무미건조해 보일 수 있는데 그게 서로가 싫고 안 맞아서가 아니었다. '하늘 선배님, 하늘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번 영화에서 만큼은 그래 보고 싶었다. 근데 그런 나를 선배님도 잘 받아 주셨다. 나 같아도 살갑게 굴고 잘해주는 후배가 예쁘지. 선배님은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나를 전혀 섭섭해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인지 정신적 교감은 다른 작품보다 훨씬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원근 씨야 워낙 신인이었고 영화 자체가 처음이라 우리가 많이 어려웠을 것이다. 잘 챙겨주고 싶었는데 부족했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