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화제성일까, 시장 개혁의 시초일까. '킹덤'을 바라보는 시선이 오로지 하나로만 집약된 것은 아니다.
초반 관심도와 화제성은 성공적이다. 넷플릭스의 전폭적이고 전투적 지원으로 '킹덤'은 넷플릭스가 선보인 여느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들에 비해 '금수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만큼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애정할 수 밖에 없는 콘텐츠임을 내부적으로는 입증받았다는 것을 가늠케 한다.
'킹덤'은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K드라마'지만, 첫 한국 콘텐츠는 아니다. 그 처음엔 이미 칸 영화제까지 다녀 온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있었고, 유병재의 'B의 농담', 유재석의 '범인은 바로 너', 승리의 'YG 전자' 등 예능 프로그램 제작은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전세계 190여개국에서 서비스 되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가입자 수는 이미 1억 명을 넘겼고, 국내에서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친근한 플랫폼'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영상 콘텐츠의 발달로 더 이상 브라운관·스크린만 활용하는 시대는 지났지만,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적응 시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만 따졌을 때, 넷플릭스는 이 과도기를 겪고 있고 '킹덤'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상황이다.
시작이 중요한만큼 넷플릭스는 첫 국내 협업 영화 제작에 충무로 거장 봉준호와 손 잡았고, 예능 프로그램 역시 자타공인 넘버원 예능인 유재석을 캐스팅 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국내에서 작품 자체로 화제성을 모으지는 못했다. '옥자'는 스크린 상영과 개봉 이슈에 작품이 묻혀 버렸고, 예능 프로그램은 만들어졌는지 모르는 이들도 태반이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더 더욱 '킹덤' 공개 후 뒤따를 반응과 영향력, 후폭풍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어차피 넷플릭스는 조회수 등 수치화 된 결과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온·오프라인 반응을 통해 화제성은 충분히 체감 할 수 있다. 좋은 작품은 반드시 소문나기 마련이다. 넷플릭스를 향한 우왕좌왕한 분위기가 '킹덤'을 통해 잡힐지도 관심사다.
작품의 완성도가 기대 이상이라면, 제작자들은 넷플릭스 쪽으로 발걸음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넷플릭스가 모든 콘텐츠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 단계를 넘는다면 최상의 조건에서 창작자의 역량을 뽐낼 수 있다.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의 말처럼 국내 TV드라마, 영화는 아무리 등급을 달아도 표현에 제약이 걸리기 마련이다. 투자와 제작에도 한계가 있다. 내부적 판단은 있겠지만 대회적 시청률과 관객수에 미친듯이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넷플릭스를 창구로 안방에서 글로벌 시청자들과 마주한다는 강점도 있다.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의 양이 많아지면 질적 향상은 자연스레 뒤따른다. 콘텐츠의 질이 좋으면 이용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 이 긍정적 영향력의 물꼬를 '킹덤'이 전작에 비해 조금이나마 더 터줄지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신뢰성 있는 콘텐츠가 넷플릭스로 빠져 나가면 그 빈자리는 또 다른 콘텐츠들이 채우겠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넷플릭스까지 영역이 확장된다는 자체가 콘텐츠 시장의 지각변동을 의미한다.
넷플릭스 김민영 책임자는 "'킹덤'은 한국의 전통적인 시스템에서는 만들 수 없는 콘텐츠였다. 장르적인 면에서도 다르다. '가장 최상의 넷플릭스 플팻폼으로 전달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단순한 한국 드라마를 넘어 K드라마를 보지 않은 분들도 볼 수 있는 쇼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관계자들은 "넷플릭스 안에서는 제약도 없고, 한계도 없을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넷플릭스 플랫폼 자체가 제약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더 그렇다. '킹덤'은 속된 말로 돈을 쏟아 부었고, 최고에 최고만 붙여놨으니 순간 관심도는 당연히 높다. 그러나 화제성을 위한 화제성인 것도 맞다. '옥자' 때도 난리는 났었다"며 "다만 모든 콘텐츠가 '킹덤' 같을 수는 없다. 어떤 방대한 해석 보다는 '좋은 콘텐츠, 재미있는 콘텐츠가 나왔다, 본다'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