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잃지 않은 싱그러움이다. 김고은(28)이 김고은을 뛰어 넘었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정지우 감독)'이 개봉 후 4일째 순항 중이다. '늑대소년(조성희 감독)'을 제치고 7년만에 역대 멜로 오프닝 최고 스코어를 다시 쓰면서 시작부터 흥행 청신호를 밝혔다. 현 시대 청춘을 대표하는 김고은과 정해인의 만남, 그리고 '은교' 신드롬의 주역 김고은과 정지우 감독의 만남이 모두 통했다. 그 중심엔 '김고은'이 있다. 성장에 따른 변화, 시간이 선물해준 깊이감은 지금의 '배우 김고은' 분위기를 완성시켰다.
공감의 힘은 크다. 김고은에게 '유열의 음악앨범'은 공감으로 끌렸다. 현우(정해인)와 미수의 애틋한 사랑을 이해했고, 미수의 성장에 실제 김고은을 투영시켰다. 닮았지만 닮지 않은 미수. 닮고 싶은 캐릭터로 기꺼이 만들어냈다. "실제 내 자존감이 무너져 회복을 하는 단계에서 '유열의 음악앨범'과 미수를 만났다. '지금의 내가 잘 표현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은교에 이어 미수까지. 운명이 찾아낸 인연이다.
최고의 위치에서 모두의 부러움만 받을 것이라 여겨졌던 시기, 김고은은 남 모를 성장통을 홀로 앓았다. 스스로 '괜찮다' 생각했지만 괜찮지 않았던 시간들은 행복하기만 해도 모자랄 순간, 준비도 없이 '무너짐'으로 찾아왔다. 스스로의 행보를 되짚었고,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했다. 누군가를 온전히 믿기보다 나를 믿으며 단단하게 극복한 결과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것. 보이는 그대로가 김고은의 그대로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최선을 다할 김고은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기꺼이 행복할 준비가 돼 있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정지우 감독이 미수에 대해 특별히 주문한 내용이 있나. "시나리오 각색 전 대강의 스토리를 말씀해 주시면서 초고를 주셨다. 그리고 '김고은의 이 시기, 이 기분, 이 기운을 담고 싶다'고 하셨다. 사실 '은교' 때 첫 오디션을 보고 나서 '할 수 있겠냐' 물어보는 감독님에게 '못해요'라고 답했다.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고 하시길래 진짜 죽어라 생각했다.(웃음) 감독님이 생각할 시간과 함께 남기셨던 말이 '이 영화를 해서 잘 될 것을 생각하지 말고, 가장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 봐라. 그래도 한 번 해보겠다 싶으면 다시 연락을 줘라'였다. 머리 싸매고 부모님과 상의할 때도 '난 못할 것 같다' '할 수 있을까?' '하는게 나을까' 수 많은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할 것 같으면 하고 후회하자'는 것이었다."
-그 정도면 오디션을 보러 간 것이 신기하다. "하하. 맞다. 오디션을 본건 결국 그 작품이 하고 싶고, 캐릭터를 따내기 위함인데, 정작 '하자'는 쪽에 '못한다'고 했으니까. 감독님이 '너 너무 웃긴다'고도 했었다. 어린 패기였던 것 같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안 하는 편이라.(웃음) 그러면서 감독님과 다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난 사실 이 인물을 잘 그려낼 자신이 있다'고 하시더라. 그리고 그 말을 6년만에 다시 들었다. 대본 받고, 감독님과 커피 마시면서 수다 떠는데 '자신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아, 그럼 하겠습니다'라고 바로 답했다."
-시원시원하다. 맺고 끊음이 정확한 것 같다. "아주 처음 미수를 마주했을 땐 감독님에게 여러 의문을 제기했다. '이 부분은 이해가 안 가고, 이 부분은 왜 그런 거예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초반엔 '같이 하자'는 느낌이 아니었고 시나리오 모니터링 느낌으로 건네 주셔서 조금 더 편하게 읽기도 했다. '네가 했으면 좋겠어서 주는거야'라고 하시길래 그 때부터 미수에 나를 투영시켰다."
-'은교' 때와 달리 '정지우 감독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은교' 땐 현장이라는 것을 살필 겨를이 아예 없었다. 스태프 분들과 친하게 잘 지냈던 것 같기는 한데, 내가 잘 됐으면 좋겠는 마음에 응원해 주시고,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봐 주셨던 기운이 생각나는 정도다. 그만큼 아무것도 몰랐다. 카메라가 저기 있으면 여기 서야 하는 이유도 몰랐고, 오른손으로 물 마신 컷이 오케이가 났는데 그 후 바스트를 찍을 때 또 오른손으로 물을 마셔야 하는 이유도 몰랐다. 나는 신나게 왼손으로 마셨는데 스태프 분이 달려와 '아깐 오른손이었어요' 하면 '네! 맞아요!' 하고 있었으니까. 다시 생각해도 정말 미치겠다.(웃음) 감독님은 그런 나를 데리고 영화를 찍으셔야 했고, 난 많은 부분을 감독님께 기대면서 갈 수 밖에 없었다. '연기만 신경 써'라는 디렉팅이 있었기 때문에 오로지 연기만 신경썼다."
-이번에는 스스로도 달랐다고 생각하나. "'은교' 이후 6년간 다양한 작품을 만나면서 알게 모르게 경험과 성숙함이 쌓였을 것이다. 확실히 현장이 많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감독님께 가장 도움이 되고 싶었던 부분은 감독님의 이야기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 감독님은 디렉션을 주실 때 굉장히 신중하게 준다. 정확한 표현 보다는 어떤 테두리에 대해 이야기 하는 편이어서 '은교' 때 그 말 뜻을 이해하려고 시간을 썼던 기억이 있다. 엄청 헤매다가도 그 느낌이 유레카처럼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었다. 감독님께 가장 감사했던 부분이었다. '이게 아니고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라는 디렉션을 주셨다면 위축됐을 것 같기도 하다. '내 생각은 틀리구나' 했을테니까. 그래서 이번엔 그 시간을 단축하고 싶었다."
-정지우 감독과는 꾸준히 연락을 하며 지냈나. "사석에서 1년에 한번은 꼭 만났다. 그때 그때 나의 이야기나 상태 등에 대해 제일 꾸밈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였다. 감독님을 진짜 6년만에 만나는 것이었으면 도움이 안 됐을 수도 있는데 꾸준히 봐 왔기 때문에 감독님이 두 마디만 해도 '알겠어요!' 할 수 있었다." -미수가 답답한 순간은 없었나. "김고은의 입장에서 미수를 봤을 땐 당연히 답답한 모습들이 있다. 하지만 김고은보다 당당한 모습도 있어 어느정도 절충이 됐다. 미수는 분명 미수만의 매력이 있다.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 "누군가를 좋아해도 '좋아한다' 말하는건 못한다. 하지만 하게 된다면 그 순간에는 최선을 다한다. 약간 무엇이든 '후회를 하지 말자'는 주의가 있다. 일적인 부분도 그렇고, 연애도 그렇고, 사람 관계에 있어서도 같은 마음인 것 같다. 무언가 끝이 맺어지거나 할 때 '후회스럽고 미련이 남는 일은 하지 말자'고 늘 생각한다."
-일부러 노력하는 편인가. "되든 안 되든 노력은 한다.(웃음) 후회를 안 하려는 이유는 안 좋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자체를 인정하려고. '나 그때 최선을 다하지 않았어'라는 생각이 들면 더 억울하다. 혹평에 '사실 어떤 상황이었고, 어땠기 때문에 그랬어'라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한도끝도 없다. 결국 핑계이기도 하다. 그럼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다. 가장 견제하는 지점이다. '유열의 음악앨범' 역시 부족한 점은 분명 있었겠지만, 50회 차가 넘어가는 현장에서 당시의 나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하려고 했다."
-김고은의 싱그러움과 여유로움이 깊어졌다는 평이 많다. "악! 너무 감사한 말들인데 나는 잘 모르겠다. 쑥스럽다.(웃음) 편안함이 많이 묻어나서 그런 것 아닐까 싶다. 평소 애드리브를 하는 편이 아닌데, 감독님이 가끔 컷을 안 하실 때가 있었다. 상황만 던져주고 '두 분이 알아서 해보세요'라는 뜻이다. 대본은 이미 끝났지만 어떻게든 이어 나가야 했다. (정)해인 씨와 놀라울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다. 많이 고마웠다."
-미수가 현우에게 빠지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극중 가볍게, 하지만 여러번 언급되는 '외모'도 이유 중 하나였을까. "적용이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전혀 상관이 없다는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고.(웃음) 처음 가까워졌을 땐 현우가 자기 이야기를 했을 때. 그때 한번 확 왔던 것 같고, 함께 일을 하며 친해지는 과정에서 생긴 호감 아니었을까. 현우와 미수에게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순간들처럼 헤어질 수 없는 순간들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연스럽지만 깊이있는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