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구단은 13일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로 잔여 시즌을 치른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대행은 지난달 23일 김성근 감독이 중도 퇴진한 뒤 지휘봉을 넘겨받아 올 시즌 17경기를 이끌었다. 그 기간 성적은 6승11패다.
공석이 된 한화 감독 자리를 놓고 그동안 수많은 '설'이 흘러나왔다. 재야에 있는 베테랑 감독들과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의 해설위원을 비롯한 여러 인물이 하마평에 올랐다. 실체는 없고 소문만 무성한 시간이 3주나 흘렀다. 그 사이 한화는 고심을 거듭했다. 감독대행 체제를 유지하기에는 남은 시즌이 너무 길고, 당장 새 감독을 선임하기에는 시즌 도중 검토할 수 있는 후보군에 제약이 많아서였다. 한화는 결국 고심 끝에 새 감독 선임을 시즌 이후로 미루고 이 대행 체제를 유지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화 구단은 "갑작스러운 감독 부재 상황에서 팀의 중장기 비전 실현을 위해 이번 시즌 종료 시까지 이 대행에게 팀을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대행이 지휘했던 17경기에 대한 내부 평가가 나쁘지 않았던 점도 이런 선택의 배경이 됐다. 감독 없이 치르는 경기가 늘어날수록 감독대행 체제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조금씩 옅어졌다. 구단은 "이 대행이 감독대행이라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빠른 시간 내에 팀을 정상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잔여 시즌 동안 선수단 운영의 권한을 부여하고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화의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은 시즌이 끝난 뒤 원점에서 다시 시작된다. 박종훈 한화 단장은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아무래도 장기적인 관점으로 새 감독을 곧바로 선임하기에는 너무 쫓기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며 "시즌이 끝난 뒤에 지금보다 더 넓은 후보군을 두고 깊이 고민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시즌 종료 후 감독 후보 리스트를 다시 작성한다면, 현재 다른 구단에 소속된 베테랑 코치들까지 모두 후보군에 포함시킬 수 있다. 2012년 한화에서 감독대행을 경험한 한용덕 두산 코치, 한화에 영구 결번을 남긴 장종훈 롯데 코치 등이 이 같은 사례에 해당된다.
물론 이 대행도 엄연한 차기 감독 후보다. 박 단장은 "일단 쉽지 않은 부탁이었는데 이 대행이 고맙게도 받아들여 줬다"며 "어떻게 보면 이 대행에게도 (감독으로서) 역량을 보여 줄 수 있는 또 다른 시간이 주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당장 '대행'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할 수 있지만 "넓은 관점에서 봤을 때는 아주 좋은 기회"라는 설명이다.
한화는 감독대행 체제 확정 발표 전까지 올 시즌 24승36패로 8위에 올라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5위 팀 SK와는 7게임 차까지 벌어진 상태다. 한화는 지난 2년간 끊임없이 외부 FA(프리에이전트)를 영입하고,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세 명에게도 48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다.
한화는 이 대행 체제로 소화하게 될 남은 경기에서 반등을 이룰 수 있을까. 주사위는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