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 원년(1982년)부터 대행 체제가 있었다. 삼미는 박현식 초대 감독을 성적 부진 이유로 13경기 만에 경질했다. 이선덕 코치가 대행에 올랐고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팀을 맡았다. 역대 최장 기간 대행이다. 교체 효과는 미미했다. 3승10패 삼미는 이 대행 부임 이후에도 55패(12승)를 당했다. 역대 최저 승률(0.188)이다.
같은 해 해태도 초대 감독인 김동엽 감독을 13경기 만에 경질했다. 조창수 감독대행 체제로 67경기를 치렀다. 전기 리그는 20승20패, 5할 승률로 마쳤다. 하지만 후기 리그에선 18승22패를 기록하며 4위에 그쳤다. 해태는 이듬해 김응용 감독을 영입해 왕조를 구축한다.
감독대행 체제로 성공을 거둔 팀은 많지 않다. 대부분 전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팀은 떠난 뒤 지휘봉을 잡는다. 분위기 수습은 쉽지 않다. 50경기 이상 경기를 지휘한 감독대행 15명 중 5할 승률 이상 기록한 감독대행은 5명에 불과하다. 이들도 대부분 전년도 성적이 좋아 수준급 전력을 갖춘 팀을 맡은 덕이 크다. 대행 자리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아 정식 감독으로 취임한 사례도 있다. 강병철 감독은 1983년 7월 물러난 박영길 감독의 대행을 맡았다. 50경기에서 21승29패에 그쳤지만 이듬해 1월 10일 대행 딱지를 뗐다. 1984년 롯데의 우승을 이끌었다. 김성근 감독도 2001년 이광은 감독에 이어 LG 사령탑에 올랐다. 98경기에서 49승7무42패, 승률 0.538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9승1무25패에 그치며 최하위던 팀을 6위까지 올려놨다. 시즌이 끝난 뒤 바로 정식 감독이 됐고 2002년 LG를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한화는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올 시즌도 김성근 감독이 물러나기 전 43경기에서 18승25패로 9위에 머물렀다. 그동안 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른 팀들의 성적, 현재 한화의 전력을 감안하면 반등 기대치는 높지 않다. 이상군 대행도 17경기에서 6승11패에 그쳤다.
하지만 소통을 강조하며 팀 분위기를 안정시켰고, 투수진 출전 관리를 신경쓰며 전임 감독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남은 시즌을 보장받았고, 80경기 이상 팀을 맡는다. 그사이 자신만의 지도력을 보여 준다면 새로운 기회가 올 수도 있다. 2006년 6월 이순철 감독이 물러난 뒤 LG의 감독대행을 맡은 양승호 감독은 정식 감독은 되지 못했지만 2010년 10월 제리 로이스터 감독에 이어 롯데 감독으로 선임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