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합이 맞춰졌을 때 너무 행복해요." 올해 데뷔 20년 차를 맞은 배우 김선영(44)의 변함없는 연기 열정이 느껴지는 답변이었다. 지난 2001년 연극 '연극이 끝난 후에'로 데뷔한 김선영은 2017년까지 꾸준하게 연극 무대 위를 오르내렸다. 방송가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tvN '응답하라 1988'(2015-2016)이다. 작품이 크게 성공했고 연기력도 인정받은 김선영에게 러브콜이 쏟아졌다. '원티드' '쇼핑왕 루이' '파수꾼' '땐뽀걸즈' '그녀의 사생활' '열여덟의 순간' '동백꽃 필 무렵' '사랑의 불시착' '꼰대인턴' '편의점 샛별이' 등 드라마와 함께 쉴 틈 없이 달려왔다. 내년 상반기까지 이미 스케줄이 꽉 차 있다.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지만 연기에 대한 애착과 집중력은 남다르다. 두 달 전 제56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여자 조연상을 수상했던 그 당시를 떠올렸다. 정말 수상까지 이어질 줄 몰랐다면서 본인의 이름이 새겨진 트로피를 다시금 바라봤다.
-취중토크 공식 질문입니다. 주량이 어떻게 되나요. "주량은 그때그때 컨디션에 따라 다르고 맥주 한두 잔 정도 마시면 취해요. 체력이 안 따라주더라고요."
-술버릇이 있나요. "그건 사적인 얘기니까 비밀로 할게요.(웃음)"
-자주 만나는 술친구가 있나요. "극단이 있으니까 극단 친구들과 자주 만나요. KBS 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함께했던 (이)선희랑 친해서 자주 봐요."
-백상예술대상 수상을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그날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호명됐을 때 '헐? 진짜? 대박?' 이러면서 뛰어갔던 기억이 나요. 날 기다리는 게 미안해서 뛰어갔어요."
-무대 위에 올라가니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진짜 너무 훌륭한 분들이 많아서 떨리고 정신이 없더라고요. 연기 외에 주목받는 게 너무 불편해요. 아무도 안 쳐다봤으면 좋겠어요. 연기할 때는 괜찮은데 연기 외적인 일은 이상하게 어색해요. 어릴 땐 연기를 안 하니 그 부분을 통해 대리 만족하고 그랬거든요. 과거 내가 교육을 받았던 시절엔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게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더 어색하고 불편해요."
-수상 이후 축하를 많이 받았을 텐데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요. "지금은 다른 회사에 있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과거의 스태프들이 장문의 문자를 보냈어요. 조용하고 수줍음 많았던 친구들이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데 굉장히 감동적이더라고요."
-김혜자 선생님과 인사하는 걸 봤어요. "선생님과 인연이 없었지만 너무 좋아해요. 어마 무시한 선생님이시잖아요. 실물로 뵌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직접 찾아가서 인사했죠. 모든 배우들이 존경하는 선생님이잖아요."
-tvN '사랑의 불시착'에서 북한 사투리가 인상적이었어요. "사투리 연기가 쉽지는 않죠. 선생님이 가이드를 따주면 그걸 반복해서 들으면서 연습했어요. 그 당시엔 버릇처럼 나오고 그랬어요."
-'사랑의 불시착'으로 수상했지만 '동백꽃 필 무렵' 역시 지분이 컸어요. "너무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두 작품을 안 했으면 이런 상을 받았겠어요. 좋은 작품을 만나서 좋은 작품 덕분에 받는 상이라고 생각해요."
-'동백꽃 필 무렵'에선 옹산 주민들의 활약이 돋보였어요. "구석구석 알뜰살뜰 (임상춘) 작가님이 다 챙긴 작품이라 그래요. 드라마 '전원일기' 같은 그런 느낌이었죠. 예전에 '전원일기' 너무 좋아했었는데 또 안 하나요. 오디션 진행하면 좀 보고 싶네요.(웃음)"
-가족 같은 사람들과 작품이 끝나면 헤어지니 너무 아쉽겠어요. "반복되는 이별 과정이 참 아쉬워요. 연극은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극단을 하고 작품을 하니 그렇지 않은데 드라마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또 같이 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데 내가 만드는 게 아니니 그러기 쉽지 않죠. 계속 새로운 회사에 다니면서 적응하는 느낌이에요. 어느 순간 진심이었던 에너지가 테크닉이 되는 거죠. 근데 그건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마음을 쓰는 직업이다 보니 더 그런 것뿐이죠. 스스로도 마음으로 만난 사람이 아니면 적당히 만나야 한다는 마음의 선이 생긴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건 있어요. 극 중 딸 역할이나 아들 역할로 나왔던, 내가 품어주던 친구들과 헤어지면 한동안 마음이 쓰여요. 보고 싶고요."
-지치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네요. "좀 지쳤을 때 쉬었어요. 그리고 다시 시작해서 아직까지는 괜찮은데 내년 상반기까지 작품이 다 잡혀 있어서 앞으로의 일은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매일 안 지치고 하겠어요. 지치면 지치는 대로 하는 거죠. 어쩔 수 있나요. 힘들어도 초등학생인 딸을 키우고 있는데 열심히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