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까지 U-20 세계 대회에 20차례 도전해 단 한 번 4강 신화를 이뤘다. 1983년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우루과이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2-1 승리를 거둔 게 처음이자 마지막 4강 진출이었다.
◇안방에서 신화 재연?
딱 한 번의 신화였지만 멕시코 U-20 월드컵 4강은 전 세계에 한국 축구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축구 변방' 한국의 청년들이 일궈낸 4강 신화에 세계가 놀랐다. 외신들은 상하의 모두 붉은 유니폼을 입고 녹색의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한국 U-20 대표팀 선수들에게 '붉은 악마'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 때부터 한국 축구는 끈질기고 치열하게 상대를 괴롭히는 근성의 '붉은 악마'로 세계 무대에 눈도장을 찍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대표팀을 이끌었던 박종환(79) 감독은 아시아의 명장으로 떠올랐고, '4강 주역' 김종부(52) 경남 FC 감독과 신연호(53) 단국대 감독도 스타덤에 올랐다.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2017년 5월,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이 다시 한 번 4강에 도전한다. 신태용팀은 열흘 뒤 개막하는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서 8강을 넘어 4강, 그 이상의 성적을 다짐하고 있다.
이들의 각오는 '허세'가 아니다. 신 감독을 중심으로 잘 짜여진 팀은 조직력과 경기력 모두 준수한 수준에 올라있다. 계속된 훈련과 친선경기를 통해 베스트11의 윤곽도 어느 정도 그렸고 자신감도 든든히 충전했다. 안방인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34년 전 멕시코 대회 4강 이상의 쾌거도 기대해 볼 만하다.
◇베스트 11 윤곽 엿보기
신태용팀 '베스트 11'의 윤곽은 어느 정도 드러났다. 신태용팀은 열흘 뒤인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조별리그 1차전 기니와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U-20 월드컵 본선 일정에 돌입한다. 조별리그 첫 경기인 기니전은 16강 진출 여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주장 한찬희(20·전남 드래곤즈)를 비롯해 선수들 대부분이 '가장 중요한 경기'로 꼽았을 정도다. 첫 경기 결과가 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2차전과 3차전에서 각각 유럽과 남미의 강호 잉글랜드·아르헨티나를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신태용팀은 개막을 앞두고 8일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비공개 평가전을 치러 3-1 승리를 거뒀다. 경기 결과는 물론 내용면에서도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눈여겨 볼 점은 이날 경기서 신 감독이 기용한 선수들의 면면이다. 신 감독은 조영욱(18·고려대)을 원톱으로 세우고 양 측면에 '바르샤 듀오' 이승우와 백승호(20·바르셀로나 B)를 세웠다. 여기에 중원에는 임민혁(20·FC 서울)과 이진현(20·성균관대)·이승모(19·포항 스틸러스)를, 포백에는 윤종규(19·서울)와 이상민(19·숭실대)·정태욱(20·아주대)·이유현(20·전남)으로 구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송범근(20·고려대)이 꼈다.
신 감독은 이날 교체 선수를 최대한 활용했다. 1-0으로 앞선 채 전반이 끝나자 후반 시작과 함께 이승우와 이유현, 송범근을 빼고 이상헌(19·울산 현대)과 우찬양(20·포항), 이준(20·연세대)을 투입했다. 동점골을 내주고도 임민혁과 이상헌의 연속골로 달아나자 선수 기용은 한층 여유로워졌다. 신 감독은 강지훈(20·용인대)에 이어 김민호(20), 이정문·김승우·하승운(19·이상 연세대), 한찬희를 한 번에 교체하며 골고루 점검에 나섰다.
특히 좌우 측면 수비를 번갈아 소화한 윤종규나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좌우 측면 공격수 자리로 옮겨간 이진현 등 멀티 플레이어를 활용한 포지션 변경이 눈에 띄었다. 포메이션도 4-1-4-1과 4-4-2를 번갈아 실험했고 세트피스 등 패턴 플레이도 점검했다.
평가전인 만큼 선발 명단에 나온 선수들이 신태용팀의 베스트 11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전방 공격수를 비롯해 양 날개 이승우-백승호로 꾸려지는 공격진과 중원-수비진의 중심을 꾸릴 선수는 어느 정도 굳어진 듯 보인다.
신 감독은 "우루과이(11일)와 세네갈(14일) 두 팀과 최종 평가전을 통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앞으로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베스트 11을 확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