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8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사우디와 연습경기에서 3-1로 이겼다. 1골1도움을 올린 백승호는 이날 승리의 주역이었다. 전반 31분 이진현(20·성균관대)이 올린 프리킥을 헤딩 선제골로 연결한 그는 후반 17분에는 직접 오른쪽 측면 파고든 뒤 절묘한 패스로 이상헌(19·울산 현대)의 득점을 도왔다. 백승호는 말그대로 최상의 컨디션을 선보였다.
이날 보여 준 백승호의 기량은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지난 3월 말까지만 해도 백승호는 전문가들로부터 '체력과 컨디션이 떨어졌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유럽 명문 바르셀로나 2군팀 소속이지만 주전으로 뛰지 못하면서 실전 감각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U-20 월드컵의 '최종 모의고사'격인 아디다스컵 4개국 대회(3월 25~30일)를 지켜본 신 감독은 이런 백승호를 두고 "기량이 상당히 출중한 선수이기에 체력만 끌어올리면 팀에 보탬이 될 선수"라고 평가했다. 당시 백승호도 "현재 몸 상태는 80%"라고 진단했다.
그는 부족한 20%를 메우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4개국 대회 이후 동료들은 모두 소속팀으로 돌아갔지만 그는 홀로 한국에 남았다. 소속팀에 양해를 구하고 NFC에 입소했다. 바르셀로나 구단도 백승호가 스페인을 오가는 것보다 한국에서 U-20 월드컵을 준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잔류를 허락했다. 백승호가 NFC에서 훈련에 전념하는 동안 바르셀로나B는 스페인 세군다 디비전B(3부리그) 챔피언을 차지했다. 백승호는 NFC 숙소에서 팀 동료들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축하 인사를 주고 받으며 더욱 이를 악물었다. 그는 매일같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강도높은 체력 훈련을 소화했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았다.
챔피언의 기쁨마저 포기한 백승호는 빠른 속도로 경기 감각을 되찾았다. 사우디전은 지난 두 달간의 성과를 증명하는 경기였다. 컨디션이 좋은 백승호는 경기 운영은 물론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직접 마무리하는 '해결사' 역할까지 선보였다. 신 감독의 의문 부호가 붙었던 백승호는 이제 상대 사령탑들의 '경계대상 1순위'로 떠오른 것이다.
백승호는 여유를 되찾았다. 사우디전을 마친 그는 "경기가 있는 날에는 체력을 올리고 쉬는 날에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 운동량을 줄이려고 한다"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제 팀에도 완벽히 녹아든 모습이었다. 집중 견제를 받게 될 경우 대처법을 묻는 질문에 백승호는 "우리(백승호·이승우)가 막히면 동료들의 공간이 빌 것이다. 오히려 그런 부분을 활용하자고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웃었다. 이어 "팀이 먼저다. 개인적으로가 아닌 팀적으로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신태용팀은 U-20 월드컵에서 8강 이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백승호는 "(팀 전력이) 90%는 맞춰진 것 같다. 컨디션을 관리하고 남은 두 경기(평가전)에서 조금만 더 맞추면 될 것 같다"며 본선에서 선전을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