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샌가 TV에서도 극장에서도 정해인의 얼굴을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한계단씩 조용하지만 착실히 성장하고 있는 그는 지금 대세 밀크남이다.
SBS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서 그는 '서브병 유발자'로 불렸다. 수지를 짝사랑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제대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23일 개봉한 영화 '역모: 반란의 시대(김홍선 감독)'에선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인의 원맨쇼나 마찬가지. 대역을 쓰지 않고 온 몸을 던져 싸우고 또 싸운다. 특별한 스토리보다는 화려한 액션으로 승부를 거는 이 영화에서 정해인의 몫은 8할 이상이다. 특히 '역모'는 그가 배우를 시작한 지 1년차에 찍은 작품. 영화는 뒤늦게 극장에 걸렸고, 그 사이 정해인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역모'에는 '생 신인' 정해인의 당찬 패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로 사랑받고 있다. "이렇게 화제가 될줄은 몰랐다. 작가님에게 좋은 대본을 딱 받았을 때 정말 감동적이었고 다음 만화책 기다리는 독자처럼 엔딩이 궁금했다. 책을 받고서 매니저 형과 '엔딩이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로서 잘 찍어주셨고, 이종석씨와 수지씨가 가장 많은 배려를 해줬다. 낯설기도 하고 긴장도 됐는데 좋은 연기 나오게끔 도와줬다."
-'역모'로는 첫 영화 주연이다. "드라마와 영화를 떠나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가장 뜻 깊었다. 여러가지로 임팩트가 셌다."
-데뷔 후 1년 만에 주인공을 맡은 것은 어떤 매력 덕분일까. "그것에 대해 감독님에게 여쭤보고 싶기는 하다. 내가 생각했을 땐, '역모'의 김호라는 캐릭터와 상반된 이미지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직접 만나서 대화해보시고 상남자 같은 느낌을 받으셨나보다. 그런 것들을 맘에 들어 하셨던 것 같다."
-상남자의 모습이 있나. "애교가 없고 무뚝뚝한 성격이다. 방송에서 비쳐지는 것과는 다른 성격이다. 집에서 장남이고 늦둥이의 형이라, 성장배경 때문에 말수도 적고 조용조용하다. 남동생과 터울이 크다보니 집에서도 의젓하고 본보기가 돼야 했다. 남동생과 7살 차이가 난다."
-주연 부담감은 없었나. "내가 이야기를 끌고 가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 역할을 데뷔한 지 1년차인 신인 배우가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엄청났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았다. 연기만 잘해서는 될 게 아니란 생각도 있었다. 주인공이 해야 하는 다른 역할이 있다. 현장을 아우르고 챙기고 스태프들과 동화돼 작품을 만들어가야 한다. 나이가 어렸고 경험도 없어서 힘들어했다. 힘들어하는 제 모습에 김원종 조재윤 김지훈 선배님이 힘이 돼 주셨다.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시고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
-진통제를 먹어가며 찍었다더라. "현장에서 힘든 내색을 할 수가 없었다. 나 뿐만 아니라 모두 힘들었다. 적은 예산으로 만든 영화지만 다들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뭉쳤다 자기 작품에 대한 애착이 엄청났다. 내가 아프고 피곤하더라도 감추고 이 악물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저 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랬다. 액션신 찍다가 탈진을 세 번 정도 했다. 물을 많이 마셔도 소용이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