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은 엄마가 됐다. 여전히 멜로의 얼굴을 가진 임수정(38)이 영화 '당신의 부탁(이동은 감독)'을 통해 모성애 연기에 도전했다. 데뷔 18년 차에 감행한 변신이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당신의 부탁'은 사고로 남편을 잃고 살아가는 32세 여성 앞에 남편의 아들인 16세 중학생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좌충우돌 동거 이야기를 담는다. 임수정은 하루아침에 엄마가 된 효진을 연기한다. 생애 첫 아들 윤찬영과 호흡을 맞췄다. 말간 얼굴과 청순한 외모는 여전히 로맨스 주인공 임수정이지만, 그간 보여 주지 않았던 어른의 우울과 엄마로서 책임감 같은 감정을 담아냈다.
지난 2016년 개봉작 '시간이탈자' 이후 '더 테이블' '당신의 부탁'까지 두 작품 연속 저예산 영화에 출연했다. 자신이 얼마나 예쁘게 화면에 담기는지, 영화가 얼마나 흥행할지는 더 이상 임수정의 마음을 동하게 하지 않는다. "내가 재밌는 것을 할 뿐"이라고 말하는 배우 임수정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 저예산 영화에 출연하다 보니, 누군가는 임수정이 작품 활동을 쉬고 있는 줄 안다. "아트 영화는 보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 찾아오는 영화다. 상영관 수가 적다. 모두에게 선택받을 수 있게 보일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연기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대중에겐 자주 보이지 않아서 뭐하고 사는지 궁금증이 생기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크게 여의치 않는다. 내가 즐거워할 수 있는 작업을 해 나가다가 어떤 작품이 대중과 접점이 맞아서 기가 막히게 소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필모그래피를 쌓을 때 서두르지 않는다. 또 대중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임수정이 있었지' '저런 배우가 있네'라고 알게 될 테니까. 서두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 나가고 싶다."
- 극 중 하루아침에 아들이 되는 윤찬영과 실제 어색한 사이였다고. "굳이 친해지려 하지 않았다. (윤)찬영과 같이 있으면 이상했다. 말을 이어 붙이는 식으로 어색함을 달래는 게 아니라 서로 할 말만 하는데도 어색하지 않았다. 찬영도 억지로 애교를 부린다거나 말을 덧붙이려는 노력을 안 하더라. 서로 천천히 영화 속에서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어색한데 어색하지 않은 듯한 공기를 그대로 영화에 담고 싶었다."
- 영화에 관심이 많은데, 연기 외 영역에 도전해 볼 생각은 없나. "정우성이나 하정우 같은 배우들이 연출과 제작을 하고 있는데,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극 영화 연출에 대한 관심은 잘 모르겠다. 감독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어려운 위치에 있는지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기획이나 프로듀싱은 관심 있다. 다큐멘터리 연출도 관심 있다. 지금 나는 채식주의자로 살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채식 인구가 적지만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채식주의자는 풀만 먹는 게 아니다. 채식도 하나의 요리고 맛도 있고 즐길 수 있구나 하는 맥락으로 다큐를 기획하거나 출연해 보고 싶다. 감독을 찾다가 없으면 나서 볼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도 하고 있다."
- 채식은 언제부터 시작하게 됐나. "처음엔 건강 때문에 시작했다. 식품 알레르기 테스트를 했는데, 동물성 단백질에 알레르기가 있더라. 유제품 치즈 요거트 달걀 같은 식품에서 가장 큰 반응이 있었다. 그래서 비건(완전 채식)을 시작했다. 일절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다. 일하다 보면 실패할 때도 있는데, 이제 한 3년쯤 적응했다. 아직까지 스스로 즐겁게 하고 있다. 이전보다는 건강 밸런스가 잘 맞는다. 즐겁게 할 수 있을 때까지 채식을 하고 싶다."
- 채식이 동안의 비결인가. "(동안이라는 말이) 오글거린다.(웃음) 그냥 자연스럽게 제 나이가 들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