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 만에 재회했다. 1년 전 취중토크 당시 동생 양세찬과 함께했던 양세형(32)은 제53회 백상예술대상 남자 예능상 수상자로 위풍당당하게 돌아왔다. SBS 모비딕 '양세형의 숏터뷰'로 금빛 트로피를 거머쥔 그는 "백상 트로피와 마주하니 그때의 기분이 떠오른다"면서 감격에 젖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누가 타고난 입담꾼이 아니랄까 봐 금세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취중토크 분위기를 쥐락펴락했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기 전까지 수상 여부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양세형은 절친 박나래와 수상의 기쁨을 나눌 수 있어 더욱 좋았다고 회상했다. 이 얘기를 듣던 중 수상 후 무대 뒤에서 서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어깨를 토닥이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언젠가 함께 버라이어티도 같이 하고 상도 같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현실이 되니 진짜 신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깨가 수상의 기쁨으로 하늘로 솟았다. 하지만 그게 딱 일주일 정도 갔다"면서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가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세형은 1년 전과 이래저래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숏터뷰' 론칭부터 시작해서 MBC '무한도전' 정식 멤버로 발돋움했고 JTBC '크라임씬3'를 통해 추리 예능에도 도전 중이다. 무언가에 도전하고 실험하는 것이 너무도 행복하다는 그의 얼굴에선 해피 바이러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취중토크 공식 질문입니다. 주량이 어떻게 되나요.
"원래 1병이었는데 1병 반으로 늘었어요. 실험하는 걸 좋아해서 각자 1병씩 시켜놓고 따라 마시면서 주량을 체크해봤는데 1병 반으로 늘었어요. 1병 마실 때까지 변화가 없고 거기서 반병을 더 마시고 나니 취기가 올라오더라고요."
-주사는 없나요.
"술에 취하기 전에 집에 가는 스타일이에요. 술에 취하면 이미 집에 와 있더라고요. 그리고 평소 술에 취할 정도로 잘 마시진 않아요."
-술친구가 따로 있나요.
"일주일 중에 꼭 술을 마시는 날이 있는데 그게 바로 화요일이에요. tvN '코미디 빅리그' 녹화가 끝나고 코너같이 한 친구들끼리 마시거든요. 공연하고 나면 마음이 허전하더라고요. 그래서 끝나고 한잔하면서 '다음 주엔 이거 하자!', '오늘 공연 어땠냐?' 등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요. 일주일 동안 고생한 걸 화요일에 보상받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가수들이 콘서트 끝나고 나면 바로 집에 못 가는 것처럼 개그맨들도 공연이 끝나고 나면 바로 집에 못 가요."
-매주 보는 데도 이야기가 끊기지 않나 봐요.
"아무래도 여러 이야기가 오가니 친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 코너를 같이 하는 사람들은 거의 10년 동안 같이 했던 사람들이라 서로의 집안 얘기까지 다 알아요. 그래도 계속할 얘기가 생겨요. 그게 더 신기해요."
-1년 만에 다시 만났네요. 역시 대세는 달라요.
"감사해요. 근데 '대세'라는 말은 이제 사라져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불러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는 건 너무나 감사하지만 전 이전이나 지금이나 똑같거든요. 전혀 바뀌는 게 없어요. 오히려 비지상파로만 활동했던 과거가 더 바빴던 것 같아요. 마음적으로는 지금이 더 차분해졌어요."
-차분해진 가장 큰 이유는 뭘까요.
"뭔가 욕심이 없어진 것 같아요. 그때도 욕심이 있어서 한 건 아니었지만 불안감이 컸어요. 케이블 같은 경우 3, 4회 만에 프로그램이 끝날 수 있고 10~12회 정도 하면 바뀌고 그러니까요. 끝나고 나면 다른 일을 못 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컸거든요."
-제53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자 예능상을 수상했어요.
"생각도 못 해서 수상 소감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100% 리얼이에요. 사실 (상을 못 받을 걸 예상하고) 삐질 준비를 하고 갔어요. 근데 이름이 불려서 깜짝 놀랐어요. 너무 놀라서 수상 소감을 뭐라고 했는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저 감사했어요."
-절친인 박나래 씨와 함께 수상했죠.
"신기하더라고요. 둘이서 술 먹으면 난장판으로 놀고 그런 사이인데 우리끼리 '언젠가 버라이어티도 같이 하고 잘 되어서 상도 같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진짜 받게 되어 신기하고 좋았어요."
-박나래 씨의 수상은 예상했나요.
"방송에서 나래바도 나오고 여성스러운 일상들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 아직 방송에서 안 나온 모습이 더 많은 친구예요. 발전 가능성이 많은 친구죠. 상 받을 시기쯤 잘 풀리고 있기도 해서 '무조건 박나래다' 싶었어요."
-그날 후보로 오른 홍윤화·장도연 씨 등 개그우먼들 모두 아름답더라고요.
"윤화랑 도연이랑 사진 몇 개를 찍었어요. 남들은 예쁘게 하고 온 거라고 하겠지만 그렇게 하고 온 친구들을 보니 전 너무 웃겼어요. 벌칙 의상 같은 느낌이었어요."
-시상식 후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와 대단하다!' 그런 건 아니었어요. 주위 친한 분들이 글로 오버하는 사람은 없거든요. 차분한 사람이 많아요. '상 받은 거 축하한다', '잠깐 만끽하고 열심히 해라' 등의 메시지가 많았어요. 기억에 남는 메시지 중 하나가 고등학교 선생님이 보내주신 메시지였어요. 축하한다고 먼저 연락이 오셨더라고요. 엄마에겐 '축하해 아들'이란 딱 다섯 글자가 왔었는데 그 짧은 글 안에 많은 뜻이 함축되어 있었어요. (유)재석이 형도 전화해서 축하한다고 얘기해줬고요. 친한 사람들은 다 연락이 온 것 같아요."
-수상 후 기쁨이 얼마나 이어졌나요.
"약간 어깨가 올라간 게 한 일주일 정도 가더라고요.(웃음) 일주일 정도 누렸어요. 그 이후엔 다시 싹 잊고 원래의 저로 돌아왔어요."
-개인적으로 이번 상의 의미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열심히 살아왔는데 그거에 대한 보상인 것 같아요. 저 자신한테 '고생했다', '잘했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어떨 때는 저 자신을 위해 선물도 해주고요. 말하는 것도 힘이 되지만 이번 상은 고생했던 것들, 힘들었던 것들을 한 번 싹 청소해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많은 힘을 얻었어요."
-예능상을 품에 안겨준 '숏터뷰'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겠어요.
"전 하기 싫은 일을 하더라도 무조건 애착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는 사람이 재미가 없으면 보는 사람들도 똑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숏터뷰'는 처음 만들고 기획할 때부터 같이 회의하고 그랬어요. 애착이 있었고 인터뷰 방식이 매번 같을 수 없으니 계속 바꿔야 하거든요. 저보다도 제작진이 정말 고생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지난해 SBS 연예대상에서 다양한 숏터뷰로 화제의 중심에 섰어요.
"자칫하면 망할 뻔했어요. '숏터뷰'는 편집으로 살리는 그림이 많거든요. 근데 시상식장에선 카메라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고 컷을 맘대로 넘겨달라고도 못하잖아요. 대본도 현장에서 다 바꿨어요. 심지어 한 인터뷰 끝나고 다음 인터뷰 전에 노래나 동선을 긴박하게 만들어서 진행한 거예요. 스릴 넘쳤어요. 선배들 모두 개그를 하셨던 분들이라 잘 받아쳐 줘서 재밌게 나올 수 있었어요. 다 즉석에서 벌어진 거였는데 마치 연습한 것처럼 호흡이 척척 잘 맞았어요. 선배들께 감사해요."
-'숏터뷰'가 이렇게까지 큰 인기를 끌 거라고 예상했나요.
"첫 회 게스트가 표창원 의원님이었어요. 촬영했을 때 '재밌다'고 생각해서 괜찮을 줄은 알았는데 이 프로그램 덕분에 상을 받고 광고까지 찍고 그럴 줄은 몰랐어요. 참신함이 성공 전략이었던 것 같아요."
-'숏터뷰'의 콘셉트는 어떻게 정해지나요.
"많은 회의는 아니지만 의사소통을 자주 해요. 다양한 아이디어를 던지면서 이런 방향, 저런 방향을 찾아보는 거죠. 롱런하기 위해선 숏터뷰스러운 걸 많이 찾아야 하니까요."
-가장 신경 쓰는 점이 있다면요.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궁금해하는 걸 콕 짚어 물어보는 방식으로 가려고 해요. 상대방이 기분 나쁠 만한 질문도 간혹 몇 개 있는데 항상 사전에 설명하고 끝나고 난 후엔 정중하게 사과해요. 그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다양한 방면에 지식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아니에요. 반대에요. 제가 만약에 음악을 굉장히 잘 안다거나 정치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면 이런 인터뷰는 못 했을 것 같아요. 아는 만큼 조심스러웠을 테니까요. 기본 정보만 딱 외우고 그 외엔 모르는 상태에서 인터뷰를 진행해요. 특히 정치인의 경우 더더욱 그래요. 제가 알게 되면 그 부분에 대해 신경 쓰면서 인터뷰를 하게 되고 그러면 방송이 지루해질 거예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있다면요.
"일반 시청자분들은 다른 인터뷰를 좋아하겠지만 전 개그맨이니까 개그맨 인터뷰가 제일 재밌어요. (유)세윤 형이나 나래와 함께한 게 기억에 남아요. 계속 애드리브를 했거든요."
-'숏터뷰'의 가장 큰 장점을 꼽아주세요.
"촬영 시간도 숏터뷰에요.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면 녹화가 끝나요. '다시 갈게요' 이런 것도 없어요. 카메라에 못 담을 것만 아니면 OK거든요."
-앞으로 만나보고 싶은 인터뷰이가 있나요.
"외국 분들이 나오면 재밌을 것 같아요. 축구나 야구, 농구 같은 해외 스포츠 선수가 나와도 좋고요. 그분들의 리액션이 다를 것 같아서 궁금해요. 근데 제작진이 섭외 관련한 건 제 얘기를 잘 안 들어줘요. 제작진의 생각이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서로에게 신뢰가 생겨 제작진을 믿고 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