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 만에 재회했다. 1년 전 취중토크 당시 동생 양세찬과 함께했던 양세형(32)은 제53회 백상예술대상 남자 예능상 수상자로 위풍당당하게 돌아왔다. SBS 모비딕 '양세형의 숏터뷰'로 금빛 트로피를 거머쥔 그는 "백상 트로피와 마주하니 그때의 기분이 떠오른다"면서 감격에 젖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누가 타고난 입담꾼이 아니랄까 봐 금세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취중토크 분위기를 쥐락펴락했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기 전까지 수상 여부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양세형은 절친 박나래와 수상의 기쁨을 나눌 수 있어 더욱 좋았다고 회상했다. 이 얘기를 듣던 중 수상 후 무대 뒤에서 서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어깨를 토닥이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언젠가 함께 버라이어티도 같이 하고 상도 같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현실이 되니 진짜 신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깨가 수상의 기쁨으로 하늘로 솟았다. 하지만 그게 딱 일주일 정도 갔다"면서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가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세형은 1년 전과 이래저래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숏터뷰' 론칭부터 시작해서 MBC '무한도전' 정식 멤버로 발돋움했고 JTBC '크라임씬3'를 통해 추리 예능에도 도전 중이다. 무언가에 도전하고 실험하는 것이 너무도 행복하다는 그의 얼굴에선 해피 바이러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②편에 이어
-원래 성격은 어떤 편인가요.
"제가 봐도 약간 돌아이가 맞는 것 같아요. 다중인격자 같아요. 감수성이 풍부해요. 하상욱 시인도 '시를 잘 쓰고 생각하는 게 좀 다르다'고 인정했어요. 돌아이 쪽으로 게이지가 기울어지면 좀 위험해요. 그래서 방송할 땐 중간 정도로 놓고 해요. 정신줄을 놓으면 방송에 못 써요. 세게 하는 편이거든요. 나중에 물 다 빠지면 좀 더 게이지를 올려야 할 것 같아요. 예전에는 미친 듯이 떠들면서 돌아다녔는데 일이 말하는 직업이다 보니 최대한 말을 아꼈다가 방송에 나와 입 간지러운 걸 해소해요."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활발한 성격이었어요. 제가 2, 3분 정도 말 안 하면 '너 어디 아파?' 진심으로 걱정하곤 했어요. 말도 많이 하고 장난치는 것도 좋아했죠. 친구들과 어디 가자고 하면 계획부터 짰어요. 그런 걸 좋아했거든요."
-개그맨을 꿈꾸게 된 계기는요.
"친구들이 써준 롤링페이퍼를 보면 '넌 꼭 개그맨이 될 거야' 다 그 얘기였어요. 근데 요리사가 되는 게 꿈이라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요리를 배웠어요. 그런데 시험에 떨어진 것도 그렇지만 이걸 직업으로 삼고 돈을 벌려고 하니 재미가 뚝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망하더라도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고 결심했어요. 2주 정도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사람들한테 칭찬받았던 걸 정리해봤는데 가장 큰 비중이 '유머' 쪽이었어요. 그래서 개그맨이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죠. 근데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홀로 서울에 상경했어요."
-이후엔 그럼 어떻게 개그맨에 도전했나요.
"'인간극장'에서 개그맨 편을 방송 했었어요. 그 방송을 통해 대학로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극단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친구랑 같이 한 달 정도 아이디어를 짜서 보여줬는데 재미없다고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무슨 깡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가서 청소했어요. 청소라도 하겠다고 하고 계속 다녔더니 형들이 받아줘서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극단 생활을 시작했어요."
-동생(양세찬)은 그럼 어떻게 개그맨의 길로 들어선 것인가요.
"동생은 제가 하던 공연을 여자친구랑 보러 왔다가 그 무대에 매료됐어요. 사실 동생도 자기 학년에서 제일 웃긴 친구였는데 자기도 그 무대를 보더니 개그를 해야겠다고 하더라고요. 좋은 모습만 보고 개그맨을 한다고 하는 것 같아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반대했었죠. 하지만 동생의 진지한 모습에 허락했어요. 대신 제가 친형이란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하고 들어왔어요."
-양세찬 씨도 주말 대표 예능에 합류했어요.
"둘이 만났을 때 '나 '런닝맨'이다', '나 '무도'다' 이런 건 안 해요.(웃음) 그냥 감사하게 생각해요. 엄마가 제일 좋아하세요. 조금이 아니라 엄청요."
-동생이 한류스타가 되는 거 아닌가요.
"한국에서나 잘 됐으면 좋겠어요."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매사의 고민은 '다음 날 뭐 먹을까'에요. 전 항상 고민이 그거 딱 하나에요. 아침 먹으면서 점심, 저녁을 고민해요. 밥 먹다가 뭐가 생각나면 포스트잇에 써서 붙여 둬요. 먹고 싶으면 직접 해 먹고요. 한식을 배워서 기본은 해요. 그리고 tvN '집밥 백선생3'를 하면서 좀 더 실력이 늘었어요. 맛도 좋고 보기도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되어 너무 좋아요."
-결혼에 대한 계획은 없나요.
"연애는 안 하고 있어요. 사실 결혼은 40살 정도에 하고 싶었어요. 완벽하게 자리를 잡고 하는 게 꿈이었는데 지금도 자리를 잡으려면 멀었지만 저희 집안이 단명하는 집안이거든요. 할아버지도 그렇고 아버지도 그렇고. 아이 때문이라도 30대 후반 정도엔 가야 할 것 같아요. 마음이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근데 말한다고 해서 결혼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웃음) 37살이나 38살엔 하고 싶어요. 동종업계 사람은 헤어지면 정말 이상할 것 같아 좀 부담스러워요."
-앞으로의 목표는요.
"전 원래 10년, 20년까지 항상 계획이 있어요. 지금 그걸 말하면 건방질 것 같아요. 월별 목표도 있고 절기마다 목표가 있는데 항상 고정인 게 있어요. '보람있게 살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최고보다는 행복한 세형이가 되기'에요. 돈, 명예보다도 행복한 게 좋아요. 맛있는 거 먹으면서 하라는 말이 제일 좋거든요. 그걸 지킨다는 게 아니라 지킬 거예요. 다른 큰 유혹에 안 넘어가고 계속 그렇게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