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조복래(33)다. '쎄시봉(김현석 감독·2015)', '범죄의 여왕(이요섭 감독·2016)'을 통해 충무로의 샛별로 핫하게 등장한 조복래는 여러 작품에서 신스틸러로 활약, 관계자들과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쾅 찍었다. 건강 문제로 잠시동안 강제 휴식기를 가져야 했지만 공백기를 빠르게 채우겠다는 듯 얼마전 선보인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부터 횟수로 3년만에 개봉하게 된 '궁합(홍창표 감독)'까지 올해 상반기부터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궁합'에서 이류 역술가 개시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조복래는 스스로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자신한 만큼 잘하는 연기를 더 잘해냈다. 한번씩 터뜨리는 말맛의 향연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했고, 개그우먼 이수지와 적절한 수위를 넘나들며 선보인 로맨스 아닌 로맨스 호흡 역시 단순한 로맨스만으로는 감질맛 날뻔했던 '궁합'을 심폐소생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특유의 말재간과 함께 돌아온 그는 여전히 장난끼 가득하지만 이전보다는 조금 더 깊어진 속내를 털어놨다. "1년에 두 작품만 하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 역시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공효진 주연 영화 '도어락(이권)' 촬영을 끝마침과 동시에 새 작품에 합류할 전망. "근거없는 자신감과 쓸데없는 자부심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겸손섞인 너스레가 바로 조복래의 매력. 알찬 스케줄이 그의 '열일'을 지지하고 있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궁합'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연극에서는 사극을 그래도 여러번 해 봤는데 영화에서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꼭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다. 그러다 제안이 들어왔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부산에서 스무살까지 나고 자랐는데, 서울에 올라와 사투리 고치고 영화·연극에 출연해도 언젠가 부산말을 써야 하는 역할이 주어졌을 때 자신감이 넘치는 것과 같은 근거없는 자신감 있지 않나.(웃음) 비슷한 맥락이었다."
- 생각과 비슷하던가. "아니. 어렵더라. 머릿속으로는 이렇게 저렇게 엄청 생각했는데 그걸 현장에서 하려다 보니 버거웠다. 그리고 주변에서 우려를 많이 했다. 소위 말해 내 연기가 너무 연극적이라는 이유였다. 아무리 사극이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일상적인 말투가 믹스돼야 하는데 너무 틀이있는 말투라 형식적인 연기로 보여질 수 있다는 평도 들었다. 문제는 내가 고집이 세다는 것이다."
- 받아들이지 않았나. "처음에는 '아닌데? 나는 이게 맞는데?'라고 버텼다. 근거없는 자신감만큼 쓸데없는 자부심이 있었다. 근데 감독님께서 진심으로 많은 조언들을 해 주셨고, 그 과정에서 나는 감독님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내가 당장 눈앞에 있는 이 한 사람을 설득시키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 많은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겠나' 싶더라. 그리고 배우는 디렉션에 움직이기 마련이다. 내 생각이 있어도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내가 나를 설득하고 다독이면서 최대한 맞춰 연기하려 했다."
- 감독의 디렉션도 그렇지만 배우의 계산도 100% 맞아 떨어지는건 아니니까. "맞다. 결국 나만의 체계를 세워야 할 것 같다. 감독님의 디렉션에 철저히 맞춘 영화도 있고, 내 마음대로 연기한 영화도 있다. '쎄시봉'은 디렉션이 거의 없었다. 남들이 봤을 땐 아쉽고 부족할 수 있지만 솔직히 내 눈에는 안 보였다. 아직까지 영화를 볼 때 '내가 안 불편하면 돼!'라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내 고집을 못 버리는 것 같기도 하다. 누가 뭐래도 내 마음에 들면 나는 흡족해 할 수 있으니까. 어쩌면 안전한 길만 노리는 것일 수도 있다."
- 왜 그럴까. "처음 영화계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랬다. '절대 현장과 상대 배우에게 누가 되지 말자. 쟤가 구멍이다는 이야기만 듣지 말자'는 생각이 강했다. 그 습관이 남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근데 이제 그 시기는 지났고, 좀 더 빛깔있고 참신한 향을 내는 배우가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공격적으로 연구해야 할 것 같다. 그럴싸하게 생각만 하고 있다.(웃음)"
- '궁합'에서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장난스러운 신이 더 있었고, 대사와 애드리브의 수위도 조금 높았다. 영화 자체가 자극적이지 않고 예쁘고 따뜻함을 추구하다 보니 개봉 버전으로 정리가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쉽지만 영화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다. 되려 '이렇게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도 진작 영화관에 하나쯤 걸려 있어야 했던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부담없는 순한맛도 수요가 꽤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