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유기' 시리즈는 나영석 PD가 만든 예능 중 가장 독특하다. 방송에 차마 내보낼 수 없는 '삐-'소리가 난무하고, 중국에 가서도 여행에 집중하기보단 멤버들끼리 떠들고 노는 일에 더 많이 담는다. 요즘말로 무근본 혹은 아무말대잔치라는 것은 '신서유기'를 위해 만들어진 수식어 같다.
이번 네번째 '신서유기'는 중국을 벗어나 베트남으로 향했다. 부제는 '지옥이 묵시록'이다. 이수근은 만화 '드래곤볼'속 피콜로로 분장했고, 은지원은 손오공이 돼 초사이언으로 변신했다. 아무말 대잔치는 더욱 무근본이 됐고, 게임을 하다 람보르기니를 타게 돼 나영석 PD가 무릎 꿇고 사과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나PD의 타 예능과 비교해 시청률은 다소 낮지만, 화제성은 최고다. 등장하자마자 콘텐츠파워 순위 2위로 진입했다.
사실 '신서유기'의 독특함은 신효정 PD에게서 나왔다. 그는 KBS 2TV '1박 2일' 시절부터 나영석 PD와 함께 해온 원년 멤버다. '1박 2일'을 찍다가도 서태지 콘서트를 보기 위해 서울로 향한 특유의 '오덕 감성'으로 '신서유기'를 만들었다. 역대급 화제성을 낳고 있는 '신서유기4'의 '역대급 오덕 감성' 신효정 PD를 직접 만났다. -막 만드는 것 같지만 사실 가장 품이 많이 드는 예능이다.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2배 정도 공이 더 들어간다. 자막도 그렇고, 그냥 보면 성의없어 보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반대로 공 들인 티가 나면 재미가 없다. 같은 걸 찍어도 회의를 많이 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을 준비하는 일주일 내내 짬이 없다."
-이번 시즌에서 출연진이 더 자신을 내려놓았다. "강호동씨나 은지원씨 이야기로는 촬영 와서 이렇게 마음이 편한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 출연진에게 최선의 기량을 발휘하게 해 준다. 우리들 표현으로는 '미친 짓'을 많이 하는 거다.(웃음) 규현씨도 그렇게까지 다 내려놓을 줄은 몰랐다. 그래도 슈퍼주니어인데 너무 내려놓으니까 형들이 '아이돌 안 할 거냐'고 걱정한다."
-화제성이 높다. "반응은 역대 시즌 중 제일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시청률이 안 따라와줘서 아쉽긴 하다. 사실 시청타 타깃 층이 좁은 편에 속한다. 나도 '왜 '알쓸신잡' 안 보시고 이거 보시냐'고 이야기할 정도다. 모든 세대한테 사랑을 받겠다기보다는 이런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하고 만든다. 아무 생각없이 웃고 싶은 사람도 있을 거니까. 시작할 때 시청률은 크게 안 나올 거라곤 예상했다. 요즘 트렌드는 힐링이고 시청자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원한다. 우린 틈새 시장을 노린다. 생필품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니까. 그걸 충족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려고 한다. 제작하는 사람들과 출연하는 사람들의 만족도는 크다. 다들 '촬영 언제 가요?'라고 물어본다. 우리끼리도 만족도가 높은데, 팬분들까지 많아진다는 건 행운이다."
-인터넷 플랫폼 기반으로 시작했는데, 이젠 TV 시청률로 평가받는다. "엄청 부담된다. 사실 케이블 채널이고 화제성을 더 높게 보는 채널이다. 2회 나가고 나서 반응이 역대급이었다. 시청률이 낮아도 직접적으로 부담이 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이 잘돼야 다음 시즌도 있으니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시청률이 생각하고 제작하면 프로그램의 색깔이나 시청자가 기대하는 재미들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보시는 분들이 원하는 것과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접점을 찾으려 고민하고 있다. 우리는 재방송이 엄청 많이 한다. 재방송 시청률이 생각보다 잘 나오는 편이다. 재방을 줄여야겠다.(웃음) 재방송을 워낙 많이 하니까 본 방송을 봐 주십사 노력하고 있다."
-방송에 내보낼 수 없는 비방용 명장면이 많다던데. "비방용이 많다. 촬영이라는 느낌 갖지 않고 찍어서 그렇다. 화질이 좋지 않다는 말씀들 평이 많은데, 카메라 장비가 커지게 되면 촬영한다는 마음이 생기니 장비도 안 거슬리게 캠코더를 쓰기 때문이다. 큰 카메라로 찍었더니 출연진의 마음가짐이 달라지더라. 카메라 장비들이 눈에 띄지 않으니 다들 어느 순간 촬영인 걸 잊는다. 비방 멘트부터 시작해서 상표 브랜드도 술술 이야기한다. 욕도 하고.(웃음)"
-공개하지 못해 아까운 장면은 없나. "브랜드 퀴즈가 제일 아깝다. 인터넷 방송으로 시작했다보니 그런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훈훈하거나 따뜻한 장면들도 대부분 편집한다.(웃음) 출연진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우리 프로그램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