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예능프로그램 '팬텀싱어'엔 악마의 편집이 끼어들 틈이 없다. 대신 훈남들의 노래로 가득하다.
누군가는 이 '음악 집중 예능'의 인기를 의심할 수 있겠지만, 알고 보면 금요일 예능 전쟁터에서 꽤 선전 중이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3' SBS '정글의 법칙' 등 터줏대감들이 가득한 시간대 아닌가. 시청률이 3.2%(9일 방송분, 닐슨 코리아 수도권 기준)까지 치솟았다. 인위적 연출 없이 본분에 충실하면 시청자들은 찾아준다는 것을 입증했다.
'팬텀싱어'의 음악을 만드는 김형중 PD와 권태은 음악감독을 만났다. 다른 데에 눈을 돌리기엔 "음악 하기도 바쁘다"며 '바쁜 척'하는 두 사람의 머릿 속. 오로지 노래와 무대 뿐이었다.
-낯선 장르라 선곡도 중요하겠다.
김 "오히려 방송이 나간 후 반응을 보고 더 과감하게 선곡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오디션 예능에서는 히트했고 검증된 노래를 부른다. 여긴 오페라 아리아부터 뮤지컬 한 장면, 유럽의 음악들도 가지고 온다. 모국어로 된 가요가 아니면 깊게 공감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1회 때는 가요 쪽으로 선곡한 것이다. 그러나 3회 때부터 반응을 보면서 조금씩 더 확신을 가지고 방향성을 찾아가고 있다."
-무대 위 음악을 완성하는데 많은 제작비를 쓴다고.
김 "일단 밴드가 교향악단을 축소한 구성이다. 음악에 관해서는 권태은 감독을 믿고 간다. 이런 오디션은 선례도 없지만, 우린 제한도 없다. 믿고 간다고 했더니 밴드가 이렇게 많이 늘어났다."
권 "모두 베테랑이다. 모든 세션들이 나와 20년 이상 봐 왔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2010년부터 음악방송에서 활동했다. 고마운 건, 연주자들은 일을 많이 하면 할 수록 좋은 것인데, 이들은 이 프로그램만 한다. 본인들이 역량을 집중하고 싶다고 '팬텀싱어'만 한다고 하더라. 모두들 실용음악을 가르치는 교수님이다. 교수님 밴드인 거다. 학생들이 보고 있으니까 창피 안 당하려고 하는 거다. 이들은 합주하다가 세미나를 하는 사람들이다. 프로그램을 위한 연습이 포럼이 될 때가 있다. 국적 불문의 다양한 노래들이 등장하고, 기존 클래식 작법에서 잘 찾아볼 수 없는 것들도 나온다. 어떨 때는 참가자에게 잠시 나가달라고 하고 자신들끼리 다시 세팅을 하기도 하더라."
-참가자들도 남다르다.
권 "세련됐다. 욕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김 "음악적 개성이 다 다르다. 결국은 합을 맞춰가는 프로그램인데, 이 개성들을 어떻게 조화시키는지가 중요하다. 다들 소리를 공부한 사람들이라 '이거 진성으로 해 볼까요. 가요처럼 해볼까요'라면서 스스로 선택 옵션을 펼쳐 놓는다.
김 "참가자들이 고민을 많이 하면서 요즘 더 독이 바짝 올랐다. 최종 우승한 4명만이 아니고 현재 남아 있는 24명, 32명까지 잘 됐으면 좋겠다."
-음악만 보고 모았다고 하기엔 다들 외모가 출중하다.
권 "어머님들이 많이 좋아한다더라.(웃음)"
김 "잘생겼으니까 어쩌겠나.(웃음) 평균 신장이 180cm가 넘는다. 그동안 관리를 안 하던 참가자들도 이제 몸 관리를 시작하더라. 1회 때와 비교하면 지금 정말 훈남이다." ..
-왜 악마의 편집을 하지 않나. 김 "음악 들려주기도 바쁘다.(웃음) 할 것도 없다. 다들 착하다. 재료가 없을 때 부풀리는 것이 악마의 편집인데, 재료가 너무 많아서 다 균등하게 보여주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다. 심사위원 멘트도 곡 설명 정도만 넣으려고 한다. 다들 사이가 정말 좋다. 우리는 운명공동체다."
권 "일반적인 음악 예능에서는 보통 10곡 정도의 노래가 등장하는데, '팬텀싱어'는 6곡 정도로 적다. 쓸 재료가 많다고 이야기하는 건, 모든 무대에 골고루 안배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