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예능프로그램 '팬텀싱어'엔 악마의 편집이 끼어들 틈이 없다. 대신 훈남들의 노래로 가득하다.
누군가는 이 '음악 집중 예능'의 인기를 의심할 수 있겠지만, 알고 보면 금요일 예능 전쟁터에서 꽤 선전 중이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3' SBS '정글의 법칙' 등 터줏대감들이 가득한 시간대 아닌가. 시청률이 3.2%(9일 방송분, 닐슨 코리아 수도권 기준)까지 치솟았다. 인위적 연출 없이 본분에 충실하면 시청자들은 찾아준다는 것을 입증했다.
'팬텀싱어'의 음악을 만드는 김형중 PD와 권태은 음악감독을 만났다. 다른 데에 눈을 돌리기엔 "음악 하기도 바쁘다"며 '바쁜 척'하는 두 사람의 머릿 속. 오로지 노래와 무대 뿐이었다.
-금요일 밤 예능 전쟁터에서 선전 중이다.
김형중(이하 김) "시국도 그렇고, 나라도 어렵고 마음도 어려운데 치유받았다는 시청자가 있어서 좋다. 기획 단계에서 생각했던 것보다는 빠르게 반응이 온 건 사실이다. 그런데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더라. 더 욕심이 난다.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시청률이 조금 더 많이 올랐으면 좋겠고, 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활력소가 되고 싶다."
-크로스오버 보컬 오디션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김 "구성 기획은 제작진이 했고, 음악 기획은 권태은 감독이 했다. 제작진이 원하는 그림이 음악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어떻게 풀어야할 것인지에 대해서 상의했다."
권태은(이하 권) "(크로스오버 보컬 오디션은) 선례가 없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준비하면서도 시청자의 반응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겠더라. 사실 나는 이렇게까지 이 장르에 대한 호응도가 클지 몰랐다."
-낯선 음악 장르임에도 감동은 더 진하다.
권 "참가자들이 음악을 잘하니까. 음악을 잘하면 존중해줘야 한다. 1차 예심을 지켜보며 눈물이 난 적도 있다. 외국어로 된 노래라 가사를 모르는데도, 보이스와 노래 실력만 가지고도 울컥하더라. 저걸 얼마나 연습했을까 경외심이 들었다."
-오디션 예능이 하락세인데 '팬텀싱어'는 신선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권 "'팬텀싱어'는 다르다. 요리사들이 재료가 다르면 다른 요리가 나오듯이, 재료가 정말 고급인 거다. 양파로 치면 이건 전남 순천에서 올라온 양파인 거다. 참가자들의 음악적 이해도가 정말 높다. 편곡적인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먼저 제시하는 참자가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참가자와 제작진의 시너지가 이렇게 좋은 것은 처음 본다. 그렇게 출발점이 다르니까, '팬텀싱어'를 향한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고급스러운 재료는 어떻게 모았나.
김 "사실 오래 전부터 공고를 내 모집했다. 아무래도 선례도 없고 실체도 없으니까 참가자들이 나가서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더라. '팬텀싱어' 참가자들은 자기 필드에서 이미 프로인 분들이 많다. 내가 나가서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반신반의하면서 참여했을 거다. 막상 오디션을 해 보니 소수의 마니아만 듣기에는 아까운 음악들이 많았다. 대중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디션에 참여했고, 눈물을 머금고 탈락시켰던 참가자도 많다.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 같은 무대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