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28·페네르바체)이 등장하자 수원전산여고 체육관은 술렁였다. "이뻐요", "멋있어요"라는 환호성이 쏟아졌다. 김연경은 시크한 표정을 지으며 "나도 알아"라고 말했다. 무심한 대답이었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환호와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더욱 쏟아졌다. 김연경은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리우올림픽에서 맹활약을 펼친 김연경이 28일 모교 수원전산여고를 찾아 '배구 꿈나무 유소년 이벤트'를 열었다. 올림픽을 마친 뒤 방송 출연과 개인 활동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한국 배구의 미래를 위해 소중한 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미래의 김연경'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김연경을 만나 올림픽 뒷이야기와 달라진 인기에 대해 물었다.
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리우올림픽 '캡틴' 김연경
- 올림픽을 마쳤는데 기분이 어떤가
"홀가분하면서 아쉽다. 시간이 지나니까 홀가분한 마음이 큰 것 같다. 그러다 경기를 보면 또 아쉽다. '조금 더 잘했어야 했는데'하는 생각이 든다. TV 중계를 통해 결승과 3·4위전 경기를 봤다. 중국이 정말 잘 하더라. 중국과 세르비아의 결승 맞대결은 이변이었다. 그러면서 리우 올림픽보다 런던이 더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4강 진출이 정말 쉽지 않았다는 걸 느겼다. '런던올림픽에서 메달을 땄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 8강 탈락 후 박정아가 많은 비난을 받았는데.
"박정아에게 좋은 일이든, 좋지 않은 일이든 관심을 받는 좋다고 생각한다. 2~3일 동안 포털 사이트 실시간 순위 1위를 유지했다. 이제 박정아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됐다. 하나의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박정아의 포지션이 매우 힘든 자리다. 한송이 언니도 이전에 지탄을 받았지만, 결국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해 금메달을 땄다. 박정아가 그런 시기라고 생각한다.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많은 관심을 받았다. 부담이 되기보다 기분이 좋았다. 힘이 될 수 있었다."
- 대표팀 지원 문제가 큰 이슈가 됐다.
"귀국 후 대한배구협회에서 선수단 회식을 열었다. 서병문 신임 회장님께서 '앞으로 바뀌겠다'고 말씀하시더라. 회장님은 취임하신지 얼마 되지 않으셨다.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죄송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회장님께서 개선 사항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계속 받아적으시면서 우리 이야기를 들으셨다. '최대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가 원하는 걸 말씀드렸더니 어처구니 없는 표정을 지으시더라. 당연한 부분이 되지 않았으니까."
-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언급했는가.
"나는 여자배구 그랑프리 대회를 언급했다. 남자 대표팀은 B그룹 잔류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더라. 그러나 우리는 1그룹에 있으면서도 대회에 나가지 않는다. 협찬 받는 부분도 아쉽다. 옷이나 용품 등 기본적인 부분이 되지 않으니까. 이정철 감독님도 말씀을 많이 하셨다."
- 아시안게임 당시 김치찌개 회식까지 도마에 올랐다.
"2년 전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솔직히 당황했다. 오히려 나쁘지 않다고 본다. 이슈가 된다면 협회가 바뀌지 않을까. 배구인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성할 건 반성하고, 다시 하면 된다."
- 이번 대회 주장을 맡았는데.
"무게감을 느꼈다. '각자 부족한 부분을 발전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래야 팀에 보탬이 되니까. 배구는 결국은 팀 워크라고 생각한다. 언니들에게 너무 고맙다. 옆에서 많이 도와줬다. 8강 탈락 후 코트에서 울지 못했다. 대신 라커룸에 들어가서 엄청 울었다. 요즘 눈물이 많아졌다. 늙었나보다. 자꾸 울컥울컥 한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