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도 온 마음을 다하지 않은 작품이 없다. 브라운관을,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배우 정우(42)의 진정성은 굳이 스스로 언급하지 않아도 보는 이들이 너무나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약 3년만에 빛을 보게 된 '이웃사촌(이환경 감독)' 역시 마찬가지.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정우가 다 했다.
작품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오랜 공백을 깨고 다시 인사하게 됐다. 현재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드라마 촬영에 한창인 정우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이웃사촌' 홍보를 위해 두 팔을 걷어 부쳤다. 밤샘 촬영 후 앉게 된 인터뷰 자리에서 정우는 먼저 "혹시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될까 예상 질문과 답변을 휴대폰에 미리 적어왔다"고 털어놔 단숨에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잡았다. 꼼꼼하고 세심한 정우의 성격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tvN '응답하라1994' 이후 '배우 정우'의 존재감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정우는, 몇 년간 스크린 활동에 매진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확고히 다졌다. 흥행을 떠나 정우에게 실망이 뒤따른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쉼없이 달린 만큼 재충전의 시간도 피할 수 없었다. 1년 3개월간 연기를 내려놓고 모든 것을 비워낸 정우는 "절박함을 다시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여전한 긍정 에너지를 뽐냈다.
-3년 전 선택한 작품이다. '이웃사촌'이 끌렸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웃사촌' 뿐만 아니라, 매번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이 작품이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는가'에 집중한다. 그리고 아주 단순하게 내가 캐릭터에 감정 이입이 되는지 안 되는지 살핀다. 그 중심에는 늘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고, 감정적 부분에서 공감을 가지면 더욱 흡인력 있게 시나리오를 보는 것 같다. 때론 '누구와 함께 하느냐'도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은 이환경 감독님의 존재가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약 2~3년 만에 본인이 연기한 모습을 다시 보게 됐다. "2년, 3년 말씀은 많이 해주시는데, 솔직히 나는 엊그제 촬영을 끝낸 것 같다. 개봉까지 매일 매일 '이웃사촌'이라는 작품을 생각해 왔고, 나 역시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2~3년만에 보는 것에 대해 느끼는 감정도 있기는 하겠지만, 당시 촬영했던 현장의 공기, 당시 연기했던 감정들이 '과연 얼마만큼 스크린에 잘 표현 됐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연기를 보면서 내가 감정을 흐느끼는 것이 쑥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눈물이 나더라."
-80년대를 배경으로 대권 주자의 납치 소재를 다뤘다. 실존 인물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정치인 캐릭터를 다룬 것은 분명 맞지만, 스토리를 결코 정치적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 휴먼 드라마다."
-'타인이 삶'과 비교되기도 한다. "사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나도 ''타인의 삶'과 흡사한 부분이 많이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 작품 보다는 '이웃사촌'이 더 뜨겁고 따뜻한 것 같다. 표현 방식도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 중심에서 대권은 뚜렷하게 변화하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던 인물이,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이 이웃으로 인해 천천히 조금씩 변해가면서 감정의 동요를 맞이한다. 처음과 마지막만 두고 봤을 땐 그 진폭이 굉장히 크게 느껴졌다.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도 여러가지다. 때론 감정적으로, 심리적으로 나타낸다면, 때론 모든 것을 다 내던지듯 발악하기도 한다. 배우로서는 연기함에 있어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었고 욕심나기도 했다."
-이환경 감독을 굉장히 의지했다고. "이환경 감독님은 2003~2004년께 감독님 입봉작에 출연을 하게 되면서 감독으로서 모습을 처음 봤다. 지금도 그럴 수 있지만 그 때 감독이라는 자리는 굉장히 권위적이고 어려웠다. 현장은 필름으로 돌아가는 시절이다 보니까 긴장감도 상당했다. 매 시간이 제작비와 연결되는, 예민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 중심에서 이환경 감독님은 '소통'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셨다. 배우와 감독이 카메라를 통해 소통할 수 있다는걸 느꼈다. 긴장하고 불편한 기운을 받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 에너지를 받는 현장이었다. '연기를 하는게 항상 무섭고 떨리는게 아니라 어떤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다시 만난 이환경 감독은 똑같던가. "기본 베이스는 비슷했다. 감독님의 존재가 나에게는 현장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자 자양분이 됐다. 그 시발점은 든든했다. 거기에 '7번방의 선물'로 1000만 관객의 에너지를 받은 분 아닌가. 그 에너지가 어떤 식으로 흘러 나오는지 옆에서 느껴보고 싶기도 했다. 디렉션은 훨씬 더 디테일하고 집요해지셨더라. 그 모습에 많이 놀라기도 했다. 작품과 배우를 애정하는 마음은 한결 같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