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0년 만입니다. '신인' 투수였던 오재영(29·넥센)이 이젠 '중고참' 선수가 되어 다시 한국시리즈(KS) 무대에 섰습니다.
2004년 오재영은 가장 빛나던 신인이었습니다. 현대 2차 1라운드 5순위로 프로 유니폼을 입은 그는 첫해 10승(9패)을 올리며 신인왕을 거머쥐었습니다. 탄탄대로가 열릴 것만 같았던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1승11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이후 부상까지 겹치며 2006년에는 고작 4경기에 등판했습니다. 그러고는 상무에 입대했죠. 군 복무 중에는 현대가 해체되고 넥센이 창단됐습니다. 팀 복귀 후에도 그의 고난은 계속됐죠. 2011년 20홀드를 올리며 허리를 지키던 그는 2012년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올 시즌에는 극심한 기복을 보여 결국 '시즌 중 캠프'라는 극약처방을 받아들이기까지 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그는 마침내 다시 KS 무대를 밟습니다. 2004년 현대-삼성의 KS 이후 강산이 한 번 변했습니다. 그해 KS는 9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현대가 4승3무2패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오재영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죠. 2차전에서 롱릴리프로 나와 4이닝을 던졌고, 1승2무1패 중이던 5차전에서는 선발승을 따내며 역대 고졸 신인으로는 3번째 KS 승리투수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9차전 선발도 오재영이었습니다. 아직도 '빗속 혈투'를 잊지 못하죠. 3⅓이닝 4실점한 그는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다"고 회상했습니다. 풋내기 신인이 감당하기엔 엄청난 부담이 든 경기였을 겁니다.
어쩌면 다시 못 설 줄 알았던 두 번째 한국시리즈는 '간절함', 그 자체입니다. 10년 전에는 팀의 막내였지만, 이제는 엔트리에 들어 있는 투수 중 유일하게 KS 무대를 밟아본 '경험자'로서 후배들도 이끌어야 합니다. 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라며 자신의 각오를 전했습니다. "신인 때 해보고 10년 만에야 한국시리즈를 다시 하게 됐다.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는 걸 안다. 왔을 때 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죠. 이 무대를 다시 밟기까지 지나온 세월.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오재영은 7일 홈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KS 3차전 선발로 출격합니다. 시리즈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경기죠. 상대 선발은 장원삼(31)입니다. 현대 시절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지만 이젠 물러나 수 없는 승부에서 적으로 만나게 됐네요. 그 어떤 어려움에도 꺾이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온 오재영은 이번에도 자신을 먼저 다스리고 있습니다. 그는 "어차피 다 좋은 투수들이 나올 것 아닌가.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한 점이라도 덜 주겠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던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큰 무대'에 강한 면모를 입증한 그입니다. 그는 지난달 30일 1승1패에서 치른 LG와의 PO 3차전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치며 팀에 승리를 안겼죠. 이번에도 꼭 그때처럼 자신의 몫을 해낼 각오입니다. 오재영은 "지난 등판처럼 아웃카운트를 하나씩 잡아간다는 생각으로 던지겠다. 가장 중요한 건 팀이 이기는 것이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