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스토리] ‘박경수 빈 자리’ 짊어진 LG 김용의



LG 김용의(29)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잘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는 "(박)경수 형 몫까지 싸워야 한다"며 힘주어 말했습니다.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이번 준플레이오프(준PO) 엔트리에서 제외된 팀 동료 2루수 박경수(30)가 그에게는 '잘 해야 하는 이유'가 된 것입니다.

시작은 좋았습니다. 김용의는 1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준PO 1차전에 7번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습니다. 양상문 LG 감독이 우려했던 팀 센터 라인 수비도 안정감 있게 해냈습니다. 경기 후 양상문 감독은 "김용의가 잘해줬다. 앞으로 경기에서도 2루수 자리를 맡길 것"이라고 믿음을 드러냈습니다.

군 의장대 기수 출신의 LG '멀티 내야수' 김용의는 올 시즌 내내 부진으로 어깨를 펴지 못했습니다. 시즌 타율은 0.240에 머물렀고 홈런 없이 22타점, 9도루를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주전 3루수였던 정성훈의 포지션 이동으로 지난 스프링캠프 내내 3루 훈련에 집중했지만, 외국인 타자 벨의 영입으로 1루수와 2루수 백업을 맡았습니다. 주포지션없이 이리저리 이동하다 보니 실책성 플레이가 많이 나왔습니다.

양상문 감독은 "시즌 내내 내가 비난을 받으면서도 타격이 약한 (박)경수를 2루수로 밀고 나갔던 것은 수비 때문이다. 더블 아웃과 세밀한 플레이는 경수만한 선수가 없었다. (김)용의를 쓰면 수비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LG 박경수는 부상으로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박경수는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원정경기에서 주루 중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교체됐다. 또 지난 6일에는 준플레이오프 상대이기도 한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박민후와 충돌하여 부상을 입기도 했다. 사진은 부상당한 박경수가 부축을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모습.

잠실=김진경 기자


이번 시리즈에서도 김용의는 백업 요원으로 그라운드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박경수가 허벅지 부상으로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김용의의 역할은 커졌습니다. 백업에서 주전으로의 이동. 두 단어에 실리는 무게감이 달랐습니다.

김용의는 박경수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을 독하게 먹었습니다. 그는 "(박)경수 형이 가을 야구를 굉장히 하고 싶어 했다. 나는 작년에 플레이오프를 해봤지만, 경수 형은 군대에 갔다 오면서 올해가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는 첫 기회였다"면서 "경수 형이 엔트리에서 빠지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얼마나 포스트시즌을 간절히 원했는지를 알기 때문에 뭐라 해줄 말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김용의는 "나도 잘하는 것이 없는 선수이지만, 내가 할 수 있다면 경수 형 몫까지 싸워주고 싶다. 야구도 못하는 내가 무거운 짐까지 짊어지게 됐다"며 웃었습니다. 웃음 뒤에 품은 그의 독기가 어느 때보다 강해 보였습니다.

김용의에게 지난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는 큰 교훈이 됐습니다. 김용의는 "그때는 잘해야겠다는 '욕심'을 갖고 그라운드에 섰던 것 같다. '내가 뭔가를 보여줘야지'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게 오히려 그라운드에서 독이 됐다"면서 "올해는 그저 내 역할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하겠다. '욕심'과 '부담감'은 내려놓고 경기에 나서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창원=김유정 기자 kyj7658@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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