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손승락(32)의 눈가가 붉어졌습니다. 조금 전까지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공을 뿌리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짓고 웃음짓던 그는 "올 한 해…"라며 말문을 여는 순간, 눈물을 글썽이며 숨을 골랐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다"며 머쓱해하는 그의 복잡한 표정에서, 올 한 해가 다 보이는 듯했습니다.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2014시즌이었습니다. 그는 올해 62경기에 나와 3승5패 32세이브 평균자책점 4.33을 기록했습니다. 세이브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블론 세이브도 6개로 많았죠. 지난해 46세이브를 올리며 최고 마무리 투수 반열에 올랐던 그가 갑작스럽게 난조에 빠진 것입니다. 주변의 질타도 이어졌습니다. 그때마다 손승락은 그 어떤 변명을 하기보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며 말을 아끼곤 했습니다.
넥센이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짓고서야 그의 진짜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손승락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투구폼 교정에 들어갔다. 주변에선 다들 최고의 시즌이었다고 했지만 나는 내 볼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살아 움직일 수 있는 공을 만들고 싶었다"고 털어놨습니다. 큰 모험이었지만,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는 공을 던지기 위해 겨우내 많은 땀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죠. 그는 "시즌이 시작되고 이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고 했습니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3월30일 SK전부터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그는 "시즌 내내 타자와 싸우질 못했다. 마운드에서 혼자만의 싸움을 한 것 같다"고 돌아봤습니다.
다시 이전의 폼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유혹도 일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손승락은 "모두가 나를 비난할 때도 나중에 좋은 볼을 던질 수 있을 때를 생각하면서 버텼다. 월요일에도 쉬어본 적이 없고, 새벽까지도 남몰래 공을 던졌다"고 했습니다. 포기하지 않은 그에게 마침내 '느낌'이 왔습니다. 손승락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팀 청백전을 하는데 머리 속에 정리가 딱 되더라. 감이 왔다. 100% 다 됐다고 할순 없지만, 타자와 싸울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투구폼을 바꾸기 시작한 뒤 1년이 다 돼서야 처음 느껴보는 기쁨입니다. 그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습니다.
손승락은 플레이오프에서 '붙박이 마무리 투수'의 역할도 내려놓았습니다. 팀 사정에 따라 더 빨리 마운드에 오르기도 하고, 이전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도 하죠. 지난 5년간 마무리 자리를 지킨 그의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손승락은 이 모든 것이 행복한 일이라고 합니다. 그는 "(염경엽) 감독님께 '이제 됐습니다. 믿고 쓰셔도 됩니다'라고 말씀드렸다. 혹사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언제든 나올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고참 투수로 팀에 희생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며 듬직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제 넥센은 2008년 팀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무대에 나섭니다. 마운드에는 든든한 손승락이 버티고 있죠. 이제서야 마운드에서 상대 타자와 싸움을 하기 시작한 그에게는 진짜 새로운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손승락은 "자신있습니다"라는 짧은 말로 진심을 전하며 최고의 무대를 약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