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서진은 영화 '완벽한 타인(이재규 감독)'이 흥행을 위해 빼 든, 의외의 카드다. 스크린에서 익숙한 배우가 아닌 데다 예능 프로그램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이서진이 제대로 해냈다. 이재규 감독이 가장 신선한 캐스팅으로 자신 있게 내세운 만큼 강렬한 웃음과 반전을 선사했다. 바람둥이 준모만 있을 뿐 예능 속 '서지니'는 없었다.
'완벽한 타인'은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휴대전화로 오는 전화·문자메시지·카톡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 불허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손익분기점 180만 관객을 넘어 지난 6일까지 개봉 일주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하고 있다. 극 중 이서진이 맡은 역할은 어리고 부유한 아내와 사는 바람둥이 준모. 그간 여러 작품에서 근사한 왕자님을 연기해 온 그는 능숙한 욕설 연기와 능구렁이 같은 바람둥이 연기를 소화했다. 특별 출연을 제외하고 '무영검(2005)' 이후 13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오면서 단단히 맘먹고 연기 변신에 도전했다.
- 상대역 송하윤과 열네 살이 차이 난다. "(열일곱 살 차이가 나는) 유이와 (MBC 드라마 '결혼계약'에서) 연기할 때도 욕을 많이 먹었다.(웃음) 당시에도 막상 하고 나니 괜찮다는 평을 들었다."
- 송하윤과 진한 스킨십 연기를 보여 줬는데. "편집돼서 그렇지 진짜 진한 스킨십 장면이 더 있었다. 너무 야해서 잘랐다고 하더라. 사실 스킨십은 액션이다. 얼마나 힘든데.(웃음) 감정을 갖고 찍는 게 아니라 카메라앵글을 맞추며 연기하다 보면 진짜 힘들다."
- 결말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착한 캐릭터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 현장에서 만들어진 애드리브가 많은 듯하다. "(정해진 시나리오에서) 애드리브가 30% 정도 더 들어가야 했다. 틈을 줄 수가 없었다. 계속 떠드는 거다. 애드리브를 너무 많이 해서 엔지(NG)가 났다. 애드리브를 살리려면 앵글을 바꿔서 다시 찍기도 해야 하니, 그 과정에서 엔지가 나기도 했다. 배우가 틀려서 엔지가 난 적은 없었다. 다들 연기를 잘하니까, 중간에 애드리브를 못 치고 들어가서 난리였다.(웃음) 유해진과 조진웅은 어떻게든 한마디 더 하려고 하더라. 유해진은 정말 미친 듯이 애드리브를 했다."
- 출연진과 굉장히 친해졌다더라. "세트촬영만 한 달간 찍었다. 게다가 '컷'을 해도 계속 떠들었다. 그렇게 촬영인지 수다인지를 이어 가다 다시 촬영에 들어갔다. 친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위기가 좋았다. 끝나고 나면 같이 저녁을 먹고 같은 숙소에서 자고 아침에 사우나에서 또 만났다. 거의 합숙한 셈이다."
- '먹방'을 보여 줬다. "'완벽한 타인'을 촬영하며 물곰탕을 처음 먹어 봤다. 리허설 때는 진짜 소주까지 마셨다. 그러다 촬영에 들어갔는데 '큰일 났다' 싶더라. 리허설 때 이미 배부르게 먹었는데 본촬영 때 계속 먹어야 했다. 처음에 닭강정을 집어 먹는 연기를 하다가 한 통을 다 먹었다. 주방신에서부터 먹다 보니 큰일 날 것 같아 나중엔 덜 먹게 되더라. 윤경호가 제일 많이 먹었는데 영화에는 잘 안 나왔다. 안타까웠다."
- 실제로 휴대전화를 공개하면 잃을 게 많은 사람은 누구일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너는 그럴 줄 알았어'라는 반응을 얻을 것 같다.(웃음) 나는 잃을 게 많지 않지만, 공개해서 좋을 게 없긴 할 것 같다. 조진웅과 휴대전화를 바꾸면 안전할 것 같다. 결혼도 했고 상남자 스타일이기에 별로 걸릴 것이 없을 것 같다."
-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일까. "재밌기도 한데 씁쓸하기도 한 영화다. 사랑도 우정도 배신도 유머도 긴장도 있다. 여러 감정이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