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서진은 영화 '완벽한 타인(이재규 감독)'이 흥행을 위해 빼 든, 의외의 카드다. 스크린에서 익숙한 배우가 아닌 데다 예능 프로그램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이서진이 제대로 해냈다. 이재규 감독이 가장 신선한 캐스팅으로 자신 있게 내세운 만큼 강렬한 웃음과 반전을 선사했다. 바람둥이 준모만 있을 뿐 예능 속 '서지니'는 없었다.
'완벽한 타인'은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휴대전화로 오는 전화·문자메시지·카톡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 불허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손익분기점 180만 관객을 넘어 지난 6일까지 개봉 일주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하고 있다. 극 중 이서진이 맡은 역할은 어리고 부유한 아내와 사는 바람둥이 준모. 그간 여러 작품에서 근사한 왕자님을 연기해 온 그는 능숙한 욕설 연기와 능구렁이 같은 바람둥이 연기를 소화했다. 특별 출연을 제외하고 '무영검(2005)' 이후 13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오면서 단단히 맘먹고 연기 변신에 도전했다.
- '다모' 이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췄다. "이재규 감독과 같이 작품을 만들었을 때 잘됐다. 좋은 인연으로 만난 것이다. 이 감독과 나이도 같은 데다, '다모'가 이 감독의 첫 작품이라 특별했다. '다모'가 끝난 뒤 연락도 하고 가끔 만나기도 하며 인연을 이어 왔다. (이 감독이) 워낙 똑똑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이 감독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주류가 아닌 독특한 스타일로 작품을 만든다. 나에게 아무 시나리오나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감독에게 신뢰가 있다."
- 영화를 예능처럼 찍었다. "내가 지금껏 해 온 예능 프로그램은, 예능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였다. 실생활을 보여 주는 부분이 많았다. 영화 속 (바람둥이) 준모 역할이 나와 똑같다고 이야기하면 너무 이상하지 않나.(웃음) 어떻게든 거리를 두려고 한다. 사실 역할이 어렵지는 않았다. 부담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 편하게 재밌게 연기할 수 있었다. 제일 가벼운 캐릭터가 이 영화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역할을 내가 맡은 것 같다. 이 감독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준모 역할을 준 것 같다."
- 이 감독이 하필 바람둥이 캐릭터를 맡겼을까.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딴소리하느라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못 했다. 집에 와서 시나리오를 읽고 비로소 준모가 어떤 역할인지 알게 됐다. 유해진이 맡은 태수와 조진웅이 연기한 석호 역할은 가정이 있는 캐릭터다. 내가 맡은 역할은 아닌 것 같았다.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는 역할은 내가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해 하기 싫었다. 준모가 편하게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심각한 장면이 없어서 좋기도 했다."
- 지금껏 맡아 온 역할 중 가장 파격적인 캐릭터다.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길 꺼리지는 않는다. 제안받은 적이 없을 뿐이다. 올바른 캐릭터를 연기하길 꼭 원하는 건 아니다. 그간 해 왔던 작품이나 역할이 한정돼 있었다. 이런 변신을 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변화를 주려고 한 게 아니다. 재미있으면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다."
- 조진웅이 자꾸만 이서진의 실제 모습이 준모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하더라. "대본 연습을 할 때부터 조진웅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대본을 20년 전에 받았냐고' 하는 거다.(웃음) 난 사실 능청스러운 성격이 아니다. 그런 연기를 하는 게 쉽지 않다. 조진웅이 자꾸 '많이 해 봤다'고 이야기하는데, 정말 아니다.(웃음)"
- 다른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나 보다. "사실 로맨스를 진짜 싫어한다. 이제 나이도 들고.(웃음) 멜로물보다 장르물이 더 좋다. 로맨스를 연기할 나이는 아닌 것 같다. 실제로 살가운 성격이 아니라 로맨스를 좋아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