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씨네한수①] '나쁜녀석들: 더 무비' 드라마에 미안한, 그럼에도 시원한

또 전쟁이다.

본격적인 2019년 추석 연휴가 시작된 가운데, 올 추석시즌 스크린을 노리는 세 편의 영화 CJ엔터테인먼트 '나쁜 녀석들', 롯데엔터테인먼트 '타짜: 원 아이드 잭', NEW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가 11일 나란히 개봉한다. 국내 4대 배급사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쇼박스는 이번 추석 대목은 깔끔하게 건너 뛰기로 결정했다. 한 날 한 시 개봉에 완벽한 3파전. 어떤 영화가 울고 웃을지 이젠 관객들의 선택에 달렸다.

'사실상 흉작'으로 결론난 지난해 추석시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각 배급사는 나름의 심혈을 기울였다. 2018년 추석시즌 타 영화들에 비해 한 주 앞서 개봉했던 메가박스(주)플러스엠 '물괴'는 일주천하도 채 이끌지 못한 채 누적관객수 72만 명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후 나란히 개봉한 롯데엔터테인먼트 '명당', NEW '안시성', CJ엔터테인먼트 '협상'은 '안시성'만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긴 채 실패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하루 세 편 개봉으로 줄줄이 몰락했던 지난해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짧은 추석연휴로 인해 올해 역시 동시 개봉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결국 흥행은 '영화의 힘'에 달렸다. 충무로 학습 능력이 높아졌을지, 도돌이표 참패를 반복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올해 배급사 성적으로만 따지면 설 연휴 '극한직업' 1626만, 5월 비수기 '기생충' 1008만, 여름시장 '엑시트' 약 920만(10일 기준)까지 주요 시즌을 모조리 석권한 CJ엔터테인먼트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물론 반전과 이변은 언제 어디서나 도사리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사전 예매율은 전통의 흥행 프렌차이즈 '타짜: 원 아이드 잭'이 1위를 달리고 있다. 손익분기점 역시 가장 높은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 각 영화 손익분기점은 '타짜: 원 아이드 잭' 260만, '나쁜 녀석들: 더 무비' 255만, '힘을 내요, 미스터 리' 2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다만 대규모 프로젝트로 진행될 수 밖에 없는 사극과 시대극이 빠지면서 무게감은 비교적 가벼워졌다. '명절엔 ○○' 공식이 올해는 어떤 영화에 손을 들어줄지 양보없는 빅매치에 향후 영화계 방향성이 달렸다.
 

출연: 마동석·김상중·김아중·장기용
감독: 손용호
장르: 범죄·액션
줄거리: 사상 초유의 호송차량 탈주 사건 발생 후, 사라진 최악의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다시 한번 뭉친 나쁜 녀석들의 거침없는 활약상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14분
한줄평: '드라마 몰아보기'도 나쁘지 않아요 ●●◐○○

신의 한 수: '강력 범죄자들을 모아 더 나쁜 악을 소탕한다'는 동명의 원작 드라마 세계관을 바탕으로 새 조합을 꾸렸다. 전설의 주먹 박웅철(마동석)과 설계자 오구탁(김상중) 캐릭터를 고스란히 끌어 오면서 감성사기꾼 곽노순(김아중), 독종신입 고유성(장기용)을 합류시키며 탄탄한 중심에 개성을 더하려 애썼다. 배우들은 맡은 바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듬직한 마동석과 정신적 지주 김상중은 현실과 영화 속 경계를 넘나들고, 섹시하면서도 통통 튀는 김아중은 단순한 홍일점, 여배우에 국한되지 않는 활약을 펼친다. 최고 수혜자는 이 작품으로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치르는 장기용. 영화의 흥망을 떠나 장기용의 주가는 당분간 쭉쭉 높아지지 않을까. '일단 장기용은 살았다' '장기용이 잘했다' '장기용만 보면 된다'는 내부 관계자들의 귀띔은 거짓이 아니었다. 어색함조차 신참 캐릭터의 매력으로 살려냈다. 누구 하나 튀지 않는 '어우러짐'과 예측 가능한 유쾌·상쾌·통쾌 권선징악 스토리는 쌓여있던 스트레스를 저 멀리 날려준다. 현실에서 경제 전쟁을 펼치고 나쁜 놈들이 영화에서도 나쁜 놈이라는 설정은 전혀 의도치 않았기에 꽤나 흥미로운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신의 악 수: 영화같은 드라마에서 드라마보다 못한 영화가 탄생했다. '영화같은'이라는 표현도 몇몇 드라마에는 이제 미안할 지경이다. 허술하기 짝이 없다. 세월은 5년이나 흘렀지만 영화는 5년 전에 멈춰있다. 더 퇴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5년 전 드라마 ’나쁜녀석들’을 공식적으로 영화화 시킨 작품은 '나쁜녀석들: 더 무비'가 처음이지만, 5년 새 숱하게 비슷한 드라마, 영화들이 쏟아지고 또 쏟아졌다. 본 듯한 장면이 수두룩 빽빽이다. 신선함과 창의성은 없다. 유행을 선도하더니 한 물 간 유행의 막차까지 탄 모양새다. 굳이 영화까지 챙겨봐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웃지 않겠다' 마음 먹으면 단 1초도 웃지 않을 수 있다. 세련미 없는 허세는 그냥 허세로 보인다. 욕도 어색하다. 차 한 대 없는 고속도로, 사람 몇 명 다니지 않는 백화점은 제작비가 부족해서였을까. 튀다 못해 그림판처럼 보이는 CG는 시간이 부족해서였을까. CG 팀의 잘못인지, 제작사의 잘못인지는 내부적으로 정리할 부분이지만 반성은 분명 필요하다. 영화는 오구탁이 아닌 박웅철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100% 활용하지 못한 채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캐릭터를 등판시켜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현실 속 영웅은 현실감이 넘칠 때 진정한 히어로의 매력이 발산된다. 후반부 폭발하는 이들의 능력치는 개연성마저 멀리 멀리 날려버린다.

>>[추석·씨네한수②] 에서 계속

조연경·박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