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강우(40)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데뷔 17년 차에 접어든 그는 MBC 주말극 '데릴남편 오작두'에서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도시 남자 이미지가 깨졌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시골 청년의 모습으로 주말 안방극장을 '심쿵'하게 만들었다. 올 하반기 또 한 번의 도전을 시도한다. 활동 영역의 틀을 깨고 예능 영역으로 확장했다. 팬들과 한층 더 가까워지기 위해 tvN '현지에서 먹힐까' 출연을 결정, 데뷔 첫 고정 예능에 나선다. 무더운 여름, 구슬땀을 흘리며 중국에서 촬영에 집중하고 있다. 김강우가 이토록 작품과 연기에 열정을 갖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는 깊은 슬럼프에 빠져 15년 동안 연기의 재미를 몰랐다고 고백했다. 2년 전 연극 '햄릿' 무대를 통해 관객과 직접 호흡하며 연기의 참맛을 깨닫고 작품에 대한 열의를 가진 것. 이젠 "일흔 살까지 쉬지 않고 달리고 싶다"며 맥주잔을 들어 올렸다.
- 취중토크 공식 질문입니다. 주량은 얼마나 되나요. "소주 1병 정도 마셔요. 맥주는 많이 마실 수 있어요. 그런데 작품을 할 때는 술을 안 마시기 때문에 작품이 끝난 뒤엔 주량이 확 떨어져요. 아마 지금은 (맥주) 2병만 마셔도 취할 거예요."
- 술버릇이 있나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술에 취해도 같이 마신 사람들이 집에 가는 것을 다 본 뒤 집에 가요. 술은 약한데 정신력이 센 것 같아요. 얼굴이 빨개지니까 금방 술에 취한 줄 아는데 (취한 것) 아니에요."
- 술을 자주 마시는 편인가요. "촬영이 없을 땐 (술을) 즐기는 편이에요. 혼자 마시기도 하고 어릴 적 친구들과 만나 놀기도 하죠. '멀티'가 되지 않아 촬영할 땐 사람들과 아예 연락을 안 해요. 그 친구들은 그런 걸 다 이해하고 기다려 주는 사람들이에요. 촬영이 끝나고 3~4개월 만에 연락해도 마치 어제 통화한 것 같은 친구들이거든요. 평소 낯가림이 심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익숙지 않아요. 그래서 새로운 사람들을 잘 안 만나요. 새로운 사람들을 편하게 만나는 사람들이 부러워요."
- 주연으로서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하지 않나요. "그 역할을 잘 못 하는 편이에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는 잘 안 나눠요. 아마 지금까지 상대역 중에 유이씨와 가장 많이 대화했을 거예요. 유이씨는 사람을 어려워하지 않으니까 나 역시 대화하기 편했어요."
- 감정 기복이 별로 없는 편인 것 같아요. "평소에도 이 정도예요. 그래서 감정 기복이 있는 사람들이 부러워요. 바꿔 보려고 노력하는데 천성이 이래서 잘 되지 않아요. 대신 연기로 채우죠. '데릴남편 오작두'는 '직진남'이었거든요. 평상시 '나는 그러지 못하는데' 하는 부분을 채워 줬어요."
- '데릴남편 오작두'를 성공적으로 마쳤죠. "지금까지 최고 많이 해 본 게 20부작이었어요. '데릴남편 오작두'는 24부작이었으니, 새롭게 경신했죠. 힘든데 재밌었어요. 상대 배우도 좋고 촬영장에 가는 게 즐거웠죠."
-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을 받았어요. "처음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기존 한국 드라마에 잘 없는 캐릭터라 좋았어요. 그 점 하나만 보고 들어간 거예요. 위험 요소가 많았음에도 사랑받으니까 기분 좋았어요. 이런 남자도 매력이 있다는 걸 보여 줄 수 있었고, 전라도 사투리를 '스위트'하게 쓸 수 있다는 걸 보여 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가진 게 없어도 굉장히 여자를 위해 주잖아요. 강요하지 않고요. 그 모습이 멋있게 다가왔어요."
- '오작두'와 얼마나 비슷한가요. "드라마 캐릭터 성격과 실제 성격이 많이 달라요. 그래서 많이 당황해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비슷한 면은 20~3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평소엔 조용하게 있는 걸 좋아하고 남에게 피해를 안 주고 사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혼자 뭘 하는 걸 좋아하죠. 그 점은 비슷한 것 같아요."
- 열 살 연하인 유이씨와 호흡은 어땠나요. "나이 차를 못 느꼈어요. 어떤 때는 더 누나 같이 느껴졌어요. 완벽한 파트너였어요. 여배우가 이렇게 털털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거울 한번 보지 않고 촬영에 집중했어요. 상대 배우가 가장 고마울 때는 진짜 캐릭터로 현장에 와 있을 때인데 항상 '한승주'로 보였어요. 감정 자체가 좋으니까 그 영향을 받게 되더라고요."
- 기존 '도시 남자'의 이미지를 지웠어요. "워낙 도시에서만 살았어요. 차갑고 도회적인 이미지를 의도한 것은 아닌데 대다수 작품이 그랬기에 그런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오작두 같은 캐릭터는 사실 보기 힘든 캐릭터예요. 산에서 15년 동안 살다가 도시의 세속적인 여자와 만난다는 것 자체가 재밌을 수밖에 없잖아요. 캐릭터가 희소성이 있어서 흥미로웠고, 주변 반응도 좋았던 것 같아요. 순수하고 영혼이 맑아 보이는 사람이잖아요."
- 극 중 패션 감각도 남달랐어요. "대부분 구제 시장에서 산 것이고 극 중 입고 나왔던 꽃무늬 점퍼는 진짜 내 옷이에요. 예전에 사 놨던 옷인데 사실 되게 비싼 옷이거든요. 그렇게 꾸미니까 촌스러워 보이더라고요. 용기를 내지 못해 못 입었던 옷인데 제대로 활용했어요."
- 촬영장에서도 '촌놈'으로 보였나요. "시장 장면을 찍을 때 (시장에) 앉아 있으면 할머니들이 얼마냐고 묻고 그랬어요. 약초꾼처럼 보였나 봐요. 못 알아봐서 좋았어요. '데릴남편 오작두'를 시작했을 때 가장 처음 한 일이 '김강우 지우기'였거든요. 한선화씨도 날 알아보지 못했어요. 그런 순간들이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