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③]강타 "엑소 콘서트 티켓은 저도 못 구해요"

가요계에는 '전설'로 통하는 가수가 몇 있다.

'가왕' 조용필·'발라드의 황제' 신승훈·'문화대통령' 서태지, 아이돌의 전설로 한 획을 그은 H.O.T까지.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은  강타(37·안칠현)는 H.O.T의 메인 보컬로 시작해 SM엔터테인먼트 이사까지 20년을 쉼없이 달렸다. H.O.T 활동 당시 1위만 하면 가장 먼저 울던 그는 어느덧 20년이 지나 국내 최대 매니지먼트의 이사로 자리잡았다.
 
1969년 9월 창간한 일간스포츠가 1996년 9월 데뷔한 강타와 만났다. 강타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비교적 한국 활동이 적었으나 올해는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팬들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MBC 표준 FM '별이 빛나는 밤에' 별밤지기로 활약 중이다.

"데뷔 20주년이요… 아직 마흔이 안 됐잖아요. 20주년 이라는 타이틀이 좋아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나이부터 지금까지 한 곳을 지켰다는게 뿌듯하고 행복해요. 마흔이 안 됐는데도 20년간 무엇을 했으니깐 이 정도면 잘 살아온 것 맞지 않나요."

솔로 가수이자 드라마에도 출연했던 배우, 한 회사의 무게감 있는 이사. 그리고 H.O.T. 아직도 H.O.T에 대한 얘기는 끊이지 않고 한 마디 한 마디가 화제다. "물론 솔로 활동 때는 H.O.T에 대한 인식이 불필요할 때도 있지만 절대 부정할 수 없어요. 잊어서도 잊고 싶지도 않은 기억이니깐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강타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화려했고 또 화려했어요."

강타는 취중토크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자 라디오 생방송이 끝난 후 인터뷰를 제안했다.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이야말로 술 한 잔에 본심을 털어놓기 가장 좋은 조건. 이날 취중토크 장소는 SM엔터테인먼트서 운영하는 SMT 서울에서 진행됐다. 주종을 가리지 않는 강타가 고른 술은 와인이었다. SM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직접 프로듀싱한 이모스 와인을 선택했다. "여기 원래 이 시간까지 안 하는데 오늘은 다르네요"라며 와인 두 병을 다 비우고 오전 3시가 가까워질 무렵 돌아갔다.
 
-후배들에게 조언도 자주 하나요.
"20년 전과 지금은 너무 달라졌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의식이 바뀌어요. 예전에는 누군가 가르치려고 할때 듣기 싫었어요. '왜 나한테만 저런 말을 해'라는 반발심이 앞섰죠. 본인이 스스로 깨닫는게 중요해요. 지금 후배들 앞에서 잘못 조언했다가는 꼰대 소리만 듣죠."
 

-본인도 똑같은 상황을 겪은 거죠.
"아직도 기억나요. H.O.T 4집 시절 (신)승훈 형님과 술을 마시는데 그런 얘길 했어요. 팬들의 사랑이 영원할 순 없다고요. 당시에는 무슨 소릴 하는 거지라고 고개를 가로 저었지만 H.O.T가 해체하고 제 팬이 1/20로 줄어드는데 단 2년 걸렸어요. 인기가 있을 수록 더 사람들에게 잘해야해요. 남들은 '100'을 해야 고마워하는걸 인기가 있는 사람들은 '10'만큼만 해도 달라요. 전 그걸 늦게 깨달았고 후배들은 조금 빨리 깨닫기 바라요."
 
-지금은 강타 씨에게 고민 상담 후배는 누가 있나요.
"(최)시원이가 많이 찾아왔었고. 동방신기 친구들도요. 요즘은 희철이와 대화가 많아졌어요. 사실 NCT 친구들(SM엔터테인먼트 신인 남자그룹)이 저한테 궁금할 게 뭐 있겠어요. 고민상담도 나이대가 맞아야 말이라도 건네죠." 
 
-어떻게 한 회사에 20년간 몸 담죠.
"미성년자일때부터 부모님게 말했던 게 있어요. 회사와 직접적인 연락을 하지말라고요. 재계약 시즌이 되면 아버지가 나서겠다고 했는데 그럴 때마다 무조거 말렸어요. '제가 할테니' 신경쓰지 말라고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경제적인 부분이 있으니 당연히 신경쓰이겠지만 그게 싫었어요. 부모님 때문에 흠집나는 연예인도 많잖아요. 그것 또한 싫었고 다행히 부모님도 인정해줬고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도 있겠어요.
"업무적인 부분에 있어 부모님과 회사의 소통을 막은 거에요. 다른 건 상관없어요. 후배들 콘서트 티켓 이런 문의는 저를 거치고 않고 회사로 직접 전화하세요. 한 번은 누나가 엑소 콘서트 티켓을 부탁했는데 그건 저도 어떻게 안 되겠더라고요.(웃음) 앞으로 '엑소 티켓은 나한테 부탁하지마. 알아만 볼게'라고 했죠 뭐."
 
-특별한 취미 생활은 없나요.
"프라모델에 관심이 많아요. 욕심만 많아서 일본까지 가서 사오는데 정작 만질 시간이 없어서 점점  쌓여만 가고요."
 
-외롭진 않나요.
"오히려 강남에 있을 때 더 외로웠어요. 주변에 사람들은 많은데 공허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조용히 혼자 있으니 외롭단 생각이 안 들어요. 만날 친구들도 많긴 한데 부르면 30분 이상 걸리니 잘 안 찾아요.
 

-슬슬 결혼 압박도 있을텐데요.
"하루는 아버지가 '결혼은 할 거지'라고 묻더라고요. 해야죠.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결혼하고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가족끼리 있을 때 조카들이 크는 걸 보면 결혼을 하고 싶다가도 친구들 만나면 금방 잊고요. 결론은 지금은 없네요.(웃음)
 
-20년을 돌이켜보니 어떤가요.
"아직 마흔이 안 됐어요. 그래서 20주년이라는 타이틀이 좋아요. 항상 음악을 했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나이부터 계속 여기에 있었어요. 누가 뭐래도 명확하게 내 일을 하고 있었고 20년간의 결과물도 나와있고요. 21년째부터는 가식없이 진심으로 팬들에게 돌려주고 싶어요."
 
-올해 남은 계획이 있나요.
"일단 데뷔 20주년 앨범이 나와 잘 활동하고 싶어요. 모든 게 확정은 아니지만 공연·방송, 그 외적인 것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들 다 실현해내고 싶고요."


 
김진석 기자 [e-mail]
사진=박세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