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 이기우 “입혀진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표” [일문일답]
일간스포츠

입력 2022.05.31 08:00 수정 2022.05.31 07:54

이세빈 기자
사진=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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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님. 유학파, 재벌 3세 캐릭터가 아니다. 배우 이기우가 지난 29일 종영한 JTBC ‘나의 해방일지’에서 싱글대디 조태훈 역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극 중 조태훈은 이혼 후 딸 조유림을 홀로 키우는 아빠이자 염미정(김지원 분)의 직장동료. 그런 조태훈이 염기정(이엘 분)을 만나 로맨스를 그리며 변화를 맞는다.
 
이기우는 대사량도, 감정 표출도 적은 조태훈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였다. 특히 어른의 성숙하고 현실적인 연애를 보여주며 존재감을 드러낸 이기우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평 끊이지 않고 있다.
 
‘나의 해방일지’로 많은 것을 배우고 시청자로서도 함께 울고 웃었다는 이기우. 그는 20~30대를 함께하던 영화 ‘클래식’을 뒤로한 채 ‘나의 해방일지’를 인생 드라마로 꼽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작품을 마무리한 이기우를 일간스포츠가 만났다.
사진=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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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소감은.
“작품에 참여했던 배우라서가 아니라 시청자로서도 푹 빠져서 보던 드라마다. 끝나니 시청자 입장에서 너무 아쉽다. 이번 작품만큼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에게 연락 온 것이 처음이다. 그만큼 그 친구들이 드라마에 공감했구나 생각했다. 이렇게 많은 공감을 자아내는 드라마인데 마지막이 다가왔다니 아쉽다.”
 
-‘나의 해방일지’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
“내 인생 드라마가 ‘나의 아저씨’다. 결심이라고 할 것도 없이 바로 수락했다. 박해영 작가님의 글이었고 김석윤 감독님이 연출한다는 것 만으로도 어떤 역할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사하러 갔을 때도 나는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대본을 읽고 캐릭터가 마음에 드는 것은 다음 문제였다.”
 
-조태훈 역을 연기할 때 신경 쓴 부분이 있나.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태훈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그렇다고 태훈이 너무 욕심내 버리면 작가님이 설정해놓은 캐릭터에 부합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스스로 무언가를 했다기 보다 누나인 경선이나 딸 유림이, 혹은 기정이 등 주변 사람들이 태훈이를 만들어 준 것이 크다고 생각한다. 100%중 10%는 태훈이가 하고, 나머지 90%는 기정이 만들어준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나는 태훈의 색을 정해놓았을 뿐이다.”
 
-직장인 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데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노력한 점이 있다면.
“다행히 (역할이) 업무 팀장이었다. 말단 직원이었으면 어린 친구들에게 자문했어야 했는데 실제로 내 친구들 중 그 정도 직급에 있는 친구들이 있더라. 특히 싱글대디에 직장인에 이혼남인 친구가 있다. 태훈의 모습을 그 친구에게서 가져온 것도 있다. 옛날에 비해 표정이나 에너지가 없는 부분들, 체념하고 책임감으로 살아가는 부분들을 항상 태훈을 연기하러 갈 때 상기하면서 갔다.”
사진=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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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정의 고백을 거절한 부분이나 이후에 고백을 받아들이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사실 그 부분을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했다. 기정에게 고백을 받았을 때도 태훈의 표정이 좋지 않은데, 실제로 사람이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듣고 미안함이 생겼을 때 그런 표정이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 온도를 맞추기 위해 현장에서 감독님과 많이 상의했다. 또 감정을 표현하거나 주위의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묵묵히 참는 게 습관화됐던 태훈이 기정의 청혼을 받았을 때 ‘그럽시다’라 답한다. 이 네 글자가 담백해 보이지만 태훈의 입장에서는 많은 감정이 들어간 표현이다. 주어진 대사가 짧다 보니 표정으로 살을 붙여야 해서 연기 공부를 많이 했다.”
 
-이엘과의 호흡은 어땠나.
“호흡은 좋았다. 이엘이 실제로 기정스러운 부분이 있다. 털털하고 시원시원하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작품에 관한 이야기보다 수다를 많이 떨었던 것 같다.”
 
-기정에게 매력을 느꼈던 부분이 있나. 실제 이상형과 비슷한가.
“이모티콘과 문제를 보내는 기정의 말투가 귀엽고,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 나의 경우에는 솔직한 여자를 좋아한다. 매너상 표현을 덜 할 수 있지만 불편함을 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못마땅한 게 있으면 바로 이야기해줬으면 한다. 사소한 거라도 담아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진=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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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되고 싶은 부분이 있나.

“연기자라는 직업을 20년 동안 하며 본의 아니게 화려하게 보이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강박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것들이 불편하고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실 ‘나의 해방일지’를 촬영하고 드라마를 보기 몇 년 전부터 탈피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집도 계속 나고 자란 서울에서 벗어났고 한적한 데로 이사를 했다. 나에게 입혀져 있는 강박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것들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요즘 목표다.”
 
-변화하려고 노력한 부분은?
“돈만 좇고 달리려고 하지 않으려 한다. 사실 ‘나의 해방일지’처럼 의미 있는 드라마를 하고 나니 아무 작품이나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안 써주면 최선의 선택을 해야겠지만, ‘인간 이기우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작품을 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즐기고 누릴 수 있을 때 행할 수 있는 것이 작은 천국일 것 같다.”
 
-20년 연기 활동의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
“가족의 힘이 제일 컸다. 나는 연극영화과를 다니는 학생도 아니었고 원래 공무원이 꿈이었다. 갑자기 배우를 한다고 해서 (부모님이) 당황할 법도 한데 내가 즐겁게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 이름이 박힌 영화 ‘클래식’ 간판을 보고 기뻐하는 모습은 10년 치 뿌듯함이었다. 가족뿐만 아니라 배우 생활을 하며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회의적인 느낌을 받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의 해방일지’가 어떤 작품으로 남게 될까.
“나는 나를 항상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봤을 때 20년 동안 작품 수십 편을 했지만 ‘이기우의 인생 작품은 데뷔작인 ‘클래식’’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다그치는 부분이기도 하다. 20~30대를 ‘클래식’의 태수로 버텨왔다면 40대 처음에 만난 태훈은 앞으로 내가 어떤 색깔의 연기를 해야 하는지 제시해주는 것 같아서 배우 이기우에게 크고 친절한 이정표가 될 것 같다. 그래서 너무 고맙다. 인생 드라마는 이제 ‘나의 해방일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세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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