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은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한국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이어 ‘심연’, ‘꿈에 와줘’, ‘현재진행형’ 등 세 편의 단편작을 공개하기도 했다. 15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문근영은 영화제에서 영화제로 이어진 바쁜 행보에 대해 “창작을 하고 싶다는 욕구는 항상 마음속에 있었던 것 같다”며 웃음을 보였다. ‘심연’과 ‘꿈에 와줘’, ‘현재진행형’은 모두 배우들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근영 1인 극인 ‘심연’은 그의 이야기를, 상실을 소재로 한 ‘꿈에 와줘’는 주연 안승균의 이야기를, ‘현재진행형’은 결국 무대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배우의 운명에 대한 정평의 이야기다.
1999년 영화 ‘길 위에서’로 데뷔한 이후 데뷔 23년을 맞은 문근영의 필모그래피는 탄탄하다. 최연소 연기대상을 안긴 ‘바람의 화원’의 신윤복부터 조선 시대 최초의 여성 사기장 백파선(불의 여신 정이), 교통사고에서 생존한 교사(마을 - 아치아라의 비밀), 알코올 중독 남편을 간호하다 자신마저 알코올 중독자가 돼 버린 지독한 여자(드라마 스페셜 2021 - 기억의 해각)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깊이감의 감정선을, 여러 얼굴로 연기했다.
그럼에도 해소되지 않는 욕구는 있었다. 창작에 대한 것이다. 누군가가 써준 대본, 누군가의 연출에 의해 하는 연기가 아닌 온전히 자신의 것을 표현하고 싶은 욕망. 문근영은 “뭔가 새로운 걸 만들고 표현하고자 하는 창작의 욕구가 항상 마음속에 남아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해소가 좀 됐느냐”고 묻자 “좋은 경험이 됐다. 창작을 앞으로도 멈추고 싶지는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심연’, ‘꿈에 와줘’, ‘현재진행형’은 모두 대사가 없는 작품이다. 아무런 말이 없는데도 어쩐지 감정은 더 필사적으로 다가온다. 대사가 없기에 더 직설적으로 연출된 측면도 있겠지만, 그보다 작품이 담고 있는 감정 자체가 깊고 격정적이기에 관객에게 더 그렇게 다가가는 것이리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더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던 감독 문근영의 세 작품. “처음부터 연출이 목적은 아니었다”지만 그는 지금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문근영은 “어쨌든 꾸준히 해야겠다는 마음이다. 대중예술가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내가 할 일은 그것인 것 같다. 그게 나의 대부분”이라며 의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