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가 8월 28일 SSG전 9회 초 인천에서의 마지막 타석을 땅볼로 물러나며 팬들의 박수에 헬멧을 벗어 인사하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모두가 은퇴를 만류하고 있다. 그러나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의 '헤어질 결심'은 변함없다.
LG 트윈스 오지환은 최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이대호는 선배님은 실력과 자존심 등 모든 것을 다 갖췄다. 선배님의 선택이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끝까지 버티고 버텨서 계속 뛰어줬으면 한다. 이런 의사를 만날 때마다 계속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신수(SSG 랜더스)는 지난달 28일 이대호의 은퇴 투어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부산 수영초 시절 이대호의 야구 입문을 이끈 추신수는 이날 경기 전 이대호에게 커피 차량을 보내기도 했다. 추신수는 이 차량에 '대호야 니랑(너랑) 야구 할 수 있어 행복했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 특별 영상 메시지를 통해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야구를 하면서 네가 대단한 선수가 되리라는 것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두 자녀도 아빠의 은퇴를 만류하고 있다. 이대호는 "아이들이 '아빠가 야구를 더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면서 웃었다. 딸 예서, 아들 예승 군은 어느 때보다 자주 야구장을 찾아 관중석에서 아빠를 지켜보고 있다.
가족과 친구, 후배들까지 이대호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이유는 그가 여전히 최정상급 기량을 자랑하고 있어서다.
이대호는 6일 기준으로 120경기에 출전해 타율 3위(0.333) 안타 4위(152개) 타점 7위(83개) 홈런 8위(18개)에 올라있다. 장타율(0.497)과 OPS(0.875·출루율 0.378)는 7위다. 6일 열린 5위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도 4번·지명타자로 나서 4타수 3안타 2타점을 올렸다. KBO리그 최고령 선수이지만 팀 내 타율, 홈런, 타점, 최다안타, 장타율, 출루율, 결승타(8개) 등에서 모두 1위에 올라 있을 만큼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대호는 2021년 1월 롯데와 FA(자유계약선수) 계약 당시 "2022시즌 종료 뒤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워낙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니 은퇴를 번복하길 바라는 것이다.
팬들 역시 마찬가지다. 재치 있는 문구로 은퇴 번복을 희망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최근에는 이대호에게 커피 트럭을 보냈는데, 메뉴 중에는 '은퇴번복 아직 포기안했딸기스무디' 등이 있었다.
이대호는 은퇴 의사를 접을 마음이 전혀 없다. 그는 "마지막 시즌에 성적도 좋아 더 아쉬워하시는 것 같다"면서 "이미 약속했다. 박수받으면서 떠나고 싶다"고 뜻을 굽히지 않는다.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이대호는 이런 응원 속에 더욱 매섭게 배트를 돌린다. 일주일 사이 만루 홈런만 2개 터뜨렸다. 최근 11경기에서만 홈런 4개를 포함해 16타점을 쓸어 담았다. 이대호는 "아이들이 작년에 (은퇴하지 말라고) 이야기했으면 올해 은퇴하지 않았을 텐데"라며 "마지막 시즌 우주의 기운이 내게 오는 느낌이다. 팬들이 기를 넣어주시는 것 같다. 이렇게 사랑받으면서 끝날 수 있는 게 정말 행복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