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2 대전하나시티즌과 K리그1 수원 삼성이 다른 느낌의 ‘버스 막기’를 경험했다. 대전 팬들은 선수단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수원 서포터는 선수들을 질책하기 위해 버스 앞에 섰다.
대전은 지난 26일 홈인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시즌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김천을 2-1로 꺾고 승격에 성큼 다가섰다.
지난해 승격 문턱에서 미끄러진 대전은 또 한 번 K리그1 입성을 외쳤다. K리그2를 제패하며 자동 승격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였지만, 광주FC가 정상에 선착하며 좌절됐다. 그래도 2위 사수를 위해 분위기를 다잡았고, 이는 결과로 나타났다. 대전은 시즌 막판 9경기 무패(6승 3무)를 달리며 팬들의 마음을 샀다.
열성적이기로 유명한 대전 팬들은 승강 PO 1차전을 응원하기 위해 일찍이 홈구장에 운집했다. 대전 팬들은 킥오프 1시간 40분 전 선수단 버스가 들어서자 열띤 응원을 펼쳤다. 팬들이 준비한 '에스코트 이벤트'였다. 버스는 속도를 줄여 팬들의 걸음에 맞춰 30m 정도 움직였다.
대전 서포터는 응원가를 멈추지 않았다. 감독·코치진·선수가 모두 버스에서 하차할 때까지 우렁찬 목소리로 힘을 실었다. 원정팀인 김천 상무 버스가 도착했을 때는 더 큰 소리를 냈다. 김천 입장에선 등골이 오싹할 만한 “김천 강등”이라는 콜도 나왔다. 응원가는 승전가로 이어졌다.
같은 시간 열린 수원 삼성과 FC안양의 승강 PO 1차전에서도 다른 느낌의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K리그1 10위인 수원은 K리그2 3위 안양을 상대로 저조한 경기력을 보이며 무승부를 거뒀다. 공 점유 시간은 길었지만, 안양의 스리백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결국 적지까지 응원 간 수원 팬들은 분노했다. 경기 후 선수단 버스를 찾아가 야유를 퍼붓고 질책했다. 몇몇 팬은 선수단 버스가 출발할 때 퇴근길을 막으려다가 경호팀에 제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이 당한 ‘버스 막기’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전통 명가’ 수원이 강등권으로 추락하자 민심은 돌아섰다. 지난 12일 열린 대구FC전에서는 1-2 패배 후 팬들의 응어리가 폭발했다. 수원 서포터는 선수단 퇴근길을 막아섰고, 결국 이병근 수원 감독이 버스에서 내려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수원의 버스 막기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모양새다.
희비가 엇갈린 양 팀의 운명은 29일 판가름 난다. 대전은 김천 원정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1부 승격이란 꿈을 이룬다. 반면 수원은 안방에서 안양과 살 떨리는 2차전을 치러야 한다. 승강 PO는 정규시간(90분) 내에 승부를 가리지 못할 시 연장전에 돌입한다. 그래도 결판이 나지 않으면 승부차기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