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에는 이유가 있었다. 일본에 패한 독일이 안토니오 뤼디거(29·레알 마드리드)의 '타조 걸음'으로 한 번 더 웃음거리가 됐다.
독일은 23일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E조 일본전에서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변이었다. 독일은 지난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우승했고, 이번 대회 유럽예선에서도 J조 1위에 오른 강팀이다. 지난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 한국에 패해 16강에 진출하지 못한 독일은 4년 후 일본에 패하면서 아시아 팀을 상대로 2연패를 기록했다.
패배 이상으로 독일에 부끄러움을 안긴 건 과정이다. 이날 독일은 전반 33분 일카이 귄도안(32·맨체스터 시티)의 페널티킥으로 선제 득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후반 30분 도안리츠(24·프라이부르크)에게 동점을 허용했고, 후반 38분 아사노 타쿠마(28·보훔)에게 역전 골은 내줬다.
일본의 실력도 뛰어났지만, 이날 독일 선수들의 플레이는 다소 산만했다. 필승의 각오로 출전했던 일본 팀과 멘털·기세 싸움에서 밀렸다. 특히 중앙 수비수로 출전했던 뤼디거의 플레이가 문제가 됐다. 뤼디거는 후반 19분 오른쪽 측면에서 일본의 롱 패스를 막기 위해 아사노와 경합했다. 아사노는 공을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해 뛰었다. 반면 뤼디거는 아사노의를 여유있게 따돌릴 수 있다는 듯 껑충껑충 뛰었다. 결과적으로 경합에서 승리한 건 뤼디거였지만,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역시 국가를 대표해 나온 상대 선수를 조롱한 건 논란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마지막에 웃은 건 일본이었다. 결승골의 주인공이 바로 아사노였다. 독일의 패배로 끝난 후 뤼디거의 플레이는 비판의 대상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뤼디거의 행동은 타국은 물론 자국 축구계 인사들에게까지 비판을 받았다. 영국 토크스포츠 진행자 토니 카스카리노는 "뤼디거는 상대를 조롱했다. 우스꽝스럽게 달리면서 웃고 있었다"고 말했다. 구자철 KBS 해설위원도 "저 행동은 상대를 무시하는 행동이다. 난 이렇게 뛰어도 널 이길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바이에른 뮌헨 등에서 활약한 독일 축구의 '레전드' 디트마 하만은 스카이스포츠 칼럼을 통해 “(독일의) 패배는 당연했다. 일본이 독일보다 경기 내내 더 잘하고 있다는 느낌 받았다”고 비판했다. 하만은 또 “아사노와의 경합에서 뤼디거가 볼을 빼는 장면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대표팀의 프로의식 부족, 오만함, 상대를 우스꽝스럽게 보이게 하는 용납할 수 없는 무례함이었다"라며 "이 장면에서 뤼디거가 웃고 있었는데, 오늘 밤 경기에서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일본 선수뿐”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