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한국과 가나의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2차전이 끝나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는 한장의 사진이 논란을 불러왔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가나에 2-3으로 졌다. 여러모로 아쉬운 경기였다. 한국은 두 골을 내주고도 동점을 만드는 저력을 보여줬지만, 결승골 한방에 무너졌다. 마지막까지 가나 골문을 두드려 보았으나 득점에는 실패했다.
내용도 아쉬웠지만, 경기 종료 시점도 선수들이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날 경기 주심 앤서니 테일러는 추가시간 10분이 주어지고 거의 시간이 흘러갔을 때 한국이 코너킥 기회를 얻자마자 그대로 경기를 끝내버렸다. 항의하던 파울루 벤투 감독이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처럼 어수선한 상황에서 벤투 감독이 손흥민(토트넘)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위로하는 포즈를 하고 있는데, 손흥민이 잔뜩 굳은 얼굴로 이를 뿌리쳐버리는 사진이 현장에서 나왔다. 이 한 장면만 놓고 보면, 마치 손흥민이 벤투에게 감정적으로 화풀이하는 듯 보인다. 일부 팬들은 ‘경기에서 부진했던 손흥민이 매너까지 엉망’이라며 비난했다.
그러나 이는 순간포착에서 나온 오해였음이 밝혀졌다.
박문성 해설위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달수네 라이브’는 이날 경기 후 선수들이 피치 위에서 이동하는 모습을 그대로 찍은 영상을 29일 공개했다.
스틸 사진이 아닌 흘러가는 영상으로 보면, 손흥민은 벤투 감독을 뿌리치고 간 게 아니다. 손흥민은 순간적으로 벤투 감독의 팔을 다른 사람의 것으로 착각해서 뿌리치려는 듯한 동작을 하는 듯했지만, 이내 그게 벤투 감독임을 알아채고 자연스럽게 함께 걸어나간다.
특히 이날 경기 직후에는 벤투 감독이 심판에게 항의하고 레드카드를 받았다가 다시 한국 선수들 쪽으로 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런 와중에 한국과 가나 선수단의 동선이 엉켜있는데, 가나의 한 스태프가 손흥민과 셀피를 찍으려고 시도하는 모습이 나온다. 손흥민은 벤투 감독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뻗은 손을 순간적으로 가나의 또 다른 스태프의 것으로 착각한 것처럼 보인다.
손흥민은 가나전 직후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순간적으로 눈물을 보였다. 가나전 아쉬운 패배, 더구나 자신이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평소 볼 수 없던 극도로 어두운 표정이었다.
이날 손흥민은 방송 인터뷰 존을 무서울 정도로 굳은 표정으로 지나쳤고, 대표팀 관계자가 다시 손흥민을 잡아서 인터뷰하게 했을 정도로 감정이 가라앉아 있었다.
믹스트존에서도 손흥민은 평소와 달리 무거운 톤으로 짧은 대답만 했다. 그는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선수들이 고생 많이 했는데, 결과가 이렇게밖에 안 나와 미안하고, 응원해주신 팬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아직도 붓기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얼굴이다. 보는 사람들은 모를 안면 골절상의 통증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상태로 가나전 막판 한국이 동점 골을 위해 총력전을 펼칠 때는 마스크가 비뚤어지는 것도 모른 채 헤딩까지 시도했다. 손흥민에게는 이런 경기 후 사진 한 장 때문에 생긴 오해로 비난과 비웃음까지 당한 상황이 기가 막힐 노릇일지 모른다.